1976년 8월 18일 오전 11시. 판문점에서 ‘도끼만행 사건’이 일어났다. 공동경비구역(JSA) 안에서 북한 경비병 30여 명이 미루나무 전지작업을 하던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했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장 군화와 철모를 가져오라.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
미국은 한반도에 최신예 전폭기 대대를 투입하고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를 보냈다. B-52 폭격기도 떴다. 북한은 꼬리를 내렸고, 김일성이 직접 사과했다.

지난 8월 4일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져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다리 절단 등 큰 부상을 당했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8월 25일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유감표명과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합의가 그것이다. 시기적으로도 마침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반환점을 도는 날이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며 북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북한의 전매특허인 ‘벼랑 끝 전술’과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도발→대화→보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박 대통령의 단호한 원칙 앞에 북한이 굴복한 것이다.

군 전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정신전력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 해결의 1등공신은 나라를 먼저 생각하며 하나 된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

“이번에는 꼭 북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며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의 용기, “전우들과 병영에 남겠다”며 전역(轉役)을 연기한 87명의 영웅들, “나라가 부르면 달려가겠다”며 전투의지를 밝힌 예비역 등이 그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엔 신세대들의 국방 의지를 미더워하지 않는 불안한 시선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희생당한 두 명과 젊은 장병들의 애국충정이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바꿔놓았다.

인류가 생긴 이래 전쟁에 대한 금언은 셀 수 없이 많다. ‘전쟁을 좋아하는 민족은 반드시 망한다. 그러나 전쟁을 잊은 나라 또한 망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이 모든 금언은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로 귀결된다. 천하가 비록 편안해도 전쟁을 잊어버리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것은 진리다.
‘호랑이는 고양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걸맞은 사례가 바로 부녀 대통령인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가 아닐까.

박정희 대통령은 남북 간 대립과 갈등의 골이 지금보다 훨씬 깊었던 1972년에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뢰와 포격이 만들어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해 ‘남북대화의 역설’을 만들어냈다.

박 대통령은 2년 반 전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의 ‘4대 국정기조’를 통해 부강하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이루기 위한 시간은 이제 2년반밖에 남지 않았다.

집권 전반기 박근혜 정부의 공과(功過)를 논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대미·대중 외교와 공무원연금 개혁, 통진당 해산 등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의 위기관리와 소통능력 면에서는 평가가 미흡하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 대국민 담화에서 침체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저성장 시대에서 향후 세대의 일자리와 고령 인구의 복지를 확보하려면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개혁 의지와 진정성은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노동 부문에서의 임금피크제 도입, 저성과자 등의 해고요건 완화, 비정규직 보호 강화 등은 시대적 대의에 부합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거의 7명꼴로 “청년 일자리를 위해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했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했다. 사물이나 형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흥성과 쇠망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경제-북한-공공개혁’에 올인하고, 그동안 미흡했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악재에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에 민생을 살리고 4대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건너야 할 강이 깊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 청와대를 포함한 당·정·청이 심기일전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내년 총선과 그다음 해 대선을 감안할 때 박근혜 정부의 개혁 골든타임은 사실상 올해 말에서 내년 초까지다. 남은 임기 동안 ‘원칙과 소통, 화합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국가대개혁과 선진통일한국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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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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