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호소에 네티즌들 울었다

신모양의 무릎과 배에 남겨진 구타 흔적(왼쪽)과 '병사'로 기록되어 있느 신양 사망 당시의 사망진단서.(오른쪽)

2009년 서울 노원구 여대생 신모(당시 19세)양 살인사건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7일 피해자 어머니의 게시물이 인터넷에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일이다. 어머니의 애끓는 호소가 부실 수사와 이를 근거로 한 재판으로 억울하게 묻힐뻔한 사건을 다시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2009년 8월 7일 의식불명인 상태로 발견돼 5일 만에 사망한 신양의 어머니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딸의 사망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또한 용의자 백모씨와 김모씨가 각각 무혐의, 집행유예로 그친 데 대한 재수사를 요청했다. 이러한 애끓는 모정에 네티즌들도 가세하자 경찰은 철저하고 투명하게 재수사를 펼치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2차례의 재판에서도 가리지 못했던 사건의 진상이 과연 이번에는 제대로 규명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신모양 어머니는 서울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에서 14시부터 23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신양 어머니는 조사과정에서 “지난 7일과 10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렸던 ‘성폭행범에 저항하다 죽은 어린 여대생의 사연과 현실’에 대한 내용을 답변 했다”고 전하면서 “피해자 가족들은 경찰의 재수사에 적극 돕겠으며 앞으로의 진행 또한 게시판에 올리겠다”고 전했다.

신양의 어머니가 전한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친구들과 식사 후 귀가하던 중 참변

신양 어머니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2009년 8월 7일 당시 “신모양은 친구 최모양, 김모양과 같이 식사를 했고 최모양 남자친구인 이모씨의 소개로 가해자 ‘김모씨’와 ‘백모씨’를 만나게 됐다”면서 “집으로 귀가하는 신모양을 김모씨와 백모씨가 뒤쫓아 노원구 상계제일교회 주변 빌라에서 폭행했다”고 전했다. 무수히 얻어맞은 신모양은 숨이 미약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뇌사상태로 호흡기에 연명하다 2009년 8월 12일 사망했다.

신양 어머니는 ‘성관계를 시도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의 딸을 번갈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호소했지만 법원 판결은 김씨에게만 폭행치사죄가 성립됐고 백씨는 무혐의 처리 됐다.

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김씨는 “얘기가 잘 되면 여관에라도 가려 했다”는 말로 조사 중 폭행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친구 백씨에 대해서는 “빌라 주차장에서 신모양이 다리를 펴고 앉아 백씨와 얘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얼마 후 백씨가 와 얘가 숨을 쉬지 않는다면서 심폐 소생술을 했다”고만 진술했다. 폭행죄로 벌금형에 그쳤던 김씨는 유족들의 항소로 폭행치사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신양 어머니는 “백씨 무혐의 처리는 과정서부터 특히 문제가 많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양 어머니는 백씨에 대해 “딸이 119에 실려갈 때까지 계속 주위에 있던 장본인”이라며 “백씨가 수사 선상에서 제외 돼 참고인으로만 조사당했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했다. 이어 “다른 3명의 증언과 달리 백씨는 신양이 만취했었다는 발언을 했는데,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일 수 있지 않나. 그러나 경찰은 짚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의자 수사 제대로 안 돼

신양 어머니는 모두 전직 경찰인 백씨 친척의 관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직 경찰인 백씨의 친척이 사건을 가해자 측으로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양 어머니는 2심 때 출석한 남모양이 “둘 중 누구와 있을 때 일어난 일인지는 모르나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경찰은 차후 이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본적인 CCTV 화면도 확보하지 않았고, CCTV 파일이 일주일 만에 삭제된다는 거짓말 또한 있었다”고 말했다.

신양 어머니는 경찰이 지난해 2월 14일 이미 사건을 종결 시켰으면서 유족이 물으면 수사 중 이라고 둘러댔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백씨가 1심에서 무혐의 처리되자 유족 측은 백씨를 폭행치사 혹은 강간치사로 형사고발했지만 “돌아온 것은 인격 모독뿐이었다”고 신양의 어머니는 말하고 있다. 담당형사는 사건과 관계없이 신양 어머니의 이혼 전력을 들추어 딸의 행실을 비난 했으며, 신양 이모에게는 술집에서 본 여자 같다는 등의 말을 하며 고발을 일체 외면했다는 것이다.

신양 어머니는 서울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의 조사에 응한 후, 지난 18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추가 의문점을 적었다.

신양의 턱과 팔, 배, 무릎에 심각한 외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병원에서는 신모양의 내원사유를 질병(사망원인은 미상)으로 기록했냐는 것이다. 그것은 함께 있었던 백씨의 “신양이 7~8분 전 친구와 장난치다가 넘어졌고 의식을 잃었다”는 증언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양 어머니는 “수사 중 병원기록은 증거로 한 번도 첨부되지 않았고 담당의사는 턱 부분 상처의 원판을 보여주기를 거절했다”고 전하면서 “병원의 가담 또한 의심해야 할 지경”이라고 증언했다.


네티즌 들고 일어나자 경찰 재수사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신양의 죽음을 재수사하라는 네티즌들의 청원이 이어졌고 결국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직접 아고라에 글을 올려 사건의 재수사를 천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고인이 된 따님의 명복을 빌며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본 사안에 대해 지방청 차원의 엄정한 재수사를 진행, 사안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폭행치사로 판결이 종료된 김씨도 필요에 따라서 소환조사할 계획이 있으며 신양 어머니가 게시판에 올린 글을 참고하면서 자체적으로 한꺼번에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사건의 핵심인 백씨의 친인척과 담당형사에 대해서는 다른 수사를 끝마친 이후에 마지막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사팀은 신양 어머니가 수사팀 측 조사 이후 올린 게시글에 대해서는, 수사팀과 상의된 바 없이 자체적으로 올렸으며 정확한 사실여부는 추가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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