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씨모텍 김모 대표이사 자살 내막

코스닥 상장사인 씨모텍의 김모 대표이사가 지난달 26일 자살해 증권가를 술렁이게 했다.

김 대표가 자살하기 이틀 전인 24일 씨모텍은 2010년 재무제표 감사 결과 회계법인에서 ‘의견거절’을 받았다. 이는 상장폐지 사유로 씨모텍은 이날 거래정지됐다. 씨모텍의 사태가 시장에 미친 충격은 컸다. 씨모텍이 올해 1월 연구개발 목적으로 287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씨모텍은 노트북에 연결해 이동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와이브로, HSDPA 등을 개발해 온 통신 전문 회사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사업 확장의 잇따른 실패와 주가조작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서서히 늪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2002년 직원 7명으로 설립된 씨모텍은 USB 무선 모뎀을 세계 최초로 만든 회사로, SK텔레콤의 ‘T로그인’ 단말기 중 상당수가 이 회사 제품이다. 국내의 SK텔레콤을 비롯해 호주의 텔스타, 뉴질랜드의 텔레콤뉴질랜드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업자들이 주요 거래처였다.

씨모텍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일요서울]은 당시 씨모텍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종화 전 씨모텍 대표의 먹튀 의혹과 주가조작 소문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제859호 참고) 왜 씨모텍은 코스닥 퇴출이라는 사약을 받게 된 것일까.

지난해 10월 경 증권가에는 차세대 통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4이동통신사 사업과 관련해 “주식시장의 초대형 먹튀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사업초기부터 증권가를 뒤흔들었다.

‘사업 참여’ 재료만으로 주가가 900% 오르는 종목이 나오는 등 관련 주들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당시 이 사업에는 디브이에스코리아, 자티전자, 스템싸이언스 등 5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이 사업을 두고 “사업의 배후에 알 수 없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의심어린 시선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큰 형 이상은씨의 사위인 전 전 대표가 이 사업에 참여했다가 갑자기 발을 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여러 추측들이 나돌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전 전 대표는 지난해 초 나무이퀴티 대표 시절 씨모텍을 인수하며 증시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지난해 7월말 돌연 사직했다.

전 전 대표는 씨모텍에 재직할 당시 KMI의 제4이동통신사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표는 씨모텍 인수 초기 전기차 사업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끈데 이어 제4이동통신에 관여하는 등 정부정책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동시에 전 전 대표의 역할론에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후 이 사업이 주식시장의 최고 유망주로 떠오르며 씨모텍의 주가도 덩달아 급등했다.


알 수 없는 배후 의혹

하지만 전 전 대표는 갑자기 씨모텍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연이어 나무이퀴티 대표직도 내놓았다. 그 뒤를 이어 김 대표가 나무이퀴티와 씨모텍을 지금까지 끌어 왔다.

전 전 대표의 사직 배경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지만 증권가에서는 추측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전 전 대표가 이끄는 회사의 주식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등 구설수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사직했다는 말이 들린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전 전 대표가 핵심권력의 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자신에게 집중된 세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고도 한다.

이에 대해 씨모텍 측은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전 전 대표는 회사의 방향과 개인이 원하는 방향이 서로 맞지 않아 개인적 판단에 의해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중에서는 사퇴와 관련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근거 없는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전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시세차익만 보고 빠지는 일명 ‘먹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처음부터 KMI 사업은 그 실체가 분명치 않았다. 컨소시엄 참여업체에 대한 부분도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데다 출자총액에 대해서도 수시로 말이 바뀌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이지만 초기에는 주식시장 최고 기대주였다.

씨모텍은 초기 기대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이후 컨소시엄업체들의 제4이동통신사 사업 불참선언 등 KMI를 둘러싼 문제가 하나 둘씩 불거지면서 10배 가까이 올랐던 KMI관련 주식은 반 토막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공교롭게도 전 전 대표는 끝없이 치솟았던 KMI관련 주식이 하루가 무섭게 바닥을 향해 떨어지던 시기에 갑자기 사직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이 시점에 전 전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KMI와 관련된 중요 정보를 입수하고 빠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전 전 대표가 이 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보고 갑자기 빠진 것도 석연치 않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은 또 있다. 이 대통령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A사도 이 사업에 참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회사 역시 KMI사업 참여 소문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당시 A사는 KMI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 “아직 그 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증권가 음모론 확산

