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전월세난 심각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가을 이사철이 돌아오면서 전세전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심지어 매매가를 뛰어넘는 아파트 전세가 나타나면서 ‘전세깡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또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무피투기(피 같은 내 돈을 안 들이고 집을 산다는 뜻의 은어)’도 문제가 되고 있다. 투기 세력들로 인해 전월세난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도세를 덜 내기 위한 ‘업 계약’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일요서울]은 갈수록 전세난이 극심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살펴봤다.

전세 깔고 매입…악순환 부추긴다
양도세 덜 내려고 ‘업 계약’ 성행도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10채 중 1채가 매매가 대비 전세 비율이 90%를 넘었다. 이 중 19%는 전세 가격이 매매가를 웃돌았다. 서울특별시 홍제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1500만 원 가량 더 높게 거래됐다. 전셋값이 오르다 못해 매매가를 웃돌게 된 것이다.

전국 주택 전셋값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국 전세 가격은 78개월 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무피투자’, ‘전세 깡패’란 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무피투자는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매입하는 형태의 투기를 말한다. 투기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매매를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강서구의 한 아파트는 올해 매매 거래 건수가 40건을 넘었지만, 실거주용 세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동을 놓고 보면 지난해부터 매매된 28가구 중 27가구가 투자목적이었으며 이 가운데 19가구는 전세를 끼고 샀다.

경기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최근 1년 반 사이에 매매가 44건가량 이뤄졌지만 실거주용으로 거래된 것은 8건에 불과하다.

이 같은 투기는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중개업자나 브로커가 개입해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한 아파트의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아파트 매입 시 전세를 끼고 산 다음 계약 만기가 됐을 때 전셋값을 기존보다 더 끌어올리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실제로 아파트 매입에 드는 돈은  500만~2000만 원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투기 방식으로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모으는 것은 전세깡패라고 부르고 있다.

또 매매가보다 높은 전셋값으로 인해 ‘깡통전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저금리로 인해 더욱 본격화 됐다. 집주인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세로 나온 매물의 가격은 더 오르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세보증금에다가 월세를 조금씩 내는 형태인 반전세의 경우 월세 보증금은 보증금대로 계속 높아지고, 월세는 월세대로 나가게 돼 서민들의 주거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 노력 필요해

신종 계약 유형인 ‘업 계약’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취득세를 덜 내기 위해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한 것처럼 속이는 ‘다운 계약’이 아닌,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에 신고하는 ‘업 계약’이 부동산 시장에 퍼지고 있다.

업 계약이 성행하는 이유는 양도세 때문이다. 나중에 집값이 올라간 뒤에 집을 팔 경우 양도세를 덜 내려는 것이다. 매매 당시 취득세를 더 많이 내야 하지만, 집값이 오른 뒤 되팔 때 줄일 수 있는 양도소득세의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1가구 1주택자가 5억 원에 산 아파트를 6억 원으로 업 계약한 뒤 1년 후 7억 원에 되판다고 가정할 때, 원래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5563만 원이나 업 계약을 통해 1922만 원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주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 소규모 저가 주택을 대상으로 업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거래신고 위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업 계약 건수는 최근 4년동안 235%가량 증가했다. 2010년 109건에서 2014년에는 366건까지 증가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 업 계약 적발이 144건으로 집계됐다.

업계약 적발 거래 금액도 2010년 21억6600만 원에서 2014년 84억37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업 계약은 주택담보대출을 더 많이 받거나, 세입자를 더 쉽게 들이기 위한 목적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시세 6억 원짜리 건물에 대출이 4억 원가량 잡혀 있다면 임차인이 계약을 꺼릴 수 있다. 하지만 8억 원짜리 건물로 계약서가 작성돼 있다면 대출 비중이 67%에서 50%로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더 쉽게 세입자를 들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국토부 국정감사를 통해 “전세난에 남의 돈인 전세보증금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투기세력들이 전셋값을 최대한 매매값에 맞추려다 보니 기존에 세들어 살던 임차인은 재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계약을 연장하는 등 전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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