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 돌봐준 제 3의 인물 있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신정환이 지난 19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photo@dailypot.co.kr

필리핀 원정도박혐의로 5개월 간 해외 도피생활을 했던 신정환이 지난 19일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오전 11시 55분께 김포공한 입국장에 침통한 표정의 신정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 흰색비니를 쓰고 검은색 패딩과 청바지 차림으로 안경을 쓴 채 나타난 신정환은 다리를 절룩이기는 했으나 목발이나 휠체어 없이도 안정적으로 걸었다.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곧장 경찰에 연행된 신정환은 팬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으나 취재진 앞에서 도박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틀에 걸친 경찰 조사 끝에 신정환은 필리핀에서 도박을 한 혐의를 인정했고 경찰서를 나서며 자숙할 뜻을 밝혔다. 신정환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경찰 조사 내용을 샅샅이 살펴봤다.

서울경찰청에서 신정환은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신정환은 “5개월이 5년같이 느껴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남자답지 못했고 솔직하지 못 한 점, 팬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며 “어떠한 말씀을 드려도 변명이고 핑계인 것 같다. 제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실망으로 돌려드린 것 같다. 앞으로 많이 혼나겠다”며 침통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네팔에 있었다고 밝힌 신정환은 해외 억류설에 대해서는 “억측으로 사실무근이다”고 딱 잘라 말했다. “도박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거듭되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청에서 성실하게 조사받고 말씀 드리겠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검, 향후 다시 구속여부 결정

경찰에 따르면 신정환은 상습도박, 외환관리법 위반, 여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신정환은 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 W호텔 카지노에서 억대의 바카라 도박을 벌였다는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해외 원장 상습도박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면 형법 제246조 제 2항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불법적인 외환거래가 있었는지 여부와 필리핀 현지에서 한인 대부업자에게 여권을 맡긴 후 자금을 빌려 도박했다는 의혹도 집중 추궁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정환은 필리핀에서 1억3000만 원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정환이 현지 롤링업자에게 1억2000만 원을 빌려 바카라 도박을 했고, 빌린 돈을 갚지 않은 채 귀국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반면 신정환은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와 여권법 위반 혐의는 부인했다. 경찰은 신정환의 계좌도 조회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환치기 계좌를 동원해 송금을 받거나 차명으로 돈을 전달 받았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또 여권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필리핀에 체류 중인 롤링업자에 대해 도박방조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필리핀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신정환이 2009년 11월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다리 상태가 악화돼 수술이 시급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정환은 오른쪽 정강이 부위에 박은 철심이 빠져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환의 추가 소환 일정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불구속 입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석우)는 21일 “신정환의 다리가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석방한 것으로 치료 경과를 본 후 향후 다시 구속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고 밝혀 구속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

신정환이 도박 혐의를 인정하고 불구속 입건됐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또 다른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지난해 10월부터 항간의 소문으로 꾸준히 나돌던 ‘신정환 도박리스트’ 존재 여부다. 신정환이 영화배우, 가수, 연예기획사 관계자, 방송인 등 자신과 함께 원정 도박을 한 연예인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귀국할 것이라는 것이 소문의 골자였다. 이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연예인과 연예계 관계자들이 신정환의 귀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뒷소문도 파다했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신정환 도박과 관련된 인물들이 줄줄이 수사망에 걸려든다면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찰조사에서 신정환은 ‘신정환 도박리스트’에 대해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환 자금에 대한 미스테리도 있다. 신정환은 지난 5개월 간 필리핀, 홍콩, 마카오, 네팔, 일본 등을 비밀리에 출입국하며 신출귀몰한 행적을 보여 왔다. 언론과 팬들의 추적을 따돌려가며 철저히 행방을 숨겨왔다. 신정환은 일본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왜 일본에서 머물렀는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다.

5개월간의 해외 도피생활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의문이 남는다. 더구나 마지막 체류국으로 보이는 일본은 체류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는 국가다.

소속사는 신정환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신정환이 최소 경비로 생활을 지속해왔다고 하더라도 여러 국가를 출입국하는데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신정환의 해외체류생활을 돌봐준 ‘제3의 인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롤링업자에게 1억2000만 원의 채무를 갚지 않은 채 귀국했다는 신정환의 진술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거액의 채무에도 불구하고 신정환이 순순히 귀국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제 3의 인물’ 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신정환 가족들은 신정환이 제3국에서 체류하고 있을 당시인 지난 9월 서울 집을 처분하고 지방으로 이사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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