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차 과세·디젤차 외면…서비스로 승부하는 국내차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거침없이 질주하던 국내 수입차 업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업무용차 과세 논의와 디젤차 외면 분위기 탓이다. 또한 외제 차량의 높은 부품값과 불편한 서비스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국산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하고 좀 더 나은 서비스로 소비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맏형겪인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는 ‘전국 어디서나 찾아가는 정비서비스’로 고객을 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젤차 쇼크로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재조명되면서 오랜만에 국내 완성차들이 활개를 되찾는 모습이다. <일요서울>이 자동차 시장의 전반을 들여다본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파문… 해외차 시장 ‘빨간불’
디젤차 쇼크에 하이브리드카 재조명… 현대차 수혜 보나

‘무늬만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일 경실련 시민권익센터는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업무용 차량의 공평과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김종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근 접촉사고를 당했는데 상대 운전자가 ‘아빠 회사차’라고 하더라. 그만큼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토론회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도한 경비처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회사 차량을 업무용으로만 쓰지 않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업무용 차량으로 인해 세금 부담의 형평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찬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역시 “사업용으로 등록하고 사적으로 이용하는 차량이 많다"며 "이 같은 행태는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과세 방안에 대해서는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유찬 교수는 “배기량으로 업무용 차량의 경비처리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모호하다"며 “차량 가격으로 기준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안이 발효될 경우, 고가 차량 비중이 높은 수입 차업계가 타격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 업무용으로 구입해 사적으로 전용하는 이들의 덕을 톡톡히 봤던 업체들은 판매가 위축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불거진 디젤차를 꺼리는 분위기와 결합되어 더욱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디젤차를 꺼리는 분위기는 독일차 업계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3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 모델은 13만3054대로, 전체 판매량의 67.8%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도 디젤 차량 비중은 1월 68.1%를 기록한 뒤 2~3월 각각 70%로 확대됐지만, 4월 들어 64.3%로 떨어졌다. 3월 수입 디젤차량은 1만5663대 팔렸지만, 4월에는 1만1710대 판매되며 25.2% 줄었다. 본격적인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하기엔 이르지만 디젤차 비중 성장 속도가 이전보다 느려졌다.

디젤차에 대한 혜택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도 부정 요인으로 꼽힌다. ‘클린 디젤차’로 분류돼 환경부담금을 면제 받았던 일부 디젤차들이 올해 강화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저공해차에서 줄줄이 탈락하고 있는 것. 그동안 저공해차는 환경부담금을 면제 받을 뿐 아니라 공영주차장 할인, 혼잡통행료 면제(이상 서울시 기준) 등의 혜택을 받아왔다. 디젤차를 주력으로 내세웠던 독일차 업계는 치열한 판매전에서 내세울 무기가 줄어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입차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유가의 영향도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휘발유값은 지난해 초 리터 당 1900원대에서 올 초 1400원대까지 떨어진 뒤 최근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휘발유 값이 내리자 가솔린 연료의 부담이 줄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가솔린 차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입차 디젤 비중이 줄고, 차량 판매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디젤 차량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부품값·불편한 서비스
제 멋대로 가격 할인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도 외제차 판매에 악영향이 미쳤다. 수입차 열풍의 주역이 독일 디젤차였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게다가 디젤게이트에 앞서서 수입차에 반감을 부르는 사건이 적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고가 모델의 시동 꺼짐 현상도 그중 하나였다.

지난 9월 한 30대 남성이 2억원짜리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한 사건이 알려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3월에 나온 새 차가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등 심각한 결함이 있었지만 판매 업체가 다른 차로 교환해주지 않아 불만을 표시한 것. 초반 메르세데스-벤츠는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됐고, 전국 곳곳에서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서자 합의로 사태를 해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그 무렵 국내에 대규모 글로벌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하며 서비스 확충에 나섰으나, 불만 고객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해 브랜드 이미지에 금이 갔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차를 팔 때만 고객을 ‘왕’으로 대할 뿐 일단 계약하고 나면 고객을 ‘돈벌이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산차 평균 수리비는 94만원인데 수입차 수리비는 276만원(보험개발원 통계)이다. 부품값이 국산차의 무려 4.7배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AS센터를 크게 늘렸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127만대 수입차를 수리하는 정비업체는 단 174곳뿐이다. 산술적으론 한 곳이 7290대를 맡아야 하니 수리 기간이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빅4'를 포함해 20개 수입차 브랜드의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의 수는 모두 359개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공식 서비스센터의 수(1419개)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 수치다. <표참조>

여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무상 수리 보증기간 역시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입차의 1회 수리 비용은 평균 247만7000원으로 95만2000원을 기록한 국산차 대비 약 3배가량 비싸다. 특히, 부품 가격은 평균 2배 이상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들리는 수입차 판도 속에 기회를 엿보는 곳은 일본차와 현대·기아차다. 일본 브랜드는 디젤보다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강점이 뚜렷하다. ‘클린 디젤’ 신화가 무너진 지금이 디젤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친환경차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라 판단한다.

흔들리는 수입차 판도
기회 엿보는 국산차

현대·기아차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신차를 내놓으며 그간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아온 연비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평가받는다.

신형 아반떼 디젤은 18.4㎞/ℓ(15, 16인치 타이어 적용 시)를 기록할 만큼 고연비를 자랑한다. 가격 대비 효율이 좋다는 이미지에 신뢰도까지 얻어 수입차에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을 좋은 타이밍으로 여기고 있다. 가격 할인 프로그램도 대거 내놨다. 수입차를 보유한 고객이 현대차 쏘나타, 그랜저, 아슬란 등을 구입할 경우 50만원을 할인해주는 등 차종별로 다양한 할인정책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또한 업계 최초 여성전용 특화 서비스 거점 ‘블루미’오픈했다. 이는 차량 정비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 고객을 위한 것이다.
기존에 여성 고객들은 차량의 정비와 수리 내역을 이해하는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설 환경과 남성중심 분위기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는 이런 여성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자 여성전용 자동차 종합 검진센터 ‘블루미’를 개설해 차량정비 전문가의 1:1 고객상담 및 차량진단을 제공하는 한편, 수리가 필요한 차량에 대해서는 서비스 거점으로 직접 인도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또한 수리가 완료된 차량을 홈투홈서비스와 연계해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인도해주고 수리내역을 설명해주는 ‘블루미 딜리버리서비스’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고객만족을 위한 현대차의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을 실천하는 고객 서비스 혁신의 원년”이라며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준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다”고 밝혔다.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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