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과수농가들이 올봄 과수농사를 앞두고 지난해 봄철 화분 매개(꽃가루 받이)를 해온 꿀벌들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떼죽음하면서 비상에 걸렸다.

한국토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폐사된 꿀벌들은 전국 2만9334개 토종벌(토봉) 농가 53만2434군(1군당 2만∼3만 마리) 중 50만6509군인 95.13%가 폐사했다.

지역별로는 전북과 전남, 경북이 99%로 폐사율이 가장 높았고 강원 97%, 경남 95%, 경기 90% 순이며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곳인 충북과 충남도 각각 75%와 80%나 됐다.

이로 인해 올 봄 화분 매개를 해온 벌이 사라지면서 과일 농사에 큰 타격이 우려돼 과수농가가 초토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복숭아 827㏊, 배 363㏊, 사과 351㏊, 감자·자두 753㏊ 등 총 재배면적은 2294㏊에 이르고 있지만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97% 이상의 꿀벌들이 집단 폐사돼 사실상 과수농사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춘천에서 과수농사를 짓는 A씨(46)는 "지난해 냉해와 태풍피해에 이어 올해에는 꽃가루받이가 어려워 과일 농사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그렇다고 수년간 가꿔 온 과수를 포기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지었다.

홍천에서 사과재배를 하는 P씨(50)도 "수정용으로 토종벌 5통을 준비했지만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집단 폐사했다"며 "양봉을 3∼4통 공수할까 생각 중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인공수분밖에 대책이 없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토종벌농가들도 종벌증식을 통해 보급하려면 앞으로 2∼3년의 시간이 걸려 생계가 막막한 만큼 일자리 창출 방안 등 지원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종벌농가들은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한방울의 꿀도 생산하지 못해 전업농들이 빚더미에 앉게 됐다"며 “재해대책 특별경영자금의 대출자격 요건을 완화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원도 관계자는 "낭충봉아부패병은 아직 뾰족한 예방책이나 치료법이 없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 농작물 수확량 감소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부차원에서 진행하는 관련 연구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에 악성 바이러스가 발생, 유충이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고사하는 병으로 지난해 전국적인 피해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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