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일요일 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서울 동숭동의 교육부 국정교과서준비팀(TF) 사무실을 급습했다. 여기서 그들은 출동한 경찰들과 대치하며 “사무실을 확인하자”고 요구, 19시간이나 시위했다.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비선(秘線)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정부의 불법 행위를 현장에서 적발 확인하기 위한 의정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장훈 정책위의장은 “야당 의원들이 공무원을 범죄자로 취급하며 사무실에 쳐들어간 것은 중대한 업무방해”라고 비난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야당이 화적(火賊:불한당)떼냐”고 일갈했다.

야당의 한밤중 교과서준비팀 사무실 급습은 야당이 과거사에 깔려 전진하지 못하고 퇴행 정치에 빠져 있는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 18일에도 문제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가리켜 “친일독재 후예”라고 주장했다. 그에 맞서 다음날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인이 빨치산이었는데 장인 때문에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느냐고 반박했다. 문 대표 등 새정치연합은 27일 반국정화 촛불시위에 나섰다.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야밤에 야당이 “화적떼”처럼 관련 사무실을 급습해 대치하고 거리투쟁에 나설 위급한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는 “빨치산” “친일독재 후예”등 선대의 친일·친공 문제까지 들먹이며 대결할 대상도 아니다. 정쟁의 도구로 삼아선 아니 된다.

새정치연합은 26일 김무성 대표의 선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친일파가 맞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새정치연합 오영식 최고위워은 “박근혜 대통령은 다카키 마사오의 딸이고 김무성 대표는 친일행적이 명백한 부친을 애국자로 미화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친일하지 않았고 “일제 몰래 독립군에 활동자금도” 대주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은 김 대표 부친이 1943년 9월8일자 아사히신문에 실린 징병제 지원 독려 광고의 광고주들 가운데 하나로 이름이 나와 있다며 친일을 주장했다. 그에 대해 김 대표는 당시 조선총독부 측에서는 본인의 동의 없이 이름을 끼워 넣었다는 증언도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의 친일색출은 10여년 전 노무현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에서 출발했다. 노 정권이 보수세력 제압 방편으로 들고 나온 것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은 ‘역사바로세우기 친일반역민족행위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등 친일후손 때려잡기에 앞장섰다. 그는 유명한 독립투사 김학규 장군의 증손녀라며 항일독립 투쟁의 가문임을 내세웠다. 그러나 얼마 못가 김 의원은 김학규 장군의 증손녀가 아니고 부친이 일제 경찰로서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소련군에 체포돼 수감되었음이 들통났다. 혁혁한 항일투사 손녀가 쇠고랑 찬 친일 경찰의 딸로 확인되었다. ‘역사바로세우기’가 역사거꾸로세위기로 전락했음을 드러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신기남 당의장도 ‘친일파 청산’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자기의 부친이 일본군 헌병 오장(부사관) 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로 인해 그는 당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이미경 새정치연합 의원의 부친도 일제하에서 일본군 헌병으로 근무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새정치연합 측은 10여년에 걸쳐 “친일 소탕”을 내세우며 과거사에 매달려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며 갈등과 대결을 격화시켜 가고 있다. 그로 인해 정치권은 과거사에 깔려 전진하지 못하고 후퇴하고 있을 따름이다. 망국적 퇴행정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악질 “친일”이나 “빨갱이”는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정쟁의 도구로 이용해선 아니 된다. 이제 새정치연합은 당면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철 지난 과거사 소모전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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