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춘 알선하는 ‘음란전화방’


이미 오래전부터 성을 사고파는 연결도구로 변질된 ‘음란전화방’. 성매매 방지법이 발효된 지 어느 덧 7년, 그 후 전국 각지에 늘어난 음란전화방엔 남성들의 출입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음란전화방의 꽃으로 존재하는 여성들 역시 나이불문, 직업불문으로 늘어나고 있다. 서슬 퍼런 성매매특별법 단속에도 불구, 아직도 성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공간이 있어 직접 알아봤다.

여고생, 여대생부터 선생님, 간호사 심지어 가정주부들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들이 모인 그곳은 다름 아닌 전화방이다. 일반 홍등가의 아가씨들하곤 다른 느낌의 매춘을 하고 있는 위기의 여성들. ‘집장촌’에서 주로 이뤄지던 성매매가 특별법 시행 이후 각 주택가로 파고들면서 점점 음성화 되고 있다. 또 음란전화방은 이미 여러 가지 시각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성의 사각지대로 자리매김 했다.

한때 060으로 시작하는 음란전화 역시 사회문제로 비화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강력히 단속을 했고, 그 후 060이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새로운 수법으로 가장해 ‘교묘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060은 일반 전화번호를 이용해 우리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와 있다.


5분 안에 2차 약속

전국 시내 곳곳에 붙여진 음란전화방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걸면 무턱대고 회비 5만 원부터 입금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즉석 만남’을 암시하는 설명까지 곁들여준다. 즉, 업소 측에서 ‘성매매를 시켜주겠다’는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들은 직장여성, 여대생, 다방 종업원은 물론 가정주부들까지 회원으로 가입시켜 매매춘을 하고 있다. 각 업소들은 남성들로부터 회원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고, 여성들의 연락처를 넘겨준다. 결국 업소는 이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매매춘 중개업 역할을 한다.

업소 측에 회원가입을 하면 수많은 여성들과 쉴 새 없이 연결된다. 그리고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성매매 약속을 잡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여고생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여고생이라는 여성과 대화를 해보면 용돈이 궁해 알바를 하는 것이라며 나이와 학교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전화방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36·회사원)씨. 그는 “처음 전화방을 간 건 약 4년 전이고, 외로운 나에게 친구가 좋은 곳이 있다며 소개시켜준 곳이 전화방”이라며 “입장료는 2만3000원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대부분 전화방들은 반 평 남짓한 방에 포르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형 컴퓨터와 14인치 TV, 전화기, 1인용 침대가 마련돼 있고 자리 잡고 앉으면 담배한대 필 틈도 없이 전화벨이 울려댄다”고 설명했다.


경찰 단속 신경 안 써

최씨에 따르면, 전화방에서 중계를 해주는 사람은 성매매를 하는 사람의 신분보장을 위해 계좌로 돈을 보낼 때 제3자의 가명을 쓰게 한다. ‘나중에 그것을 암호처럼 쓰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도 빼먹지 않는다.

‘성매매 단속이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에 최씨는 “그래서 가명을 사용하는 것이고, 여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경찰한테 적발될 확률은 희박하다”며 “다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최씨는 이어 “우리나라에서 단속해 봤자”라며 성매매 특별법을 비웃었다.

최씨 뿐만이 아니다. 전화방을 비롯해 홍등가를 자주 이용하는 이모(39세·사업가)씨 역시 “아무리 강화된 단속일 지라도 현장을 포착하고, 돈을 주고받은 일까지 다 확인돼야만 매매춘이 성립되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단속은 그렇게 겁날 것이 없다”며 “이쪽(성매매)은 손바닥 보듯 훤한데 사기 안 당하게 여자랑 업소만 조심하면 된다. 경찰단속은 신경 안 쓴지 이미 오래”라고 설명했다.


성병 사각지대

‘여성에겐 돈, 남성에겐 성’이라는 무기로 유혹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한 남성들 말처럼 경찰 단속보다 무서운 것은 업체들의 사기행각이다.

