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생산직과 사무직을 포함한 평균 연봉은 9700만 원이다. 억대에 육박한다. 제조업 평균임금 4271만 원의 두 배나 되고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8318만 원 보다 높다. 올 들어 현대차의 매출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는 7-8월 무려 30% 가까이 감소했다. 50%에 달했던 국내 시장 점유률도 일본차 등 외체차들의 공세로 38%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10일 찬성률 78%로 파업에 들어가기로 가결했다. 노조 측은 임금 15만9900원 인상, 당기 순익중 30%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한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16일 기본급 인상 및 현대차와의 임금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71.8%로 파업에 찬성했다. 현대와 기아차가 파업에 들어가면 4년 연속 파업기록을 세운다.

1인당 연봉이 7000만 원대인 광주광역시의 금호타이어는 8월 중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은 작년에 비해 반토막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회사 측은 노조와의 협상에서 임금인상률이나 임금피크제 실시 연기 등의 노조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은 올해 성과급을 실적이 나오기 전에 1인당 150만원씩 확정해달라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노조의 존재 목적은 조합원의 임금과 복지 증진에 있다. 그러나 노조가 회사야 망하든 말든 고임금 고복지나 챙기려 든다면 끝내 회사와 노조는 공멸하게 된다. 노조의 극성으로 파산위기로 내몰렸던 미국 자동차 빅3의 흉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빅3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를 말한다. 이 셋 중 GM과 크라이슬러가 2008년 파산 상태로 빠졌다. 그들의 몰락 원인은 강성 노조, 무능한 경영진, 경쟁력 상실 제품
등에 있다.

특히 노조의 요구는 도를 넘었다. 강성 노조인 ‘미국자동차노조(UAW)는 수십년간 최고 수준의 복지와 의료보험 혜택을 누렸다. 노조원은 높은 임금에 회사를 퇴직해도 연금혜택은 물론 의료보험 특혜도 받았다. UAW는 조합원들이 공장 생산라인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며 파업까지 벌인 바 있었다. 빅3는 연간 수백억 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노조의 투쟁에 눌려 구조조정도 하지 못한 채 노조에 끌려다니며 망해가고 있었다.

결국 2008년 빅3는 부도위기로 내몰렸다. 노조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붕괴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UAW는 실직 노조원에게 급여의 95%를 주는 ‘일자리 은행’을 폐지하고 시간 당 임금도 75달러에서 당시 도요타 수준인 45달러로 내리기로 했다. 론 게텔핑거 UAW 위원장은 “부도나는 것보다 계속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이 낫다.”며 노조원들에게 기득권 포기를 호소했다. 노조 측의 반성과 뼈를 깎는 자기희생으로 GM과 크리슬러는 2008년말 연방정부로부터 각기 40억달러씩의 구제금융을 받아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빅3의 몰락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5년 후 자동차의 성지(聖地) 디트로이트 시를 파산으로 내몰았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인구는 줄고 상권이 죽어 시의 세수도 급감했다. 1950년대 인구 200만명으로 활기찼던 디트로이트는 2013년 70만명으로 줄어 죽은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급기야 시 당국은 2013년 7월18일 180억달러(20조 원)의 부채를 값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했다.

UAW의 무리한 요구와 무능한 경영은 산업기반 붕괴로 그치지 않고 도시 상권도 죽였다. 더 나아가 시 재정마저 파산으로 내몰았다. 현대차·기아차·금호타이어 등 노조들은 UAW의 과도한 요구, 빅3의 몰락,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 등을 값진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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