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신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공주·연기군이 선정됐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벌어지는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엔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가려 달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고 발언해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최근 대선당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녹취록을 입수했다. 민주당 선대위 회의 녹취록 중 행정수도이전 관련 발언을 단독공개 한다.녹취록에는 행정수도이전 등 당시 선거 쟁점이었던 내용들이 자세히 언급돼 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후보의 가장 큰 공약 사항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진지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선거에서 호응이 좋다’‘좋은 전략이었다’라는 식의 단순보고 발언이 대부분이다. 행정수도 이전 관련 발언이 최초로 나온 것은 지난 2002년 3월 23일 민주당 대선후보경선 충남선거인단대회에서다. 당시 정동영(현 통일부 장관) 후보는 “30년 전부터 예상하고 고민했지만 시행하지 못한 수도권문제, 교육·행정수도의 지방이전을 통해서 과감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이후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핵심대선공약으로 등장했다. 2002년 10월28일 제3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채정 정책선거특별본부장은 공약 관련 업무 추진현황을 보고하면서 “선대위 출범 이후 아젠다 세팅에서 ‘행정수도 건설’, ‘재벌개혁방안’, ‘7% 신성장론’ 등에 있어서 다른 후보에 비해 차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특히 신 행정수도 건설은 상당히 많은 관심과 또 여러 가지 참여의 폭까지도 넓히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여론조사 결과는 이 부분에 대한 지지도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이 핵심공약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언급한 대목이다.이해찬(현 국무총리) 선대위 기획본부장도 “우리 후보가 지방분권화,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가 서울에서 보는 것보다 굉장히 비중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방분권화 정책이라든가 행정수도 이전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성안을 해서 밀고 나아가면 영호남 대립을 극복하자라는 테마로 접근하는 것보다 중앙과 지방의 분권체계를 바로 정립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지역에서 호응도가 높은 접근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가 있었다”고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당시 이 본부장의 발언은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선거전략과 연관시켜 해석하고 있었다.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비용문제, 이전 규모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 흔적이 없다.

정몽준 캠프와의 후보단일화 이후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대선의 핵심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이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 집중 공략을 한 것. 하지만 비슷한 시점에 있었던 12월 2일 제13차 선대위 회의 녹취록을 보면 충청권이 선거에 핵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어 행정수도 이전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뿐이다. 이해찬 기획본부장은 “충청권이 이번 선거에 매우 중요한 지역인데 비교적 지난 1주일 동안은 우리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비교적 반응도 좋다”며 “특히 충청권 의원들이 많이 (유세현장에)나오고 그랬기 때문에 이인제 의원이 탈당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충청도 쪽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전체적인 판세를 끌어가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선거쟁점으로 삼고 공격 했지만, 오히려 충청권 표심이 민주당으로 몰리고 있음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대선이후 민주당 선대위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2002년 12월 30일 열린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당시 정세균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은 “우리 당이 한나라당과의 정책공약 경쟁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특히 충청권 행정수도 문제와 관련해 걱정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공약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행정수도 공약을 한나라당에서 집중적으로 공격할 때 정책위원회는 물론 기획위원회나 미디어본부, 선대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 뒷받침을 해주었기에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선 승리에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을 뿐 향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분권형 대통령제 논란도 있었던듯

민주당 선대위 회의록을 보면 캠프 내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논란이 있었음이 발견된다. 특히 이 문제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논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2002년 11월 28일 열렸던 제12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조순형 당시 선대위원장은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조 위원장은 “우리 당에서도 그 동안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안을 준비해왔다고 하지만 당의 분권형 대통령제 안에 대해서 아직까지 의원총회에 상정을 해서 한번도 토론한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국가의 기본인 헌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우리 선대위뿐만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의원총회에서 공론에 부쳐야 하며 결코 두 후보간의 대표 회담에서 결단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정몽준 대표의 전폭적인 협력을 얻는 것이 대선승리에 아주 긴요하고 중대하다는 것은 절감하지만 후보에게 커다란 부담이 온다”고 말해 후보단일화 협상에 중요한 쟁점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또 “분권형 대통령제는 행정부의 수반을 두 사람 두겠다는 것이다. 행정부의 수반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프랑스에서 이원집정부제를 한다고 하지마는 우리와는 전혀 헌정문화나 정치문화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하고 당선되면 실천하겠다고 했다. 아니 총리에게 내치를 완전히 관장케 하는 그런 개헌을 하겠다고 그러면서 어떻게 행정수도 이전을 대통령이 추진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재정 유세연수본부장은 “정몽준 대표쪽에서 뭐를 탐한다거나 그런 의미로 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며 “이제까지 제왕적 대통령제도가 가져온 폐해에 대해서 제도적인 개선을 한다는 개념으로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구체적으로 17대 총선에서 양당의 공약으로 채택될 수가 있는것 아니겠느냐 이런 정도의 것이지 대통령 선거에 공약으로 내건 것도 아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를 막는 의미의 얘기를 하는 것으로 의미를 좁혔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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