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자전 에세이 '4001' 출간 파문
신정아 자전 에세이 ‘4001’ 출간 파문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39)씨가 한권의 책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지난 22일 자신의 수인번호(囚人番號)인 ‘4001’을 딴 자전에세이를 발간하며 “오늘은 4001번과 헤어지는 날이다”고 말했다.
2007년 ‘신정아 사건’ 직후 최근까지 4년에 걸쳐 쓴 일기를 편집해 펴낸 이 책에서 신씨는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 전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 정치권 배후설 등에 관해 언급했다. 특히 변 전 실장,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전 국무총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저명인사의 실명을 거론한데다 폭로성이 짙어 파문이 예상된다.
책 내용 중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정 전 총리가 언급된 부분이다. 신씨는 정 전 총리가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
신씨는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고 언급하며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고 썼다.
이어 신씨는 “우선 정 총장이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며 “정 총장이 존경을 받고 있다면 존경받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언급했다.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거절했다고 언급한 신씨는 “다음번에 팔레스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아예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신씨의 주장에 대해 정 전 총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 전 총리측도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다”라며 일축하는 등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에 이어 이번 ‘신정아 논란’으로 입지가 난처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정아 논란’의 대응을 위해 동반성장위원장을 계속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씨의 책 내용을 놓고 진위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정 전 총리가 사퇴하게 되면 주장이 사실로 굳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신정아 파동이 있으면서 (정 전 총리는) 계륵이 돼버렸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트위터에서 “신정아 사건은 한국 지도자계층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우울한 사건이다.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한 여성의 자기과시욕에 휩쓸린 분들도 참 한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감추는 것 이제 와서 너무 구차스러워
책속에서 신씨는 변 전 청와대정책실장을 ‘똥아저씨’라고 표기하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신씨는 책 전반에 걸쳐 변 전 정책실장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변 전 정책실장과의 풀 스토리를 공개한 신씨는 출간기념회에서 “이 내용을 감춘다는 것은 이제 와서 너무 구차스러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변 전 정책실장과 ‘첫 관계’를 맺었던 것에 관해서는 “그날 여행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도저히 내 손으로 쓸 수가 없어 똥아저씨가 법정에 제출한 서면증언 진술서로 대신한다”며 변 전 정책실장의 서면증언 진술서를 그대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 변 전 정책실장에 관해 “속상하고 힘들고 아픈 적도 많았지만 행복하고 즐겁고 사랑한 시간이 더 많았다. 똥아저씨는 언제나 그 자리에 나를 위해 서있는 아빠였고, 친구였고, 한 남자였다”고 썼다.
변 전 정책실장이 신씨에게 쓴 이메일 내용도 공개했다. 공개된 이메일을 보면 변 전 정책실장은 신씨를 ‘보고 싶은 이쁜이’, ‘예쁜 공주님’이라고 불렀고, “매일 만날 수도 없고 보고 싶기는 하고”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을 만난 것 같네. 복권 당첨된 게 확실하군” 등의 표현을 썼다.
신씨는 또 “똥아저씨와 나는 사람들에게 우리 관계를 ‘예술적 동지’로 표현하고자 했지만 사실 예술 이야기는 거의 한 적도 없었다. 똥아저씨는 처음에 나를 꼬시려고 예술에 관심이 있는 척했지만, 나를 자빠뜨리고 난 후에는 예술의 ‘예’자도 꺼내지 않았다”며 거칠게 표현하기도 했다.
전직 기자 C씨, 택시가 출발하자 껴안아
신씨는 또 책에서 ‘전직 ○○일보 C기자’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신씨는 저명 인사의 대부분을 실명으로 처리했으나, C기자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처리했다.
신씨는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부르다보니 어쩌다 몸이 약간씩 부딪히는 일이 있었는데, C기자는 그럴 때마다 내게 아주 글래머라는 소리를 했다”며 “C기자는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아예 더듬기로 한 모양이었다. 허리를 잡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손이 다른 곳으로 오자 나는 도저히 구역질을 참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로 피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C기자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달려들어 나를 껴안으면서 운전기사가 있건 없건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웠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2007년 국정감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모 의원이 해당 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공개한 원고와 같은 내용이다.
C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정아씨 자서전에 거론된 전직 기자 C씨 내용은 악의적인 거짓말이며 해당 출판사는 물론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굉장한 명예훼손이다. 법적으로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신씨를 취재했던 것은 사실이나 책 속에서 문제가 되는 성추행 부분은 신씨의 상상에 의한 거짓말과 악의적 왜곡이다”라고 주장했다.
