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으로 21세기 새롭게 등장하는 충돌의 양상을 읽어낸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오늘날 세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에 지리학적 통찰을 더하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도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발견한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 하름 데 블레이는 21세기를 읽는 키워드는 ‘지리학’이라고 말한다.

세계화를 옹호하는 담론으로서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문장만큼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을까.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공유하는 세계화의 기반이 지극히 제한적이며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출생의 우연에 의해 서로 판이하게 다른 환경에서 살게 되며 우리 중 일부는 평화와 안정을 누리는 지역에서 태어나지만 일부는 모국의 고질적 분쟁에 직면한다. 전 세계의 상호 연결성이 증대되면서 더 나은 곳으로의 이주가 가능해질지는 모르지만 이주 희망자들이 세계화의 장벽 안으로 진입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저자는 세계가 평평하다거나 평평해진다는 말은 ‘핵심부’를 차지한 지식인들에게는
고무적일지 모르나 세계화의 높은 장벽 밖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엘즈워스 헌팅턴이 20세기 중반에 내놓은 환경결정론은 이의 극단적인 사례다. 번영하는 문화권과 그 지역의 기후는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사계절이 뚜렷한 중위도 지역의 사람들은 세계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우위를 점해 주도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이는 중위도 지역의 사람들이 우월하다는 결론을 넘어 나치의 ‘지배 인종’ 이념까지 암시한다는 이유로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그 후 재러드 다이아몬드가[총, 균, 쇠]에서 특정 집단이 ‘여러 자연조건의 결합으로 유리한 환경적 기회를 잡아 장기간 수혜를 입을 때는 강점이 지속된다’라고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안고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세계의 본질을 읽고 기술의 변화와 흐름을 읽어 이에 대처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구의 역사부터 인류가 겪은 갖가지 사건들을 살피면서 각 대륙이 위치한 장소와 그 안의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공간에 대한 이해가 미래에 다가올 전 세계적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명쾌하게 서술한다.

왜 지금 ‘어느 때보다도’ 지리학에 주목해야 하는지, 지리학자의 세상보기는 세계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이책의 저자 하름 데 블레이는 미시건 주립대학 지리학과 교수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평생명예회원이자 미국 ABC TV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의 지리학 에디터로 7년간 일했다. 지리학을 토대로 세계의 상호 연결성에 대해 독특하고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세계의 지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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