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민법개정위원회는 자녀의 패륜적 불효를 예방하기 위해 불효자 방지법 개정시안을 마련했다. 현행 민법 556조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상해·폭행 등 형법상 범죄적 부모 학대 행위를 저질렀을 때만 증여하기로 했던 유산을 취소할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부모 학대는 물론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도 재산 증여를 취소할 있도록 했다. 또한 현행 민법은 자녀에게 일단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자녀가 부양의무를 하지 않을 때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작년 한 해 노인 학대는 5772건으로 집계되었다. 정서적 학대 2169건(37.6%), 신체적 학대 1426건(24.7%), 방임 98.3건(17%), 경제적 학대 521건(9%) 등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성남의 80세 이 모씨는 4년 전 아들이 자기를 부양하겠다고 말해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아들 부부는 아파트를 챙긴 후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작년 가을부터는 “양로원에 들어가시라”고 압박했다. 여기에 이 씨는 아파트를 되돌려 받으려고 했으나 이미 넘겨준 부동산 소유권은 환수될 수 없다는 현행 민법 556조에 막혔다.

법무부는 저와 같은 불효 작태를 바로잡기 위해 민법 556조를 개정키로 했다. 이미 싱가포르는 ‘불효 처벌법’을 만들어 자식이 경제력이 있는데도 부모를 부양하지 않을 땐 벌금형 혹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자녀들이 부모 부양을 거부하거나 패륜행위를 할 경우 재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성남의 이모씨 아들 부부처럼 부모의 재산권을 넘겨받은 후 양로원에 들어가라는 불효자식에게는 불효자 방지법 개정안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녀들은 민법 556조와 관계없이 부모에게 효를 다한다. 아들의 눈물겨운 효성과 관련, 재미교포 김인철 상병(23)의 슬픈 스토리가 떠오른다.

김 상병은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는 2001년 미국 해병대에 자진 입대했다. 제대 후 ‘지아이 빌(G.I. BILL: 군복무자에게 부여되는 창업자금 저 이자 대출 및 대학등록금 지원)로 한의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꿈은 동양인으로서 한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소문난 효자였다고 한다. 전사하면 부모님께 먼저 알려줄 것도 당부했다.

김 상병은 휴가차 집에 들렀을 때 누나에게 “누나, 이번에는 이라크에 가고 싶지 않아. 꼭 죽을 것 같아 겁나.” 그는 평소 군에서 받아 모은 돈으로 아버지께 고장 잦은 낡은 승용차를 새것 현대 악센트로 바꿔 선물하였다. 김인철 상병은 예감대로 이라크로 돌아가 전사하고 말았다. 아버지에게 바친 새 차는 효자의 눈물겨운 “마지막 선물”이 되고 말았다.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서 처형되기 전 어머님에게 보낸 편지에도 지극한 효심이 절절했다. 안 의사는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식의 막심한 불효와 아침저녁 문안 인사를 못드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라고 썼다.

김인철 상병은 개인주의가 발달한 미국 사회에서 살면서도 동양적인 효성이 지극했다. 우리 주변에도 김 상병과 같은 극진한 효심을 지닌 자녀들이 많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하고 파렴치한 자식들은 부모를 냉대하고 심지어 학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들의 불효는 법으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9월초 민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하루 빨리 불효자 방지법 개정안이 채택되기 바란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자식들로부터 냉대받고 버림받지 않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늙어 병들고 쇠약해진 마지막 황혼기 삶을 자녀들과 함께 따뜻하고 품위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