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2007년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정아(39)씨가 자전 에세이집 '4001'을 출간했다.

제목 '4001'은 수감 시절 신씨의 번호다. 책에는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겼다. 예일대 박사학위의 전말,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62)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과정과 정치권 배후설에 대한 진실, 문화일보 누드사진 보도의 전말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62) 전 총리 관련 내용이다.

신씨는 책에서 정 총리가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정운찬 총장을 만난 것은 2005년 초여름이었다"며 "정 총장은 서울대 미술관을 공립미술관 같은 방향으로 운영하려면 젊고 추진력 있는 내가 적격이라고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고 털어놓았다. "'달랐다'의 의미는 혼란스러웠다는 뜻"이라고 확인했다.

정 전 총리가 밤 늦은 시간에 호텔 바에서 만나자고 하는 등 자신을 처음부터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여겼다. "정 총장은 나로 하여금 저절로 조심하는 마음이 들게끔 자꾸 빌미를 만들어냈다. 우선 정 총장이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신씨는 "서울대 총장이란 이 나라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는 자리"라며 "정 총장이 '존경'을 받고 있다면 존경받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적었다.

'신정아 사건'이 터졌을 당시 정 위원장은 신씨에게 서울대 교수직을 제안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신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정 총장은 나를 서울대에 영입하려고 한 적이 없다는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는데, 나는 정말이지 그 상황이 우스웠다"며 "나는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검찰이 무엇을 하는 집단이며 재판은 왜 하는지, 죄는 무엇으로 가리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씨는 1997년 무렵부터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2001년 예일대에 입학한 후 2005년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7년 동국대 교수 재임 당시 학위의 진위에 대한 논란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같은해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정됐다가 중도 하차했다. 그해 10월 학력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사문서 위조 및 업무상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된 뒤 1·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2009년 4월 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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