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식구파 범행 전모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불법 오락실과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100억 원이 넘는 불법 수익을 챙긴 폭력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폭력계는 지난 2월 28일 ‘구로식구파’ 행동대장 강모(45)씨 등 10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나머지 3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구로식구파는 오류동 폭력배였던 김모(46)씨를 중심으로 100여 명 가까이 되는 조직원을 구성, 대규모 조직을 꾸렸다. 이들은 불법 오락실과 도박 사이트를 발판으로 조직의 세를 불려 왔으며, 이를 통해 축적된 거액의 조직자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체계적인 역할 분담으로 기업형 범죄를 저질러 온 구로식구파의 범행 전모를 들여다봤다.

2005년 4월경 경기 광명시의 ‘○○가든’ 식당에 18명의 건장한 체구의 남성들이 모였다. 이들은 오류동 폭력배 김씨, 구로동 폭력배 민모(46)씨 등으로 “서로 합쳐 새로운 구로식구가 만들어졌으니 힘을 모으자”고 이구동성 외치며 폭력조직인 구로식구파를 결성했다.

이들이 한 조직으로 뭉치게 된 배경에는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기 위해 다른 조직들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조직원만 100여 명… 대규모 폭력조직

김씨를 두목으로 내세운 구로식구파는 오류동과 구로동 일대의 폭력배들을 규합, 100여 명에 이르는 조직원을 거느린 대규모 폭력조직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 하부조직원의 숙소를 마련해 두는 것은 물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수도권 인근의 유원지 등에서 조직원 정기모임을 매달 가졌다.

이들 일당은 권력서열에 따라 엄격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수익을 나눴다. 두목을 포함한 우두머리 급은 불법 오락실과 도박 사이트 투자자를 모집하고 장소를 선정했으며, 행동대장 등 중간급 조직원은 불법 오락실 관리부장을 맡아 수익금을 정산하고 도박 사이트 가맹점을 운영했다. 또 하부 조직원은 종업원을 관리하고 경찰 단속 등을 감시하는 문방 역할을 담당했다. 범행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두목부터 하부조직원까지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눠 ‘기업형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경찰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내세워 불법 오락실을 운영했다. 금전적 어려움에 직면한 실업자나 전과가 없는 친인척, 지인에게 월 300만~500만 원을 주고 바지사장으로 고용했다. 이들은 실업자 등을 바지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구속될 경우 변호사 선임비는 물론 3000만~5000만 원을 지불하겠다”며 금전 제공을 담보하는 등 달콤한 제안들을 늘어놓았다.

또한 이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감금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도박 사이트를 제작하기 위해 도박 사이트 프로그램 개발자 A(41)씨를 2006년 8월부터 2개월간 감금한 것. 공포에 질린 A씨를 몰아세워 도박 사이트를 강제로 만들게 해 개발비를 갈취했다. 또 단속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도박 사이트 서버를 중국 등 해외에 두고 하부 조직원을 정기적으로 파견해 관리하는 치밀함을 보이는 한편 불법 오락 기계는 직접 제작·판매했다.


타 조직원은 물론 하부 조직원도 상습폭행

이들 조직의 폭력 역시 조직적이고 잔혹했다. 타 조직원은 물론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로 하부 조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서울 금천구 등지에서 각종 대형유흥업소와 성매매업소 등을 운영하며 이권 개입과 관련한 폭력을 행사했다.

영업이익금 등 투자수익을 노린 일반인들도 이들 조직이 운영하는 불법 오락실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자 중 B(58)씨가 불법 오락실에 투자했으나 약속받은 영업이익금을 받지 못하자 급기야 부천지역 폭력배를 동원했다. 결국 서울 강서구 화곡동 ○○오락실의 게임기 이전 과정에서 부천지역 폭력배와 구로식구파 조직원 8명이 집단으로 뒤엉켜 패싸움을 벌였다.

유흥업소 이권과 관련한 집단 패싸움도 벌어졌다. 2009년 6월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구로식구파가 관리하고 있는 유흥주점에서 봉천동 지역 조직원이 업소보호 명목을 빌미로 난동을 피웠다. 이 난동은 두 폭력조직간 집단대치로 번졌다. 봉천동 지역 조직원의 난동에 격분한 구로식구파 조직원들이 둔기를 손에 쥐고 유흥주점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해 일대에 소란이 일었다.

이권개입뿐만 아니라 조직원 영입경쟁으로 인한 집단폭력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타 조직원이 구로식구파 하부 조직원을 포섭하려는 정황을 포착한 이들 조직은 2009년 5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 공원에서 패싸움을 벌인 것이다. 이를 비롯해 불법 오락실 등 업소를 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해 다수의 조직원이 필요하다고 여긴 이들은 조직원 영입을 위해 둔기 등을 동원해 가차 없이 폭행을 가했다.

이들은 조직원들에게도 수시로 둔기를 휘둘렀다. 2009년 11월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공원에서 불법 오락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며 하부조직원 5명을 둔기로 수십 회에 걸쳐 때리는 등 일명 ‘줄빠따’ 폭행을 했다. 하부 조직원들은 구로식구파 결성 이후 5~6년 간 지속적으로 수십 회에 걸쳐 무분별한 폭행을 당했으나, 저항이나 반발은 커녕 일방적 폭력으로 점철된 조직체계에 순응했다.


110억 원 부당수익으로 호화로운 생활

이처럼 대담한 범행을 저질러온 구로식구파는 수도권 일대의 불법오락실 33곳과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110억 원 상당의 부당 수익을 거뒀다.

불법 수익금을 밑천삼아 각종 대형 유흥업소와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며 조직의 위세를 과시하고 세를 결집했다. 또 이들 업소를 운영하며 세금을 탈루해 거액의 조직자금을 축적했다.

이들은 이 같은 범죄 수익금으로 고급 외제차와 아파트, 주유소, 부동산 등을 사들이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오락실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월 1억~1억 5000만 원 상당의 부당 수익을 얻으며, 성업 중인 불법 오락실의 경우 월 3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금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구로식구파의 범죄 수익금은 110억 원 상당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범죄 수익금 110억 원에 대해 법원에 몰수·보전을 신청하는 한편 달아난 조직원들을 추적하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경찰, 조폭에 뇌물 받고 눈 감았나

현직경찰관들이 구로식구파의 불법 오락실 운영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사실이 내사를 통해 확인될 경우, 구로식구파가 110억 원에 이르는 부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찰의 비호와 묵인이 있었던 셈이 돼 경찰도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직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구로식구파 활동지역 경찰 등 관련 공무원 10명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았다. 경찰은 구로식구파 조직원으로부터 “오락실 한 곳 당 경찰 뇌물로 건네지는 돈이 1000만 원에 이르고, 지구대 근무표를 받아 단속 경찰을 파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소방시설 점검을 무마하는 대가로 소방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원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확보해 사실 확인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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