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정 성매매 여성들 ‘쇼생크 탈출’


사채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며 여성들을 일본 보도방으로 보내 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해 월 평균 3억5000만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업주 안모(37·여)씨는 국내 마담들로부터 사채 빚에 쫓기는 여성들을 소개받아 일본으로 유인했으며, 브로커겸 사채업자인 김모(38)씨를 통해 기존 채무를 변제해주는 수법으로 여성들을 모집해 일본 현지로 보낸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 피해 여성들은 현지 보도방 지배인인 김모(41)씨로부터 여권을 빼앗기고, 현지 사채업자인 고모(42)씨로부터 철통감시를 받으며 성매매를 강요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여성들은 노예와도 같은 생활을 하며 성매매에 내몰렸지만 돈은 단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했다. 안씨 일당의 파렴치한 범행 속으로 들어가 봤다.

안씨는 일본 도쿄에서 ‘마이걸’ ‘에스코트’ ‘파트너’ 등 세 곳의 보도방을 운영했다. 안씨가 운영하는 보도방은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불특정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곳이었다.

안씨는 자신이 20대에 일본에서 성매매한 경험을 보도방 운영에 십분 활용했다. 국내 마담이나 지인들을 통해 사채 빚에 쫓기고 있는 여성들을 소개받아 “일본에 가서 가벼운 마사지만 해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유인했다. 70여명의 여성들은 사채빚을 갚아준다는 말에 2008년 10월부터 하나 둘 씩 일본으로 건너갔다.


“성을 파는 기계같았다”

안씨는 소개받은 여성들 중에서도 외모가 뛰어난 여성들에게 사채빚을 갚아준다고 유인해 현지로 보냈다. 또 면접을 통해 성매매 여성을 고용, 월 이자 10%의 조건으로 6000만 원을 줬다. 하지만 피해 여성들의 일본 생활은 ‘짧은 기간 내에 큰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안씨의 말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안씨 일당은 여성들이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았다. 또 일명 ‘코털’로 불리는 폭력배는 여성들이 외부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삼엄하게 감시했다. 월 10%의 고리 이자에 피해여성들의 빚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안씨 일당은 피해 여성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하기 전까지 성매매대금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한 피해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50일 가량 일하고 4000만 원을 벌었지만 빚을 갚지 못해 모두 다 줘야했다. 더구나 반복되는 성매매에 몸이 버텨내질 못했다”고 진술했다.

안씨 일당은 피해 여성들을 등장시킨 성매매 홍보물을 제작해 인터넷으로 성매수남을 끌어 모았다. 이들은 또 피해여성들에게 하루 평균 5번 이상의 성매매를 시켰으며 많게는 하루 10번이나 성을 팔도록 강요했다.


일거수일투족 감시체제

이들 업소는 출장 성매매를 하는 일명 ‘데리바리’로 피해 여성들을 손님이 부르는 곳으로 보내 성매매를 시켰다. 손님이 있는 호텔이나 모텔을 갈 경우, 운전기사 겸 감시자를 대동시켰다. 사실상 감시가 24시간 내내 이뤄진 것이다.

더구나 이들 일당은 피해 여성들에게 몸이 아파도 쉴 수 없도록 했고, 피임도구 사용도 금지 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성매매를 계속 강요했다. 때문에 피해여성들은 성병과 에이즈(AIDS)에 대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안씨 일당은 수칙을 세워 지키지 않을 경우 상당 금액을 벌금조로 빼앗았다. ‘11시까지 준비를 마치고 전화하기, 새벽 4시까지 화장을 지우지 말 것, 새벽 4시 이후에도 일을 보내도 토 달지 말고 가기, 방 호수·호텔이름 몇 번씩 물어보지 말 것, 손님에게 전화가 올 수 있으니 화장실에 갈 때에도 휴대 전화 갖고 다닐 것’ 등이었다. 이를 어길 경우 무조건 2만엔(한화 약 27만 원)씩 벌금으로 걷어갔다.

안씨 일당은 화대를 넣은 입금봉투를 매일 오전 10~11시 사이에 수금했다. 금액과 이름 등이 기재된 이 입금봉투도 월별로 모아 보관·관리했다. 그리고 장부에 성매매여성 이름, 성매수 남성 이름, 호텔과 룸 호수, 전화번호, 성매수 시간, 가격을 꼼꼼히 기재해 월별로 나눠 관리했다. 또 안씨는 현지 지배인인 김씨에게 매달마다 1000만 원을 주고 여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는 등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았다.


2년간 84억 원 챙겨

성매매에 내몰렸던 70여 명의 여성 가운데 2명이 빠져나와 일본주재 한국대사관에 신고를 했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휴대전화로 신고한 것이다. 이 중 한 여성이 감시의 눈을 피해 몰래 촬영한 ‘성매매 강요 현장’을 촬영한 휴대폰 동영상을 경찰에 넘겨 경찰이 업주 안씨와 사채업자 김씨를 검거했다.

한 피해여성은 경찰조사에서 “아프다고 해도 성매매를 계속 강요당했다. 오히려 돈을 갚고 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마치 나는 성을 파는 기계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조사 결과 안씨 일당은 회당 최소 2만엔(한화 약 27만 원)에서 최고 6만엔(한화 약 8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월평균 3억5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2년간 84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일본에 체류 중인 지배인 김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및 일본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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