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 고용한 보도방 ‘경악’

보도방 업주 ‘역할극’ 수십 차례 반복하는 등 단속에 대비
가출 후 생활비 마련 또는 방학 중 용돈 벌이로 도우미 일해


[최은서 기자] = 유흥업소에 여성 도우미를 알선해주는 일명 ‘보도방’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보도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상당수가 10대 가출소녀들이라는 데 있다. 지난 8일에도 13살 여중생을 비롯해 10대 여자 중·고교생 17명을 유흥업소 도우미로 알선한 보도방 업주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보도방에 고용된 10대 여학생들은 가출하거나 방학 중에 용돈을 벌기 위해 도우미로 일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줬다. 이번 사건으로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도우미로 일하는 미성년자들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고수익을 미끼로 유인해 정신적·신체적으로 미성숙한 미성년자의 성을 사고 판 사건 전모를 들여다봤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지난 8일 10대 가출 여학생을 유인·모집한 뒤 유흥업소 등에 알선해주고 소개비 명목으로 돈을 챙긴 혐의(청소년 보호법 위반)로 보도방 업주 박모(33)씨를 구속하고 박씨로부터 10대 여성접대부를 소개받아 도우미로 고용한 유흥업소 업주 등 5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고수익 미끼로 유인

A(13)양 등은 생활정보지와 전단 구인광고에서 ‘단기간에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고수익 보장’이란 문구를 보고 현혹됐다. A양 등이 광고를 보고 찾아가자 박씨는 “열심히 일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유인했다. 가출 후 보도방에서 일하던 친구의 소개로 박씨의 보도방을 찾아온 여학생도 있었다.

가출한 이후 생활비 마련이 급하거나, 방학기간을 이용해 용돈을 마련하려고 했던 이들 여학생들은 박씨의 꾐에 손쉽게 넘어갔다. 박씨는 A양 등을 다른 성인 도우미들과 분리시켜 관리하는 한편, 경기도 구리시 내 200여 곳의 유흥업소에 명함을 배포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박씨는 유흥업소에서 도우미 요청이 오면, A양 등을 차량으로 유흥업소까지 실어 나르고 손님들의 술시중을 들게 했다.

박씨는 경찰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대비책을 철두철미하게 마련했다. 박씨는 계획적으로 여러 개의 가명을 사용하고 타인 명의의 차와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이와 함께 박씨는 경찰 조사를 받지 못하도록 A양 등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게 한 후 잠적하도록 지시했다. 또 단속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 “청소년들이 타인 신분증을 제출해 보도방 업주가 확인한 것”이라고 A양 등이 가짜 신분증을 제출해 속인 것처럼 거짓 자술서를 쓰도록 강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는 자신이 직접 조사경찰 역할을 맡아 ‘역할극’을 수십 차례 반복하는 등 A양 등을 세뇌시켰다. 경찰 조사 시에 A양 등이 조건 반사적으로 도우미로 일한 사실을 부인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A양 등에게 “도우미로 술 접대를 하는 과정에서 손님이 상반신 접촉이나 키스, 포옹 등의 스킨십은 참고 버텨라”라고 반복해서 교육까지 했다.

2차 거부하자 폭행당해

박씨 등은 도우미로 술 접대 일을 하면서 과음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미성년자들도 계속 일을 시키며 쉬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A양 등은 1회 접대 당 2만 5000~3만 원을 받았으며 박씨는 그 중 5000~1만 원을 가져갔다. 박씨는 모두 4500만 원 상당을 소개비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A양 등은 주 3회, 하루 2~3회의 횟수로 구리 시내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48곳에 도우미로 공급됐다. A양 등은 도우미 일을 하면서 유흥주점을 찾은 손님들로부터 수많은 성추행을 당했다. 일부는 성매매를 뜻하는 속칭 ‘2차’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손님으로부터 머리와 뺨 등을 심하게 구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업주의 보복과 경찰 처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업주 대부분은 박씨에게 도우미를 요청했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경우 돌려보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의 경우 손님의 2차 강요 등으로 큰 충격을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박씨 등을 상대로 여죄를 캐는 한편 탈세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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