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개되는 강 교수의 실체 “악마를 보았다”

지난해 5월 박씨와 박씨의 부모 강씨가 함께 부산 암남공원에서 찍은 사진. 유족들은 강씨가 찍힌 사진 오른쪽 부분을 찢어놓았다.

범행 들통에도 불구, 진술 번복하며 형랑 낮추기 나서

[최은서 기자] = 부인을 죽인 교수와 만삭 부인을 살해한 의사 등 최근 엘리트 지식인들의 강력 범죄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의 범죄는 지능적인 사건 은폐 시도로 수사의 장기화와 함께 사건이 미궁으로 빠질 공산이 컸다는 점에서 더욱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는 등 완전 범죄를 꿈꿨으며 범행 전모가 드러난 이후에도 자신의 혐의를 계속 부인했다.

실종 50여일 만에 살해된 채 발견된 교수부인의 유족은 “강 교수가 형량을 줄이기 위해 진술을 번복하는 등 고도의 두뇌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요서울]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5일 기자와 부산에서 만난 유족은 치밀하고 잔혹했던 교수의 범행 전모와 고스란히 가족의 몫으로 남은 고통에 대해 털어놓았다.

대학교수 강모(52)씨가 이혼소송 중이던 부인 박모(50)씨를 살해한 것은 지난 4월 2일. 유족의 실종 신고로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수사 초기부터 강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경찰은 결정적인 단서를 잡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다. 변호사를 대동한 강씨는 소극적 진술로 일관하고 불리한 진술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유족은 “강씨가 치밀한 셈법으로 수사초기부터 집중도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적극적 수사요청…
대담한 행각


유족은 강씨를 만나러 간 박씨가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3일 만인 지난 4월 5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박씨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박씨는 지난 4월 1일 강씨와 만난 후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강씨가 ‘우리보다 더 많이 싸운 사람들도 많은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참 많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다음날 다시 강씨를 만나러 간다는 박씨의 말에 박씨 어머니는 “특별히 잘해줄 때에는 이유가 있으니 조심하고 전화 연락을 꼭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유족은 이 통화가 박씨와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 했다. 경찰수사결과 그날도 강씨의 차량 뒤에는 내연녀 최모(50)씨의 차량이 뒤따르고 있었으며, 박씨를 살해하려다 CCTV를 발견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종 신고 이후에도 강씨는 태연했다. 강씨는 경찰조사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3달 내에 나타난다고 100% 장담한다”며 큰소리까지 쳤다. 이에 대해 유족은 “강씨가 3개월이라는 기간을 제시한 까닭은 수사집중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에게 맞춰진 초점을 분산시키고 시신이 부패하는 기간을 노린 것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후에도 강씨는 ‘실종사건은 박씨 어머니와 박씨 남동생이 짠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수사방향을 분산시켰다. 사건발생 20여일이 지난 후에는 로펌변호사를 고용해 경찰수사 때마다 대동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박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이틀 전 강씨는 경찰서에서 “왜 아내를 찾아주지 않느냐. 경찰 수사가 이렇게 진전이 없을 수 있냐”며 적극적인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유족은 “아내의 실종에도 강씨의 태도가 소극적이라는 일부 여론에 대해 일종의 타개책을 택한 것으로, 완전범죄를 확신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부인 자극시킨 후
몰래 녹취·녹음해


박씨가 실종된 이후 유족은 이혼소송서류를 읽다 강씨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됐다. 소송자료에는 유족이 몰랐던 이혼소송과정이 담겨있었다.

3번의 이혼 경력을 숨기고 박씨와 결혼한 강씨의 결혼 목적은 억대의 돈이었다. 두 사람은 2002년 주변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9년간 연애를 한 끝에 지난해 결혼하게 됐다. 박씨는 9년간 자신만 바라보고, 홀로 자녀들을 키우는 희생적인 강씨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려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강씨는 박씨와의 연애기간이었던 2004년부터 최씨와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2006년에는 세 번째 아내와 사실혼 관계였다.

