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농협개혁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지역 농협의 ‘시·군 범위내에서 1구역 1조합’원칙을 폐지키로 결정, 전국 1,330여개의 지역농협이 구조개혁 태풍에 휩싸이게 됐다. 그간 지역농협은 ‘구조개혁’, ‘조합장 선거’, ‘조합 직원들의 인사·급여’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일요서울>에서는 농협개혁에 대해 총 5회에 걸쳐 진단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그 세 번째로 ‘지역 농협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40여년의 농협 역사중에서 지난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구미 장천농협과 파주 교하농협 조합원들이 조합 부실운영을 보다 못해 스스로 조합 해산을 결정했다.이를 계기로 지역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났고, 결국 정부도 농협개혁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최근 농림부는 농협개혁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농협법 정부안에 따르면, 우선 지역농협의 구조개혁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는 ‘지역농협의 읍·면단위를 기준으로 1구역 1조합 원칙’을 폐지하는 등 지역농협간 경쟁 및 합병을 유도하고 있다. 각 조합간 고객확보와 경제사업 등을 두고 경쟁함으로써, 지역조합간 자연스런 통폐합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농민과 농민단체에서 그간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부분이다.영세한 지역농협의 경우 수익증대를 위해 고금리를 유지해왔으며, 적자가 나는 경제사업(영농자재 구매사업, 농산물 판매사업 등)을 도외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지역농협은 농민과 조합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따라서 농민들과 농민단체들은 ‘지역농협의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즉 지금의 영세한 읍·면농협으로는 상호금융 금리인하 및 경제사업 활성화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농민단체 관계자는 “경제사업의 활성화와 신용사업(은행업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역농협의 통폐합이 시급한 과제”라며 “‘1시군 1농협’등 지역농협의 광역화 및 전문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하지만 농민과 농민단체들은 지역농협 통폐합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농협은 현재 1,330여개로, 농민회원만 200만명에 이른다. 농림부는 이중 구조적으로 취약한 일부 지역농협이 통폐합돼, 3∼4년 뒤에는 500여개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강제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단순히 실적쌓기용’으로 시군 행정구역 단위의 천편일률적인 통폐합을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통폐합은 농민 조합원간 인화단결 및 시너지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중앙회 관계자도 “현재 지역농협의 경우, 조합원의 고령화와 조합원 수의 감소로 신용·경제사업이 영세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지역농협이 군단위로 통폐합될 경우, 조합원간 친밀감과 참여도가 더욱 낮아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구조개혁과 함께, 지역농협의 가장 큰 개혁과제로 ‘조합장 선거’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시절에 농민단체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농협 조합장 선거가 제일 타락해 있다”고 밝힐 정도로, 농협조합장 선거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농림부와 농민단체에서도 농협법 개정을 통해, 조합장 선거체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지역조합은 직선제로 선출된 조합장이 모든 경영권을 갖는 시스템이다.

직선 조합장들은 인사권을 포함, 경영전반에 막강한 실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가 타락과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관계자는 “농협 조합장들은 지역 사회에서 농업금융 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막대한 선거비용을 들여서라도 조합장에 당선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수수가 관행화되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조합장 출마조건을 강화하는 등 선거제도의 개선을 통해 폐단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림부도 조합장 선거와 관련, “지역조합의 전문경영인(CEO)제도 도입 및 지역 조합장 선거관리를 선관위에 위탁하며, 외부 회계감사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즉 상임 조합장의 연임을 2회로 제한키로 하는 한편, 직선 지역 조합장 선거 관리를 시·군·구 선관위에 위탁기로 한 것이다.

이런 농림부 방침에 대해서 일부 농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 불법·타락은 잘못이다. 하지만 조합원 선거의 자율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며 “지역조합의 전문경영인(CEO)제도 도입 및 조합장 선거 선관위의 위탁 등으로 인해 정부나 중앙회의 간섭이 커질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조합장 선 거타락의 근본적인 문제는 조합장 보수가 높기 때문이다”라며 “규모가 큰 지역농협의 경우 조합장 보수가 1억∼1억5,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업무추진비·농경활동보조비 등을 합치면 연간 2억∼3억원을 조합장이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역조합 선거와 함께, 지역농협 직원들의 급여제도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농민들은 “농민은 도탄에 빠져 있는데 일부 지역조합장 등이 억대의 연봉을 수령해 가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억대 연봉 등은 일부 지역농협에 국한된 일이다. 영세한 농협 조합장의 연봉은 5,000만∼6,000만원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의 연봉들도 다른 은행 및 기업과 형평성을 고려, 적정하게 책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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