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자들은 창업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고 소자본 창업을 위해 주택가를 주목하고 있다. 리모델링 붐이나 무점포 창업의 확산, B급 상권인 주택가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주택가 상권은 최근 들어 더 주목받고 있다. 주말 생활의 확대와 골목길의 재발견으로 단순히 ‘B급’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주택가 상권, 이면도로 등을 중심으로 생겨난 저렴한 가격의 스몰비어나 복고 트렌드를 앞세운 옛날통닭집, 분식전문점, 토스트 가게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주택가나 B급 상권 같은 경우 비교적 낮은 권리금과 점포보증금으로 A급 입지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실속 창업’의 한 단면으로도 볼 수 있다. 점점 우리의 생활 속에서 더 다양성을 띄어가고 있는 주택가 창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수제갈비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치훈(41세, 수제갈비 마산양덕점) 씨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그가 주목한 곳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이다.

이곳은 196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섬유공장이 있던 곳이다. 섬유산업의 부흥으로 한때는 큰 공단을 이루고 있던 곳이지만 2000년 주택가와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오면서 전혀 다른 상권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 가운데 소소한 먹자골목 이외에 상권을 사로잡는 특별한 외식 매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씨는 참숯직화갈비 전문점인 ‘수제갈비’ 매장을 오픈했다. 인근 주택가 상권의 가족 단위 손님이나 단체 손님을 맞을 만한 대형 점포로는 처음 상권을 선점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초기에 공략

이 씨가 처음 수제갈비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친구가 개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매장을 찾아가게 되면서부터다. 개업 효과도 있었지만 수제갈비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을 보면서 이 씨는 일단 놀랐다. 친구가 권하는 수제갈비를 먹고 난 다음 ‘돼지 양념갈비가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는 생각도 단숨에 바뀌었다. 그로부터 3일 뒤 직접 본사를 찾아가 가맹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사업의 가능성을 확고히 느끼고 내린 빠른 결정이었다. 이는 오랜 자영업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씨의 직감이었다.

원래 수제갈비 마산양덕점이 있던 곳은 먹자골목 끄트머리의 오리고기 전문점이었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일단 다른 매장보다 경쟁력이 조금 떨어졌다. 그러나 이 씨는 과감한 투자로 이러한 약점을 극복했다. 본사가 리모델링 창업을 권유하기 때문에 투자를 줄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인테리어 비용에 조금 더 많은 돈을 써 인테리어에서만 8천만원, 총 3억원을 가까이 투자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새로이 수제갈비의 문을 연 것이다.

150여 석 좌석은 두 개의 특징을 지닌 공간으로 나뉜다. 창가쪽은 하천이 내려다보이는 카페형으로 조성했고, 단체석 쪽은 아이들 공간을 만들면서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 편의성을 두었다. 다른 점포의 어린이 시절과 달리 작은 도서관과 수족관 등을 넣음으로써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씨는 자신의 성공 요인에 가장 큰 몫을 한 것을 맛으로 꼽고 있다. 2cm 이상 두툼한 스테이크 수제갈비는 전체 판매율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그 맛 때문에 다시 찾는 고객들도 많아 수익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먹자골목 끝자락에서 지역의 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수제갈비 마산양덕점은 월평균 1억 3500만 원 이상 올리고 있다. 특히 주말이면 줄을 서 제법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주택 상권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빠른 선점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었던 것이 성공의 주효한 포인트가 된 것이다.

분위기 조성이 원칙

서울 성수동은 2000년대 ‘서울숲’이 되면서 기존의 점포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상권이다. 수제화거리나 카페거리 등을 중심으로 '옛 골목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정확히 들어맞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오래된 주택가와 학교 등이 주변에 있고 작은 SOHO형 사무실들까지 있어 복합 상권을 이루고 있다.

성수동 카페 거리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이선철(33세, 브레댄코 카페성수점)는 가게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됐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곳 카페거리의 경쟁점들 사이에서 우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작년 12월 44평 규모의 가게를 처음 오픈한 뒤 그가 가장 신경쓴 두 가지는 매장의 분위기와 서비스였다.

그가 가장 주안점을 둔 고객층은 바로 30~40대 여성들이었다. 소비의 패러다임을 리드하고 있는 30-40대 주부, 골드미스 등이야말로 그가 주요 고객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고객들은 소문의 전파 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매장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내부 인테리어와 매장 분위기를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준비했다.

매장 분위기를 밝게 하기 위해 조명을 신경 쓰고 나무느낌이 물씬 나는 소품들을 이용해 건강한 빵을 추구하는 브레댄코의 브랜드 이미지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매장 음악을 준비하면서 30~40대 주부와 여성 직장인들로부터 안락함을 주는 동네의 보금자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물론 제품의 우수성도 매출 향상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Helth Trend'에 맞춰 개발한 천연효모 ‘된장발효종’빵은 브레댄코만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강점. 한국인들의 체질에 맞고 건강한 특허 발효종 빵은 인근 주택가 가족 고객들에게도 ‘밥 대신 빵’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된장발효종 빵은 풍부한 식이섬유로 소화가 잘되고 속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빵의 맛은 더욱 깊고 풍성하기에 식사대용으로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1인 가족, 소규모 핵가족 등이 늘어나면서 주택가 상권의 소비성향 변화와 적절하게 이어지게 된 것이다.

총투자비 1억 7천만 원 정도의 이 매장은 월평균 3500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택가 상권을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주택가 상권은 다른 상권과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분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같은 주택가 상권이라도 상권의 조성 시기, 주택의 형태, 인근 경쟁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매장을 오픈하기 전후로 끊임없이 상권 분석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주목할 점은 어떤 고객들이 주로 찾아오는지, 고객들의 재방문율은 어느 정도인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가상권의 가장 큰 강점은 평일, 주말에도 장사가 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드타운 상권에서는 평일 매출이 상당히 낮아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상권에 적절한 업종 선택이 이뤄져야 하며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까지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최근 주택가 상권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리는 전략은 주목할 만한 방법이다.

또한, 동네 상권이라고 해서 인테리어나 서비스를 대충 해서도 안 된다. 색다른 인테리어나 경쟁력을 지닌 특별한 메뉴,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갖추었을 때 주택가 상권 공략이 수월해진다. 그래야만 단골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장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고객들이 편안함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프랜들리 스토어(Friendly Store)’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택 옆 가게는 ‘또 다른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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