강씨는 결혼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법무사 사무실에 찾아가 “부인에게 3억 원을 차용해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어떻게 하면 이혼 후 아파트를 단독 소유할 수 있나”라고 상담했다. ‘불가’하다는 답변이 나오자 이혼전문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이혼 및 위자료 소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결혼한지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은데다 생활비를 주지도 않아 재산 기여도를 주장할 수 없었고, 둘 사이에 자녀가 없어 양육권 다툼도 벌일 수 없었다. 이혼의 빌미가 딱히 잡히지 않자 강씨는 박씨의 전남편에게 연락해 “당신이 박씨를 모텔방으로 유인해 간통현장을 사진으로 찍으면 사례금을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강씨는 박씨 전남편을 변호사 사무실로 데려가 ‘박씨가 성격적 결함이 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쓰게 한 후 공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강씨는 수시로 박씨를 자극해 부인 몰래 방안에 설치한 카메라와 녹음기로 흥분한 박씨의 말과 행동을 녹음·녹취했다. 이처럼 강씨는 박씨의 귀책사유를 만들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이후 박씨 전남편이 박씨를 찾아가 간통모의에 대해 털어놓으며 자필서를 써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강씨는 박씨 전남편을 찾아가 “의리 없고 믿을 수 없는 X”라며 말다툼을 벌였다.

격분한 강씨는 박씨에게 “나는 이미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단 한 푼도 당신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내 자식들에게만 상속될 수 있도록 작성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전 자신 명의의 아파트를 처분한 뒤 친딸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자신의 재산을 빼돌려 놓았다. 또 박씨의 재산이 20억 원이 넘는다는 소문을 들은 후 부부싸움을 벌이다 “돈은 어디에 있느냐 내놔라”며 박씨의 멱살을 잡고 폭행했다.

유족은 “사건 발생 이후 강씨의 전처들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이혼의 귀책사유는 모두 강씨에게 있었다”며 “강씨의 전처들은 강씨의 가정폭력을 털어놓으며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며 치를 떨었다”고 전했다.

특히 유족은 범행 다음날 강씨의 아파트에서 찍힌 CCTV를 언급하며 치를 떨었다. 경찰이 모든 CCTV를 분석했는데 범행 다음날 강씨가 친딸과 천진난만하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장난을 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고 한다. 이를 언급하며 유족은 “사람을 죽여 놓고 태연히 딸과 장난칠 수 있나. 인간이 갖고 있는 연민이나 측은지심도 없다”며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 상상하기도 싫었다. 단지 납치·감금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사하기만을 바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연녀에 책임전가
파렴치 행각


지난달 21일 오후 2시께 박씨의 시신이 발견돼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강씨가 구속됐다. 강씨는 구속이후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유족은 “강씨의 범행은 진화하고 있다”며 “자신의 죄의 무게를 덜고 형량을 낮추기 위해 진술을 번복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는 구속 이후 완전범죄를 자신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차량에 남겨진 박씨의 머리핀과 혈흔이 발견되는 등 속속 드러나는 증거를 들이미는 경찰에 백기를 들었다.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이후 현장검증에서 강씨는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다. 강씨는 현장검증에서 “끝까지 참고 인내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후회 된다”며 부인이 괴롭혀서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는 강씨가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한 셈이다. 강씨는 구속 이후 ‘우발적 범행’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유족은 “부인의 괴롭힘에 시달린 것처럼 말해 결혼문제 책임을 부인에게 떠넘기고 우발적 범행이라 주장하는 것”이라며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이라고 교묘히 주장하며 형량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산을 노린 계획된 살인일 경우 강도살인으로 형량이 무거운 반면 우발적 살인은 형량이 가벼워지는 것을 노린 것이란 설명이다.

최씨가 귀국하자 강씨는 진술을 번복하기 시작했다. 범행 이후 아랍에미레이트로 출국한 최씨는 지난달 27일 귀국해 모든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박씨의 재산을 노리고 강씨를 도와 박씨를 계획적으로 살인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 하지만 이에 대해 강씨는 강력하게 부인하며 “최씨가 범행을 주도한 주범”이라며 범행혐의를 최씨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유족은 “강씨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자신은 사건의 주범이 아니라 종범이라고 주장한 것”이라며 “가방구입에서부터 사체 유기까지 범행에 이용하는 등 최씨 역시 강씨의 도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자발적으로 조사를 요청한 강씨는 “기절만 시켰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강씨는 경찰조사에서 “부인의 목을 조른 것은 사실이나 완전히 숨질 때까지 목을 조른 것은 아니다”라며 “밖에서 대기 중인 최씨가 들어와 기절상태인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라고 자신의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유족은 “이는 변형된 동시범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미루는 등 법률 논쟁을 벌이는 것으로 형량을 깎기 위해 별짓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리 공방을 통해 최씨에게 책임 전가를 하는 것으로 최씨 역시 토사구팽할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강씨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구형을 촉구했다. 유족은 “강씨의 형량 흥정을 위한 일련의 주장은 파렴치함의 극치”라며 “지식을 총 동원해 살인을 저지르고 형량을 깎기 위해 법률적 지식을 십분 활용하는 등 진화해가는 강씨가 사회에 나오면 사회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강씨에 대한 구형은 사회 복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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