하지만 업체가 사기든 돈이든무엇인가를 하려면 절대 빼먹을 수 없는 부분은 여자다. 수많은 전화방 그보다 더 많은 여자들. 과연 이들은 왜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30대 중반인 결혼 9년차 가정주부 한모(37세)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씨는 “직장이 없는 신랑 대신 애들 분유 값 벌려고 나온 것아니겠냐”며 “애들 학원비에 각종 공과금을 내는데도 어려움이 따르고, 친정이나 주변에 돈 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벼룩도 낯짝이 있는데 매번 빌리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신세를 한탄했다. 이어 “이런 짓(전화방 성매매)까지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게 남편과 자식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고 한숨만 나온다”며 “세상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방법이 이것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한씨가 어려운 경제 여건을 타계하기 위해 다른 직장에 도전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보긴 했지만 정작 오라는 곳이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답답한 마음에 집에서 부업이라도 하려고 일거리를 찾아봤지만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기엔 터무니없는 것들 뿐이었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전화 이용 하루 20만 원 가능 - 신종아르바이트’란 구인 전단지를 목격했다. 그 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덤벼든 곳은 다름 아닌 전화방. 한씨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얼마정도의 목돈을 쥐면 그만둘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씨에 따르면 이쪽 업계 종사하는 여성들에게도 속사정은 있다. 우선 한씨처럼 정말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든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전문적으로 성매매를 하려고 뛰어든 젊은 아가씨들도 많다는 사실. 성매매 발효법 제정 이전부터 사창가에서 성을 팔아오던 여성이나 현재 다방에 종사하고 있는 아가씨들이 전화방 여성회원의 대부분이다. 또 최근에는 여대생들도 상당수 늘어나고 있어 아줌마들은 경쟁력에서 많이 밀리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 남성들은 맘에 드는 여성과 색다른 쾌락을 위해 2차를 원한다. 하지만 이들 여성들은 성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단한 위험이 뒤따른다. 한씨 역시 “최근 가려움증으로 일주일 동안 병원에 다닌 적도 있다”며 “젊은 아가씨보다 남편이 있는 가정주부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주부들 일수록 성병 보균자일 확률이 적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은 짧게, 두 번째는 길게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 역시 화류계 아가씨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돈을 버는 만큼 소비가 헤픈 여성들이 많다. 특히, 여대생들일 경우 많게는 하루에 수십 만 원을 버는 이들도 있다. 그들이 자주 찾는 곳은 명품이 많은 백화점으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하는 명품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아가씨나 학생들은 그저 전화로 야한 농담이나 상대 남자의 자위행위를 도울 정도의 노력(?)만 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하루 8시간 정도 전화통화를 하면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의 수입이 보장된다.

하지만 2차를 원하는 여성의 경우, 통화를 길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최대한 짧게 통화해 빨리 만남을 갖고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여성들마다 원하는 것이 각양각색이다.

전화방을 애용한다는 권모(42세·무직)씨는 “여자들마다 요구사항도 다 틀리고, 가격도 다 다르다”며 “어떤 여자는 한번 하는데 10만 원, 또 다른 여자는 2번하는데 13만 원인데 조건을 처음 할 때는 짧게, 두 번째는 조금 길게 해서 1시간 안에 끝내는 것을 내걸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권씨는 “다 똑같은데 어찌나 시시콜콜 원하는 게 많은지, 거기(구강)로 해주면 추가 2만 원, 관계없이 만나기만 하면 5만 원”이라며 “웃긴 여자들 많다”고 덧붙였다.


‘음란 전화방’ 강력 단속해야

한편 대부분의 전화방들이 포괄적 의미의 성매매 장소로 탈바꿈을 하면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화방은 대화를 하는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다. 이젠 성매매 시장으로 연결돼 매춘으로 변질된 상황이다. 탈선의 온상이 되고 주부들의 개입으로 일부 가정까지 파괴하는 음란 전화방이 번성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

[마이너뉴스 배성철 기자] snim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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