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비리를 고발합니다" 납품업체 화났다!


납품업체 상대로 거액요구 빈번 추가 비리 계속 나올 듯
“강원랜드 비리 도 넘어선지 오래” 납품업체들 불안한 소문 확산


윤지환 기자 = 강원랜드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돼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복무관실이 조사에 착수했다.

총리실은 직원들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지난 6일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최근 총리실에 강원랜드 직원들의 금품수수 제보가 접수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강원랜드 직원들이 거래업체를 상대로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들이 디자인 용역을 맡은 회사의 작업을 확인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당 업체에 금품을 요구한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총리실이 접수한 제보 내용에 따르면 강원랜드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50억 원 상당의 근무복 1만5000벌을 발주하고 디자인 용역을 맡은 회사에 다수의 명품 가방과 의류, 고급 노트북 3대, 고가 넥타이 100여 개와 현금 등을 받아 챙겼다. 심지어 한 벌에 3000만~4000만 원 하는 밍크코트를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이번 조사에서 직원들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근 제보 등을 통해 강원랜드 직원들의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금품 수수 혐의가 대거 포착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랜드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직원들이 해당 회사로부터 근무복 샘플 디자인을 확인하기 위해 노트북을 잠시 받았다가 돌려줬을 뿐, 명품 가방이나 의류 등은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강원랜드 측은 감사 결과를 빠른 시일 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해당 팀에 확인한 결과 강원랜드와 업체 간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원들이 금품을 요구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자체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그 결과를 외부에 투명하게 밝힐 계획”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강원랜드와 A사 간의 거래에서 촉발됐다. 직원들이 금품을 요구한 업체는 강원랜드에 의류를 납품하기로 계약한 A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이탈리아 디자이너들과 함께 현지에서 강원랜드가 발주한 근무복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청 받았다.

해외 원단 불법 복제 요구

이 회사 관계자는 “디자인 작업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 강원랜드 직원들이 현지에서 금품을 요구했다”며 “이들은 강원랜드가 계약상 갑(甲)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부당한 요구를 해왔다. 이외에도 강원랜드의 비리는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총리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원랜드 측은 지난 5월 중순 명품 가방과 노트북을 택배 등을 이용해 A사에 되돌려준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A사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강원랜드 측은 “직원들이 납품업체에 고가의 금품을 요구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오히려 A사가 납품 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등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와 A사는 ▲근무복 샘플을 1월 30일까지 납품하고 ▲제작업체는 따로 선정해 6월 30일까지 근무복 제작을 완료할 것 등을 조건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납품이 이루어지기 전 A사에 이 계약에 대한 해지를 통보했다. A사가 디자인 품목, 패턴 등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강원랜드 측이 해외 라이센스가 있는 원단을 한국에서 불법 복제하도록 요구하고 계약금의 20%를 수수료 명목으로 상납하라고 요구했다”며 “만약 그런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계약서 내용상 모든 것을 우리 회사가 뒤집어쓰도록 돼 있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A사 축소 강원랜드 진실게임

강원랜드 직원 2명은 1월 21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제품 디자인을 현지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이탈리아 출장을 갔다.

A사 관계자는 “이들의 출장 일정 대부분은 축구경기 관람과 쇼핑, 관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며 “강원랜드 직원 2명은 밀라노 시내 고급 호텔에 여장을 푼 다음 날부터 관광 안내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A사 측에 따르면 이들의 요구에 어쩔 수없이 한국인 가이드를 붙여 베네치아 관광을 시켜줬다. 또 스위스 국경 지역의 아웃렛 매장인 ‘폭스타운’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도 발생했다. 강원랜드 직원들은 아들이 입을 겨울용 버버리 코트와 부인에게 줄 구찌 가방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 A사 측의 주장이다. 이어 세계적인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경기를 관전하고 싶다며 입장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A사는 수십만 원을 들여 입장권을 구해줘야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원랜드 일부 직원의 요구로 한 벌에 수천만 원짜리 밍크코트 4벌을 이탈리아에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폭로했다.

A사 측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들의 횡포는 끝이 없었다.

A사 관계자는 “수백만 원대 명품을 사달라고 해 들어줬는데도 현금을 따로 준비해 달라고 요구해 500유로짜리 지폐로 20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전달했다”며 “호텔 투숙비, 고급 식당과 자동차 렌트비, 가이드 비용 등 거의 모든 체류 비용도 A사가 지불했다. 강원랜드 측이 부담한 비용은 왕복 항공료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원랜드 측은 A사의 폭로에 대해 “A사가 계약해지에 불만을 품고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사 측은 강원랜드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힐 여러 자료들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어 총리실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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