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진시 원전 ‘잠재적 핵폭탄’


원전 강국으로 손꼽히는 나라였던 일본은 ‘원전 안전신화’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안전을 자부하던 일본 원전은 예측하지 못한 대재앙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문에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가 다시 부각되며 원전의 위험성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일본 원전 사태가 최악의 방사능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은 아닌지 그 실태를 짚어봤다.

국내 원전은 고리(4기)와 월성(4기), 영광(6기), 울진(6기), 신고리(1기) 등 총 21기가 가동 중이다. 총 설비용량은 1만8716㎽로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24.6%를 차지하고 있다. 3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 21기 모두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서해안에 위치한 영광 원전 6기를 제외한 15기는 동해안에 건설돼 있다.

원자력 발전은 원자핵이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핵 분열시 발생한 에너지로 인해 상승한 온도를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다량의 물이 필요하다. 원전이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

원전은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특성상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쓰나미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리 1, 2호기를 제외한 다른 원전은 쓰나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표면에서 10m 가량 높은 곳에 건설돼 있다. 고리 원전 1, 2호기는 다른 원전과 달리 7.5m 높이에 건설돼 안전성 강화를 위해 7.5m의 호안방벽을 원전 앞에 둘렀다.

국내 원전은 현재 지반가속도 0.2g(지진으로 실제 건물이 받는 힘), 규모 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 4호기는 지반가속도 0.3g, 규모 7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강진 가능성이 낮은 한반도의 지질 특성상 최상의 대비 태세”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는 이견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규모 6.5이상의 지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2년 전 판 교차지점이 아니었던 중국의 쓰찬 지역에도 지진이 일어났다”며 “역사상 국내에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이미 8번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전이 다수 분포돼 있는 경주 인근 지역에만 규모 6.5에서 6.7 사이의 지진이 서기 42년부터 770년까지 총 7건이 일어났다. 100년에 한번 꼴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셈이다.

지난 3월 17일 열린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과연 안전한가’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민간단체, 전문가, 언론 등이 함께 참여하는 방사능방재대책본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은 “국내 원전의 경우 노심용융이 되어도 격납용기 밖으로 방사선 노출이 되지 않아서 내부에서 냉각되는 설비가 있다”며 일본과 동일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방사선 물질이 유출될 경우 국내에는 요오드 치료제는 13만 명분, 세슘 치료제는 130명분만 비축된 상태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우려 증폭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원전노후화가 일본 도호쿠 강진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는 1971년 2월 가동을 시작해 설계수명 40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는 수명을 10년 연장했다.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2, 3, 4호기도 노후된 기종이기는 마찬가지다. 1985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후쿠시마 원전 1호기와 같은 GE사의 마크1(Mark1) 기종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노심 융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 원전인 효시인 고리 원전 1호기도 수명연장 됐다.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가 설계수명 30년이 지났으나 2008년 수명연장이 결정돼 2008년 1월부터 계속운전하고 있는 것이다. 고리 원전 1호기는 노후화 문제와 더불어 쓰나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국내에서도 10m 이상의 쓰나미가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바닷물이 원전 쪽으로 흘러 들어가면 심각한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또 고리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예상되는 피해는 극심하다. 이 같은 최악의 사태가 도래할 경우 인근 8km 거리의 부산시 기장군 10만 명과 울산시 울주군 3~4만 명을 비롯 반경 20km 안에 위치한 부산시 해운대구 정관면, 울산시 남구 시민 수십만 명의 방사능 피폭이 우려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국장은 “국내에 내진설계가 충분한지 살펴봐야한다. 2002년 증기발전소가 잘려나가는 등 안정성이 충분히 평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명연장이 진행되고 있다”며 “긴급한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국장은 “30년된 월성 1호기의 경우 수명연장 절차가 진행 중인데 안전평가서를 공개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리 원전 측이 밝힌 요오드 치료제는 5만8300여 명 분에 불과해 주민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은 “고리 1호기는 사람으로 치면 장기와 혈관까지 다 교체해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수명연장 여부 결정을 앞둔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내년 11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 원전 1호기는 압력관 교체작업을 위해 가동 중단된 상태로, 올해 6월에 재가동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는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 연장 가동하면 비용이 원전을 새로 건설하는 데 드는 2조∼3조 원의 10분의 1 정도로 줄기 때문이다.


신규원전건설 반대 움직임 본격화

하지만 인근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들은 독일정부의 사례를 들며 수명 연장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은 1980년 이전에 건설된 7개의 원전 가동을 지난 3월 15일부터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전면안전 점검에 들어간 것이다.

이와 함께 신규원전건설에 대한 반대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원전 추가 건설 후보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센 것. 원전 유치에 긍정적인 주민들까지 이번 사태로 인해 마음을 바꿨다. 삼척 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는 주민투표 관철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이미 원전이 들어선 고리, 영덕, 울진 등의 지역 주민은 물론 원전 건설 후보 부지의 주민단체도 반대 회의에 동참하는 등 반발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23.3% 수준인 원자력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41%까지 확대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은 반대 여론에 직면해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일본 강진으로 인해 백두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성호 부산대 교수는 “유라시아 판 내부에 백두산이 속해있어 일본 지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본 강진과 백두산 폭발 연관성이 낮다는데 이견이 없지만 ‘활화산인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주시해야한다’며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데는 입을 모으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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