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 대출사기로 빼돌린 수억 원을 중국으로 송금한 ‘중국 보이스피싱 사기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보이스피싱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중국인 A(42)씨 등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B(41·여)씨 등 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파이낸셜’ 이라는 국내 대출업체로 사칭, ‘급전 대출’이라는 스팸 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한 뒤 돈이 필요해 문의 전화를 한 피해자들에게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을 퀵서비스로 넘겨받아 범행에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대포통장 85개를 수집해 전화 금융 대출 사기 송금 계좌로 활용, 모두 16명에게 3억여 원을 송금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보안설정을 다시 해야 된다”며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금액을 인출하는 등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방법을 사용했다. 또 메신저에서 친구나 지인으로 가장해 ‘돈이 급히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겨 금액을 입금 받는 메신저피싱 방법도 이용했다.

이들은 국내총책과 대포통장 전달책, 현금 인출책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인출책은 대포통장으로 송금 받은 돈을 출금한 뒤, 미리 준비한 다른 계좌를 이용해 중국에 송금했다.

A씨 등은 사용한 통장과 카드는 범행 직후 폐기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전국적으로 조직된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통장과 카드 등을 넘겨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총책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3억 원을 중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조선족 여성에게 고급승용차 등으로 재력을 과시하며 접근, 통장을 양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2009년 3월부터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흑룡강성 출신 조선족을 중심으로 금융 사기단을 결성해 중국 현지 조직과 연계해 사기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전화금융 대출사기로 주당 평균 3000만 원 가량을 인출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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