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정부와 여당이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의 무능한 대처’, ‘외교부의 은폐·묵살 의혹’등이 불거지면서, 참여정부는 능력과 도덕성에서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여권내 일각에서는 ‘차기 정권 재창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급격한 여론악화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분열과 갈등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김씨의 피살 사건으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요구하고, ‘정부의 무능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외교부의 피랍 묵살 의혹’·’정부의 정보력 및 보고체제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노무현 정권은 집권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사태 수습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를 잠재울 만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 악화 및 불신이 증폭되면서, 여권내 위기론이 증폭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차기 정권 재창출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김씨 피살 사건을 계기로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30%대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실시한 MBC의 여론조사를 보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28. 2%로 취임 1년 4개월여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탄핵 역풍’의 혜택를 누리며 한 때 50%에 육박했던 우리당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 30%이하로,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에 밀려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과 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현정권에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씨 사망에 대한 추모 및 파병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의 상당수가 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하지만 김씨 피살 사건에 따른 이라크 파병 논란 및 정부의 무능력, 은폐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노 대통령 지지층들이 현정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참여 정부 출범 초기, 정치·언론 개혁 등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일궈낼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특히 이번 김씨 사망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 참담하기 짝이 없다. 만일 사건 은폐의혹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정권퇴진 운동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여론악화는 여권내 갈등설을 부추기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불행한 사건이지만, 총선 이전에 이 일이 터졌더라면 한국의 정치 판도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현재의 열린우리당 과반수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이 관계자는 “현여권 핵심부는 김씨 사건과 이라크 파병에 대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태 해결을 위한 민심수습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현여권 핵심부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며 “이러다 지난 총선 전에 있었던 분당사태가 또다시 불거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미 우리당은 총선 이후,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4·15 총선 승리’로 자만했던 열린우리당은 지난 6·5 재보선에서 참패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당 ‘신기남 체제’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당 중앙위원회는 일단 신 의장에 대해 재신임을 의결하며 갈등이 봉합됐다.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여당인 우리당 일부의원들이 ‘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국회 제출을 주도해, 청와대와 우리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 파병 중단을 요구하는 우리당 의원들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 여권이 다시 당·청간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현재의 여론과 여권내 체제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 승리는 물론 차기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지도부 및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그 시점은 1차적으로 내년 1월 경에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임시 전당대회에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여권 관계자는 “올해 말에 당헌·당규 개정이 완료된 후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 이전인 1∼2월께 전당대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 현지도부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며, 당내 계파간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열린우리당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 분당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빠르면 내년 초에 있을 전당대회를 계기로 1차 붕괴를 예상하기도 한다. 또한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의 향후 열린우리당의 향배에 따른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저울질 하기도 한다.” 2차적으로, 2007년 차기 대선 후보가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또 한번 여권내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 악화로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할 경우, 여권내에서 ‘헤쳐 모여’식으로 분당사태가 올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영·호남을 중심으로 각각의 신당이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론 동향을 파악한 일부 호남 출신의원들이 현재 고심중”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즉 현재의 사회 여론과 호남 민심이 열린우리당을 떠난 만큼,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이런 소문은 ‘PK인사들이 청와대와 우리당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현여권 핵심부가 ‘영남후보 대세론’카드를 내놓을 것이 확실하고, 이에 대해 호남출신 국회의원들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차기 대선과정에서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간 ‘분당’과 같은 제 2의 분당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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