당초 KMI의 최대주주는 삼영홀딩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영은 출자금액 문제로 KMI와 갈등을 겪다 최종적으로 사업에서 빠졌다. 대신 떠오른 회사가 바로 A사다. 이 회사는 KMI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갑자기 자티전자가 최대주주라고 공식선언을 해 투자자들 사이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MI 대주주가 졸속으로 구성되고 또 이 구조가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바뀌는 상식이하의 작태를 보여 주가조작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뿐만 아니라 확정될 때가지 아무 것도 공개할 수 없다던 주주명부 역시 공공연하게 소문을 타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을 초래했다. KMI에 대한 사정당국의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유망한 핵심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가 전무한 것도 의문으로 제기됐다. 우리나라 굴지의 통신재벌인 KT, SKT, LGT는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전자업계 1위인 삼성전자도 사업 참여를 검토했다가 불참을 잠정 결정했다. 대신 삼영홀딩스, 디브이에스, 자티전자 등이 사업에 참여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증권가에서는 “KMI 사업을 통해 장난치고 있는 ‘배후세력’이 존재하는 게 틀림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주식 전문가는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에 “제4이동통신사 사업의 배후에는 엄청난 세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경쟁사의 견재나 언론이나 정치적 부담 때문에 지금 나서지는 못하고 만만한 기업을 옥좌에 앉히고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실력자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MB 조카사위 권력형 게이트되나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전 전 대표에 대한 의혹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때 전 전 대표는 국감출석을 앞두고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국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이때 국감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 전 대표의 ‘먹튀 의혹’과 더불어 KMI 사업 청와대 개입 정황 등을 폭로해 국감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최 의원은 이날 “제4 이동통신사와 관련 지난 7월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과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폭로하고 그 증거로 KMI 관계자들 사이에 “다음 주 수요일 이동관·최시중 회동에서 삼영문제 해결. 그날까지 완성자료 요청”등의 내용으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또 최 의원은 “청와대가 전 전 대표의 ‘먹튀’를 종용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전 전 대표와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주목받자 청와대에서 직접 제4 이동통신사업에 관한 내사를 벌여 주가 폭락직전 전 전 대표의 씨모텍 대표 사직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씨모텍은 자본금 70억 원, 시가총액 662억 원, 매출 745억 원, 당기순이익 -113억 원, 부채비율 179%로 작년 신용정보회사 신용등급평가에서 BB등급을 받은 부실 업체였다. 그런데도 지난 6월 전 전 대표가 KMI에 9.76%의 지분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KMI와 씨모텍은 MB테마주가 된 셈이다.

당시 국감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학 동문이자 KMI의 투자자이기도 한 ‘C&S자산관리(구 신천개발)’ 구천서 회장의 ‘먹튀’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전 국회의원이기도 한 구 회장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적극 지원했던 인물로 꼽힌다.


다음 청문회에서 진실 밝혀야

최 의원에 따르면 C&S자산관리와 자회사인 DVS는 KMI에 각각 9.5%(800억 원)씩 지분을 참여했다가 며칠 후 갑자기 빠졌다.

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구천서씨가 대표로 있던 신천개발이 ‘4대강 테마주’로 급부상해 1300원에서 며칠 만에 6150원까지 급등했다”면서 “구씨는 지분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공시했지만 그로부터 4일 후 65만1539주(9.12%)를 매각해 주가 폭락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3년 후 C&S자산관리가 KMI에 신규주주로 참여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구 회장은 주가가 1265원으로 정점을 찍은 지난 9월 5일 321만565주(5.11%)를 매도해 24억 원 정도의 매매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대주주의 지분 매각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급락,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개미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KMI의 사업허가 신청, 전 전 대표의 갑작스런 씨모텍 사직, 주가가 요동친 시기, 주식시장의 조문 등을 조합해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편 씨모텍이 지난 1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287억 원의 행방이 미스터리다.

유상증자를 주간한 동부증권 등에 따르면 씨모텍은 287억 원의 유상증자 대금중 100억 원으로 서울저축은행과 드림저축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임금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0억 원은 지난해 4월말 발행한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용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풋옵션 행사시 상환용이기 때문에 여기에 자금이 사용됐다고 보기 힘들다.

씨모텍 최대주주인 나무이쿼티는 인수 당시 사채 50억 원을 빌린데다 지난해 7월 제이콤 인수 시에도 추가로 자금을 빌렸다. 이에 과다한 채무로 인해 증자대금까지 압류당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씨모텍 최대주주 나무이쿼티는?

지난 2009년 씨모텍 인수의 출발점은 현재 씨모텍의 최대주주인 나무이쿼티다. 김 대표가 대표까지 맡은 나무이쿼티의 실체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씨모텍 직원들 중에도 나무이쿼티에 대해 아는 이들은 드물다.

나무이쿼티는 지난 2009년 7월에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로 알려진 전모씨가 설립한 자본금 5000만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위한 특수목적기업(SPC)으로만 알려져 있다.

나무이쿼티는 같은 해 11월 이동통신용 데이터모뎀을 생산하는 코스닥상장사 씨모텍의 최대주주와 매각협상을 벌이던 태창기업의 인수계약을 승계, 씨모텍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인수대금은 300억 원이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M&A분야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나무이쿼티의 실제 주인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나무이쿼티의 씨모텍 지분율은 6.44%로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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