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 비리’ 휘말렸던 임 총장 극단적 선택 왜?

[뉴시스]

[최은서 기자] =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임상규 순천대 총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 총장은 함바 비리와 부산저축은행 불법 인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임 총장은 유서에서 특정 기관이나 특정 인물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함바 브로커인 유상봉씨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을 남겼다. 비리의혹에 따른 수사압박과 도덕성 치명타가 임 총장의 극단적 선택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 토로
유족 “브로커 유씨 협박있었다” 주장…향후 수사 차질 불가피


임 총장은 지난 13일 오전 8시10분께 순천시 서면 동산리 야산 앞에 주차된 쏘나타 승용차 안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 총장이 탄 차량 조수석에는 유서와 화덕, 참숯이 발견됐다. 임 총장은 유서에서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힘들듯 하다”며 “더 이상의 수치도 감당할 수 없다”고 썼다. 심리적 압박이 임 총장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대목 때문이다. 임 총장은 또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고통이 심하다. 얄팍한 나의 자존심과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대학의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난다”며 “지저분한 사건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다들 잊어버리면 고맙겠다”고 자살을 택한 배경에 대해서 밝혀놓았다.

치명타 입은 도덕성

임 총장은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며 “금전거래는 없었다”고 유서에서 밝혔다. 이 대목은 유씨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한편 비리 의혹과 관련해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임 총장이 함바 비리 등과 관련한 언론 추측성 보도에 괴로워했으며 교육자로서 불명예를 안게 되자 큰 상처를 받았다고 유족이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총장은 한 대형 공사현장 식당 운영권과 관련해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유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임 총장의 동생 계좌에 1억5000여만 원이 두 차례에 걸쳐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해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서 함바 비리 연루로 기소된 인사들 중 상당수도 “임 총장을 통해 유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함바 비리의 몸통으로 임 총장이 지목되기도 했다. 임 총장은 함바 비리 연루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셈이다.

함바 비리 수사는 지난달 유씨가 “임 총장 동생을 비롯한 건설업자들로부터 받지 못한 돈이 있다”는 진정서를 제출해 재개됐다. 검찰은 지난 3일 임 총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함바 2차 수사 강도를 높여갔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임 총장의 자살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족은 ‘표적 수사의 결과’라고 반발하는 한편 “유씨로부터 끊임없이 협박을 받아왔다”며 “유씨가 함바 비리 구속 이후 갖은 폭언과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유 총장이 유씨에게 사람을 소개했으나 돈과는 무관했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유족은 유 총장이 이미 함바 비리 초기 수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다고 밝히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고 있다.

기자와 통화한 함바 비리 피해자 조모씨도 “임 총장이 유씨와 친밀한 관계였다. 유씨 사무실에서 임 총장을 자주 봤다”며 “임 총장이 유씨에게 인맥을 연결하고 만남을 주선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유씨가 임 총장을 집요하게 협박한다는 이야기도 측근으로부터 들었다”며 “유씨가 ‘임 총장이 소개해준 인사 명단을 폭로하겠다’ ‘임 총장에 불리한 증언을 하겠다’고 하는 등 자주 협박했다”고 했다.

‘표적 수사’ 논란에 대해 검찰은 “수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임 총자의 자살이 검찰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임 총장은 함바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부산저축은행 예금 사전인출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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