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장관은 지난해 2월 취임 직후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을 초임 검사장 보직인 서울 고검 차장검사로 인사 조치했다. 당시 이 인사조치는 장 의원을 좌천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사시 14회인 장 의원이 사시 1년 후배인 정진규 서울고검장의 아래로 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장 의원은 “서열파괴라는 미명 아래 선배를 후배 밑에 앉히는 것은 협박”이라며 불만 가득찬 퇴임사를 남기고 검찰을 떠났다.강 장관과 장 의원 간 악연의 고리를 파헤쳐 보면 장 의원의 과거 ‘공소권 없음’ 결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진다. 장 의원은 5·18 고소·고발 사건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으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또 95년 7월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 내란죄 혐의로 고소 고발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피고소·피고발인 58명 전원에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피의자들이 정권 창출과정에서 취한 5·18 진압 등 일련의 조치나 행위는 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당시 장 의원의 이유였다.한편 회의에서 장 의원은 “검찰이 지난 1년 반 동안 신뢰를 회복했다 생각하느냐”면서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적은 없느냐”고 강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장 의원이 지난 1년 반 동안의 신뢰회복을 물은 대목은 간접적으로나마 당시의 섭섭했던 기분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이에 강 장관은 “아직도 미흡하지만 수사영역은 더 넓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은 한번도 검찰 수사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로 사정기능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장 의원의 질문에 강 장관은 “충분한 논의 후 법안을 만들 것”이라 답해 날카로운 질문을 피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재회에서 상당한 설전이 오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두고 두 사람간의 불꽃튀는 공방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공방은 없었다. 고비처 설치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장 의원은 강 장관에게 “정부의 고비처안을 보면 3,500명의 판검사를 대상으로 하는데, 대통령 직속으로 특별수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판검사들의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고 봐야 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장 의원은 이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수사대상으로 정하고 그에 맞춰 의도적으로 하는 뒷조사를 ‘표적수사’라 하는데, 대통령 직속 수사기관인 고비처가 생길 경우 표적수사란 비난이 가능하지 않겠냐”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강 장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기에 미리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고 이어진 질문에는 “추론이어서 답하기 곤란하다”고 해 공방을 피해갔다.상임위 회의가 끝난 뒤 강 장관을 대한 장 의원은 “최후의 양심인 검찰을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강 장관은 그저 웃음으로만 답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무엇보다 상임위 활동 시작 후 스타장관을 마크하는 새로운 맞수가 떠오르고 있어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 강금실·장윤석 카드는 그 어느 대결보다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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