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 선거 파동을 둘러싼 내홍이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기총 내부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고, 심지어 한기총은 내부 노력을 통한 자정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타락했으니 해체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금권 선거로 얼룩져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금권선거는 길자연 목사가 새 대표회장에 취임한 뒤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전 대표 회장인 이광선 목사가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현재의 한기총 선거풍토”라면서 “나 역시 금권 선거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어 길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장로회 합동 측 목사들도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 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한기총의 양심선언을 통한 자기반성으로 보이지만, 교단 내부의 알력 및 분열에서 터져 나온 잡음이라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듯 교회개혁실천연대(교개혁)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한기총 해체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기연실은 한기총 소속 교단들에 한기총 탈퇴를 요청 건을 정식 의결해 바로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기총 해체론은 기윤실 자문위원장이자 교개혁 고문인 철학자 손봉호(서울대 명예교수)씨가 제기한 것으로 그는 “한기총은 구제 불능으로 타락했기 때문에 자정론은 수사에 불과하며, 한기총 해체 운동에 대해 절대 다수가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개혁 사무국장인 남오성 목사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한기총은 정치-종교 유착으로 성장한 비정상 기구”라고 단언하며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기총은 소수 대형 교회를 대표하는 기구일 뿐”이라며 “더 이상 교회를 욕보이지 말고 스스로 해체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의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자정론도 촉구되고 있다.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는 최근 교회의 거룩성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한기총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더불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양대 기구로 66개의 교단과 19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개신교계 최대 단체다. 보수 우파를 대변해 온 한기총은 정치인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찾아갈 정도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이번 금권선거 및 불법 선거 파동은 법적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길 목사의 대표회장 취임은 불법이라고 주장한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한기총이 지난달 22일 임원 회의를 열어 비대위 소속 목사들을 자격정지및 제명하는 등 중징계를 가한 것이다. 이에 징계를 받은 비대위 소속 목사들은 한기총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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