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북아 문제연구소 관계자 “북한 대규모 민중봉기 시도 있었다”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내외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극심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북한 군 장교들이 급기야 식량난에 항의하며 소요사태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 국내 언론이 우리 군 정보당국의 전언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채광현장에 투입된 북한 군부대 장교들이 식량배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는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군 내부에서 소요가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등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북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한 외신은 “북한이 대규모 소요사태로 붕괴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해 주목을 끌었다.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대북 관련 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놓은 북한 붕괴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북한은 내란, 쿠데타, 민중봉기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견해를 같이 한다.

그동안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적 요인에 의한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강성 군부가 철저하게 인민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붕괴하려면 군부가 흔들려야 하는데 좀처럼 그런 기미가 보이지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북한 군 장교의 소요사태는 그런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북한에서 발생한 장교 시위사태는 보위사령부의 진압부대로 진정됐으며 해당 부대 간부들은 모두 반란죄로 처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군 내부에 소요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과 함께 북한 군 동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소식에 밝은 러시아 극동문제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우리(러시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 군부가 민중봉기 등 대규모 소요사태에 대해 비상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북한에서는 지금까지 여러 번 쿠데타와 민중봉기 시도가 있었다. 외부세계에 밝혀진 것보다 그 횟수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북한 몰락 시간문제?

또 이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에 함경도 부근에서 대규모 민중봉기가 지하에서 모색됐으나 내부 조직원의 실수로 발각돼 20여 명이 처형당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이 조직의 조직원 중에는 중국 반체제인사도 포함돼 있어 중국과 북한이 이 사건을 철저히 함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도 “북한에 민중봉기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모교인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한국어 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부터 2003년 2년간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북한 인민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직전 상태에 다다랐다”며 “이미 곳곳에서 크고 작은 민중봉기가 잇따르고 있으며 평양부근의 한 마을에서는 30대 남성이 만취한 상태에서 반체제 발언을 하며 노동당 간부에 행패를 부리다 총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평양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지게 했을 만큼 파장이 컸다”고 말했다.


“대급변 이미 시작됐다”

또 이 인사는 “북한은 철저히 통제된 나라이기 때문에 10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저항의 움직임도 찾기 힘들었다”며 “그에 비하면 지금의 산발적인 저항 움직임은 북한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 들여 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대급변은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평양 내 군부대는 현재 24시간 준 계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도심에서 행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감시의 눈도 4배정도 늘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평양과 그 주변 그리고 주요 도시를 방어하는 군 병력의 배치도가 대폭 수정됐다”며 “현재 휴전선 부근의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민간인 통제에 동원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이후 군사시설에 대한 방어도 훨씬 더 철저해졌다”고 전했다.

또 군은 군 내부 단속도 철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8일 한 대북소식통을 인용, “북한 간부들에게 배포되는 ‘참고신문(소식)’에 이집트 시위 소식이 실렸으며, 이 신문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체제를 무너뜨린 이번 사태의 동기를 이집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정부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참고신문’에도 이번 시위의 촉매제 중 하나인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력세습 기도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는데 이는 간부들에게도 이를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RFA는 분석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아무리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차단하려 해도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세대 교체와 인식의 변화 바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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