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 핵심측근 강모씨 해외도피

부산 저축은행영업정지 사태와 관련 지난 7일 국회를 항의방문 하려던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국회진입을 막는 경찰에 항의하다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검찰수사망 빠져나간 강씨 “김 부회장 재산관리인 소문”
김 부회장과 하버드대학 출신 최고의 건축설계사 강씨 무슨 관계?


[윤지환 기자] =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김양(59·구속 기소)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불법 자금을 추적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하버드대학 출신의 건축가 강모(52)씨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캄보디아 특수목적법인(SPC)에 불법 대출된 자금을 본격 추적하고 있는 검찰은 강씨의 행적과 역할을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김 부회장의 해외 투자사업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풀어줄 핵심 열쇠로 강씨를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강씨가 최근 행방을 감췄다는데 있다. 검찰은 최근 강씨의 신병확보에 나섰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최근 파악한 바에 따르면 강씨는 이미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의 신병확보에 실패할 경우 김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자칫 ‘답보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고위 임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캄보디아 프놈펜 신도시(캄코시티) 개발 사업에서 설계 등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 SPC에 대출한 돈을 비자금으로 세탁했다면 강씨가 핵심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해외 투자 사업을 위해 설립한 SPC는 10개 정도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중 9개가 캄보디아 캄코시티·공항·고속도로 개발 사업 등을 위한 것이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2005년부터 5년간 캄코시티 개발 사업에 3534억 원, 2007년부터 3년간 시엠립 신국제공항 사업에 661억 원 등 총 4200억여 원을 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권이나 부지 소유권을 취득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부산저축은행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캄보디아에만 총 9개 SPC를 세우고 4962억 원을 투입해 개발 사업을 벌였으나 그룹으로부터 자금 지원이 끊기자 대부분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강씨 비자금 관리인 의혹

검찰은 대출 자금이 비자금이나 은닉 재산으로 조성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연구관을 캄보디아에 파견, 현지 수사 당국과 공조해 추적 중이다. 하지만 강씨가 미국으로 도피해 검찰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이 강씨의 신병확보에 실패할 경우 해외로 나간 대출금의 흐름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검찰은 강씨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강씨와 함께 해외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부동산개발에서부터 캄보디아 도시개발까지 김 부회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관여하면서 설계에서부터 각종 아이디어는 물론 회계까지 맡았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의 해외프로젝트 관련 비리 일체를 강씨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P사라는 회사의 대표이기도 한 강씨는 김 부회장을 도우면서 막대한 부를 챙겼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김 부회장이 조직적으로 설계공사와 부동산공사 등을 강씨 회사에 몰아준 정황을 포착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캐고 있다. 동시에 검찰은 김 부회장도 이를 통해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P사를 이용해 공사대금 부풀리식으로 대금을 청구한 뒤 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수백억대의 비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강씨 김양 구명 나서나

검찰 주변에서는 “김 부회장이 이 돈을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해외 비자금으로 숨겨둔 것이며 빼돌린 돈은 미국으로 도피한 강씨가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김 부회장이 강씨를 해외로 도피시키면서 돈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지시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씨가 법원단계에서 변호사비용을 지원하는 등 김 부회장의 석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강씨는 중앙부산저축은행의 사옥인 서울 논현동 ‘워터게이트’ 빌딩을 설계한 인물로 미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강씨는 광주일고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미국 UCLA대 뉴욕시 보스턴시에서 주관하는 각종 건축대회의 수상을 휩쓴 실력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에는 캄보디아로부터 신도시 설계로 산업훈장까지 받아 건축업계에서는 최고 실력자로 꼽히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부동산 개발 사업 마스터플랜은 대부분 강씨가 맡았고, 그룹 내 다른 저축은행의 인테리어도 강씨의 회사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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