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억 원 규모 전투화 납품 사업자입찰 비리 의혹 증폭

“불량전투화 만든 주범들 또 TF팀에 참여” 이해할 수 없는 국방부 기준
전투화 기준 무시한 탁상행정 사업 시작도 하기 전 특정업체 특혜 의혹제기


[윤지환 기자] = 지난해 이른바 ‘물새는 전투화’ 파문으로 국방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 있다. 국방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형전투화 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나 이는 기초적인 기준검사도 하지 않은 부실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국방부는 최근 기능성 전투화 조달 사업 공고를 내고 오는 7월 4일까지 입찰등록을 받는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공고를 내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달 사업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가 ‘물새는 전투화’사업에 이어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는 기준과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에서 사업자를 선정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전투화 사업이 지금 방식그대로 진행되면 제 2의 물새는 전투화 파문이 터질 것이다.”
국내에서 기능성 전투화를 제조해온 A사 관계자의 탄식이다. 전투화 제작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국방부가 특정업체에 납품자격을 주기 위해 납득할 수 없는 행정을 펴고 있다”거나 “국방부가 특정 업체를 위해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해당 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억지로 끼워 넣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기능성 전투화 보급 사업에 공정성이 확보되려면 TF팀 참여인사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보급예정인 기능성전투화 보급 사업 TF팀에 참여한 인사 가운데 불량신형전투화 국방부 감사에서 많은 문제와 함께 시험기관으로 서기관 지적까지 받았던 한국신발연구소 관계자 및 실무담당자 P부장이 포함돼 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사업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더 석연치 않은 점은 P부장이 향후 기능성전투화 입찰에 참여할 부산의 모 업체와 매우 친한 관계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품원이 시험을 의뢰하는 국가공인기관인 ‘FITI시험연구원’, ‘CATRI시험연구원’등에 관련 연구원이 많이 있는데도 문제가 된 인물을 또 사업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투화에 대한 이해부족

역시 전투화 제조업체인 B사 관계자는 “TF팀 구성시 신발전문가 뿐만 아니라 신발제조전문가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TF팀 구성 시 국내에 있는 대학신발학과의 교수 등 전문가 참여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제조 실무자 참여도 중요하다. 팀 구성을 위해서는 신발제조경험이 충분한 기술 인력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어찌 보면 당연한 부분을 고려치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B사 관계자는 “국방부의 전투화 사업 관련 인사와 이야기를 나눴으나 답답한 말만 들었다”며 “국방부에서는 기능성 전투화의 기본 사양만 제시하고 전투화를 완제품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신발 제조 전문가의 참여는 필요 없으며 규격이나 제품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이 말대로라면 2011년 새로 보급할 기능성 전투화의 기본제품과 제품 구매 방식은 입찰공고가 나오기 전 이미 결정된 사항이어야 한다. 하지만 입찰공고가 나온 지금까지도 어떠한 내용도 공개된 바 없다. 그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투명한 사업진행을 위한 것”이라고 밝힐 뿐이다.

고쳐지지 않는 문제들

이 관계자는 “전투화 제조업체에서는 지난해 불량전투화 사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충분한 검증 및 착용시험, 시험 후 평가 등 확인 작업 절차를 밟아서 진행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 기능성 전투화는 한 번도 구매해보지 않았고 군에서 착용시험도 안 해봤으며, 군사용 적합시험도 안 해봤는데 어떻게 최상의 제품이라 단정할 수 있나. 검증하고 확인하고 평가하는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아가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거듭 강조했다.

기능성 전투화 조달 사업에 문제를 지적하는 업체는 이뿐 아니다.

D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불량전투화 사건은 접착 불량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 사업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접착식공법으로만 제작해서 제안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며 “이런 조달사업은 형평성이나 최상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도와는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군에서도 봉합식과 사출식공법의 전투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군전투화의 대다수 전투화가 세미봉합식과 사출식공법의 전투화인데 왜 한 가지 공법만의 제품을 제안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더욱 우수하고 양질의 품질을 다른 공법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그렇게 제조하는 업체는 아예 참여도 할 수 없게 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구매하고자하는 기능성 전투화의 기본 모델은 지난해 특전사에서 구매했던(약2000족) 접착식 기능성전투화인데 이때 납품한 부산의 K업체는 같은해 신형전투화 납품 사전 심사 때 불합격 처리된 업체다. 그런데 굳이 이 제품을 기본 모델로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업체에 특혜가 될 수 있는 국방부 조달업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일부공정(봉제공정)에 대해 국외공정을 허용했다”며 “이는 우수한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국방부측은 설명했지만, 실상 이 역시 기존전투화 업체 중 유일하게 중국에 관련공장을 가지고 있는 K사에 특혜를 줄 수 있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특정 회사에 특혜 의도

한편 국방부가 공고를 낸 방법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입찰공고를 지난달 23일 오후 늦게 공고해서 다음날 14시까지 참여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설명회에 참가 할 수 없으며 또, 사업설명회를 참가하지 않으면 이번 조달 사업 자체에 참여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너무나 촉박한 입찰공고다. 이 부분에서도 특정업체를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업체에만 미리 공고내용을 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 사업진행상 공고와 계약 등은 조달청이나 방위사업청 등 조달기관에서 주로 한다. 하지만 이번 기능성 전투화 조달사업 입찰공고는 공고번호도 없이 국방부에서 공고하고 계약기관을 방위사업청으로 했는지도 의문점이다. 이를 두고 국가조달기관에서는 이런 계약방법(협상에 의한 계약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직접 집행을 하지 못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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