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사-H사, 한상률 전 국세청장 미국 체류비 지원 대체 왜?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한 전 청장이 미국에 머물 당시 S사와 H사 측으로부터 약 5억 원을 받은 사실을 최근 확인하고 대가성 여부를 캐고 있다. 한 전 청장이 뉴욕주립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23개월 머무는 동안 이들 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검찰은 돈 전달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전 청장의 측근 장모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에게 전달된 돈이 세무조사 무마에 대한 대가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은 이에 대해 “용역보고서를 작성해주고 받은 정상적인 자문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S사 측도 “연구 용역 자문료일 뿐 세무조사와 전혀 무관한 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S사와 협력업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고, H사 계열사들이 2008년 11월부터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총 2000억 원대 법인세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어 검찰은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H사의 입장도 S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H사 관계자는 “세무회계 법인을 통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정상적인 자문료를 지급했다”면서 “이는 세무조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정상적인 거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불미스러운 일로 미국에 머무는 한 전 청장에 자문을 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실질적인 자문 역할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재임 시절 업무 청탁과 관련한 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S사와 H사가 한 전 청장에 건넨 돈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장씨에 대한 조사가 핵심이다. 장씨는 지난 2007년 1월 한 전 청장의 지시로 서미갤러리에서 고(故)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직접 구입한 인물로, 현재 지방의 한 세무서장을 맡고 있다.

장씨는 앞서 이달 초 검찰에 소환돼 그림로비 의혹 등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1차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받은 돈의 출처와 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계좌추적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문료와 관련해 기업 측에 부당한 압력이 행사되지는 않았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S사 H사 같은 듯 다른 반응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지난 24일 “한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넨 대기업은 S사와 H사”이라며 “두 대기업은 돈을 건넨 시점에 세무조사를 받고 있거나 법인세 소송을 벌이는 등 국세청과 껄끄러운 관계였다. 국세청 업무와 관련한 청탁성 자금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하기 바란다”고 검찰의 엄정수사를 촉구했다.

또 해당 기업의 “대가성이 아닌 순수 자문료”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말이 무성하다. 정치권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 자문료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건넨 시기와 용도 그리고 자문 내용 등을 따져보면 한 전 청장에 억대 돈을 자문료로 줄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H사는 “한 전 청장에게 직접 돈을 준 적 없다”고 대가성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H사 관계자는 “기업의 특성상 세무와 법률에 관해 많은 곳에 자문을 구하고 자문료를 지급한다”며 “우리와 거래하는 여러 회계법인 중 한 곳이 한 전 총장과 고용 또는 계약으로 수임료를 줄 수 있지만 H사에서 직접 돈을 건넨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사의 반응은 다소 묘하다.

S사의 관계자는 “우리가 한 전 청장에 돈을 줬다는 말이 들리고 있는데, 그 문제는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라며 “아직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달리 해명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 등을 무마해준 대가성 돈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한 전 청장과 그런 관계가 형성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세무조사는 모두 정상적으로 받았고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한 전 청장이 조사 4국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당시 S사가 구 여권 인사들에 향응을 접대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에는 S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한 인물의 증언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을 살펴보면 당시 국회의원들이 해외에 방문했을 때 S사 현지 지사 관계자들이 의원들의 일정 안내를 도왔으며 이 과정에서 골프와 유흥접대가 있었다고 나온다. 만약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한 전 청장과 S사와의 관계도 의심의 여지가 다분하다. 공교롭게도 2004년은 한 전 청장이 서슬 퍼렇게 기업 세무조사에 열 올리던 시기다. “한 전 청장의 막강 파워는 조사 4국장 시절이 기반이 됐다”는 말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당시 S사가 한 전 청장의 눈치를 보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S사 수사 청와대 주시

S사가 해외에서 정치인들에게 접대를 했다면 비리 의혹투성이인 한 전 청장에게도 모종의 ‘친절’을 베풀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S사는 “절대 한 전 청장과는 연결고리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S사 관계자는 “한 전 청장과 2004년도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현재 확인이 쉽지 않지만 세무조사 무마 등의 특혜는 없었다”며 “해외에서 정치인들을 접대했다는 내용도 사실 확인이 안 된 부분이고 한 전 청장에 돈을 준 것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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