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 ‘기마전(騎馬戰)’ 돌입 “4월 선거 거물들의 귀환 빅매치”

4·27 재보궐선거가 ‘미니총선’급 규모로 판이 커졌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을 정확히 1년 앞두고 실시된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 의미가 크다. 4월 재보선의 승패가 향후 개헌, MB 정권 레임덕 가속화 등 정국 주도권의 바로미터가 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여야가 거물급 인사 영입전략에 온 힘을 쏟아 붇고 있는 이유다. 2011년 최대의 ‘빅매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재보선을 총정리 해본다.

4·27 재보선은 당초 경기 분당을, 경남 김해을 2곳의 국회의원 선거로 관심지역 범위가 한정됐다. 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인해 이광재 강원지사와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자격을 상실, 강원지사와 전남 순천이 선거에 포함되자 곧바로 정치권의 관심은 4월 재보선으로 쏠렸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승리를 통해 임기 말에 접어든 현 정권의 막판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입지가 불안해진 안상수 대표 입장에서도 이번 재보선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만 ‘당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승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지사직을 잃은 이광재 전 지사의 ‘설욕’을 하겠다며 부심하고 있다. 여기에 ‘노풍’의 근원지인 김해를 기점으로 야권 연대를 성사시키고 텃밭인 순천은 반드시 사수해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다는 계획이다.


강원지사 거물 영입전쟁 ‘후끈’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는 강원지사 선거는 벌써부터 거물급 인사가 영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엄 전 사장의 경우 아직 한나라당 소속이 아니라는 점과 정치적인 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점 때문에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같은 당의 이계진 전 의원이 진작부터 출마를 예고한 상황이라 일부 지도부에서도 영입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의 최종 합의 여부와 함께 엄 전 사장 본인 의지가 어떻게 가닥을 잡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강원지사 후보군이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후보로는 강릉 출신인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도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태백 출신의 최종원 의원, 조일현·이화영 전 의원 등도 당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정가 관계자들은 강원도민 사이에서의 ‘이광재 동정론’ 부각여부가 선거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분당을 “강재섭 정운찬에 밀리나”

성남 분당은 강남 지역과 함께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한나라당에서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계동 전 의원이 출마의사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하지만 최근 정운찬 전 총리의 공천설이 나돌면서 후보구도에 파장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당을의 경우 거물들이 잇따라 출마의사를 밝히거나 어떤 인물이 공천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물밑으로 정 전 총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당초 강 전 대표를 지원했지만 은근슬쩍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의 안상수 대표, 홍준표 최고위원 역시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암묵적으로 강 전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음 국회의장 자리를 염두 해 두고 있는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5선 의원까지 지낸 강 전 대표가 여의도에 복귀하는 것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강 전 대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홍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강재섭 대표는 대구에서 5번 국회의원을 하셨고 당대표도 하셨지 않았느냐”며 “선거에 나가서 당을 위해 공헌을 하시려면 좀 어려운 지역에 나가야한다”면서 “분당 출마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정 전 총리에 대해서는 “문책으로 나가신 분”이라며 “그런 분을 다시 우리가 분당에 들일 필요가 뭐가 있는지, 왜 당내에서는 그런 논의가 없는데 언론에서 그게 자꾸 회자되는지 참 난감하다”고 했다.


김해을 “김경수 문재인 유력 거론”

김해을 지역구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여야가 모두 일사불전의 각오로 선거에 임할 태세다. 민주당은 노풍확산의 거점지로 이 지역을 활용, 노 전 대통령의 비서출신인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유력하게 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이 이봉수 전 대통령 농업특보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민주당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친노 진영에서는 내부적으로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본인은 중국 유학중인데다 청문회에 낙마한 경험이 있어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은 낙하선 공천이 이뤄질 경우 강경 대응할 것을 예고한 상황이라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순천 “민주당 무공천 주장도…”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의 공석으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전남 순천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KBS 정치부장을 지낸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허상만, 허신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당내 연대·연합특위에서는 순천을 무공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위는 지난 2월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3차 전체회의를 열고 4월 재보선에서 순천에 무공천하는 방안 등을 집중 논의, 특위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위해서 호남에서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순천에서 국회의원 후보를 내지 말자는 의견이 반대하는 주장보다 더 많았다”고 전했다.

순천 무공천이란 파격적 선택을 통해 야권연대 기류를 확산시킴과 동시에 민주당의 양보를 내심 기대하는 민주노동당 등 야권과의 결속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한나라당은 순천이 민주당의 텃밭인 만큼 민주당이 먼저 후보군을 정리하면 대응책 차원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 공성진(강남을)·현경병(노원갑)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상고심이 3월 이전 마무리 될 경우 4월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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