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을 위한 단체인가….”농협중앙회의 ‘판매장려금’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앙회가 농약 등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1100억원대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회는 판매장려금을 받아 지역농협의 조합사업비로 배부, 농민들이 농약 등을 구입하는데 그만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농협의 판매장려금은 농약 등 제조회사들이 관련 제품의 판매신장을 위해 관행적으로 농협을 비롯 대규모 도매상 등에 판매가의 일부를 지원하는 비용이다. 농협의 판매장려금은 그 품목에 따라 판매가의 10%에서 최고 25%에 달할 정도다.최근 감사원이 발간한 ‘2003년 감사연보’에 따르면 중앙회는 지난 2002년 9개 농약제조업체들과 납품계약을 하면서 453억원의 판매장려금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중앙회는 최근 3년간 총 1043억원의 판매장려금을 농약 업체로부터 지급 받아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앙회는 또 비닐하우스용 필름에 대해서도 판매장려금을 받아왔다. 감사원에 의하면 중앙회는 지난 2002년 21개 비닐하우스용 필름 생산업체들과 납품계약을 체결하면서 판매대금 중 취급관리비 8억원 외에 판매장려금으로 30억원을 지원받는 등 최근 3년간 총 57억원의 판매장려금을 챙겨왔다.감사원은 “중앙회는 1100억원대의 판매장려금을 받아 지역농협에 배부하고, 지역농협은 이를 조합사업비로 사용했다”며 “이런 판매장려금이 농약 판매가격으로 전가돼 농민들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부담금·기부금품 등 부과모금 및 집행 실태’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감사결과, 이같은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적발이후 농협중앙회에 ‘판매장려금 지급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해 농약 및 비닐하우스용 필름 판매가격을 인하 조정하는 등 농민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적발 이전부터, 판매장려금 문제는 농민단체 등으로부터 폐지요구가 제기돼왔다. 농민단체들은 “농약 등 농업 관련 제품의 가격왜곡을 초래하는 농협중앙회의 각종 판매장려금으로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도 “농협이 제조회사와 도매상 등으로부터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판매장려금으로 지급 받아 이로 인한 부담이 농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런 판매장려금 문제는 농협중앙회의 자재 구매방식의 문제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중앙회는 영농자재 및 농업관련 생활물자를 일률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그리고 구매된 자재들은 지역농협 등을 통해 농민조합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장려금 등으로 인해 농민들은 “일반 시중 판매상들에 비해 비싸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민단체에서는 “지역농협 등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탄력적인 구매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지역농협이 제조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중앙회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 수 있도록 구매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판매장려금은 수익차원이 아니라 농가에 전액 환원되는 비용”이라며 “이미 중앙회에서는 판매장려금 폐지를 시도하려 했으나 현재 시장관행상 한계가 있다. 실구매원가제(출고가격-판매장려금-현금할인율)를 도입, 판매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장려금은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농협에서 파는 일부 농약의 제품들이 일반 시중가보다 비싸다는 농민들의 불만을 알고 있다”며 “이는 일부 부도덕한 판매상들의 농간일 뿐이다. 판매상 일부가 농협에서 파는 제품에 대해서는 일부러 싸게 팔고, 농협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비싸게 팔아 마진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농협이 농업용 면세유류 판매액의 2%를 취급 수수료 명목으로 농민들로부터 징수할 방침과 관련, 농민단체 등에서는 ‘판매장려금’문제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단체에서는 성명을 내고 “최근 1년 사이 면세유 공급가격이 20%이상 오른 가운데, 판매액 수수료를 추가로 농민들에게 부과하는 것은 어려운 농촌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며 “농협이 일부 정유사들로부터 판매장려금까지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민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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