신정아 외할머니는 누구… 의혹 증폭
신씨는 책 속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관해서도 썼다. 하지만 ‘청와대 그림 로비’ 의혹 등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외할머니 소개로 만난 노 전 대통령이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고 하시면서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한번 세상에 나서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셨다”고 언급했다. 또 “몇 번 나의 코멘트를 들어본 대통령은 홍보나 대변인 같은 일을 해도 잘하겠다고 하셨다”고 썼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블로그를 통해 신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양 전 청와대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은 신씨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은 큰 틀이나 최종 문안에 대해 지침을 주는 시스템이다. 노 대통령 스타일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신씨가 청와대 인사 대상에 올랐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모두 청와대 내부를 너무 모르는 사람의 자작극 같은 이야기”라고 딱 잘라 말했다.
신씨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외할머니로 이어졌다고 책 속에서 밝혔다. 때문에 신씨의 외할머니가 누군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신씨는 책속에서 외할머니에 대해 “나의 외할아버지는 재야 운동을 하셨던 분이고, 외할머니는 당시 ‘신여성’으로 불리곤 하던, 흔치 않은 여성 지식인이었다고 한다”고 썼다. 또 “볼살이 없어 홀쭉하신 외할머니를 대하는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 그렇게 따스한 얼굴이 있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신씨의 외할머니가 ‘전 영부인 A씨’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신씨의 자전 에세이를 펴낸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는 “외할머니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바가 없으며 나도 궁금해 신씨에게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알려주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 전 대통령 측 역시 이 같은 추측에 대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딱 잘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관계 유력인사, 언론인의 부적절 행태를 담은 신씨의 자전 에세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자전 에세이를 쓴 신정아의 심리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기 과시욕과 분노심이 함께 존재하는 것
신씨는 ‘치유의 방법으로 글쓰기를 택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과 전문의는 “신정아 혹은 특정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가 그사람의 심리상태나 정신상태를 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신 일반적으로 자기 과시욕이 심하거나 자신의 치부를 들어냄과 동시에 남을 공격하려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를 말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기 과시욕과 더불어 분노심이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이런 경우의 사랑은 남과의 진정한 교제라기보다는 자기애적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내면적으로는 상대방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크지만, 어릴 때 배척받은 느낌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간혹 이런 경우, 여자들이 남자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다가서는 것은 잘하지만 진정한 관계는 피하게 된다”며 “성적인 점에서 비윤리적인 태도를 보이며, 성에 대한 심각성이나 윤리 의식보다도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랑받고 싶은데 좌절되면 분노심이 긴다. 이를 해결 못하면 정신이 불건강해지는데 이는 두 가지 형태로 발전한다. 우울증처럼 자신을 해코지 해 분노심을 푸는 경우와 남을 공격하고 시비를 붙이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신정아 ‘4001’ 각종 논란에도 불티
신정아 자전 에세이 ‘4001’이 각종 논란 속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신씨의 책은 발간 하루 만에 초판 5만부 가운데 2만부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이틀 만에 5만부 모두 팔려나갔다.
예스24에서 판매 실시된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총 누적 판매량은 약 3500여권이다. 신씨의 책은 지난 23일 일간 판매량으로 종합 1위를 기록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교보문고에서는 24일까지 온 오프라인에서 2200부가 팔렸다.
YES24에 따르면 초기 판매에서는 40대 남성 판매 비중이 높게 형성됐던 반면 지난 24일부터 20~30대 여성들의 구매로 이어지며 점차 전 연령층으로 확대됐다. 또 교보문고가 24일까지 집계한 ‘4001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40대가 전체 구매자의 30%에 육박하며 특히 50대 남성이 17.4%로 가장 많이 구매했다.
YES24 관계자는 “수요에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며 “독자들이 출간을 기다리는 해리포터 같은 시리즈물이 아니고서야 이런 경우는 흔치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4001 같이 폭발적인 판매고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출판사 사월의책도 서점가의 주문 쇄도에 급히 2~3만부 추가 인쇄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출판사 관계자들은 ‘4001’이 “베스트셀러는 되도 스터디셀러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신씨는 자전 에세이를 통해 수억 원의 인세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책값이 10%를 인세로 받게 되는데 5만부 매진의 경우 신씨는 인세로만 약 7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계약금까지 포함해 수억 원 대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