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직 1600명 합격자中 240명 합격 포기
- 30~40대 젊은 세무공무원 ‘세무사’ 탈출러시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지난 10월12일 국세청(청장 임환수)은 9급 세무직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서 240명을 추가 합격시켰다고 발표했다. 당초 국세청은 박근혜 정부의 세수확보 정책에 따라 매년 선발 규모를 늘여오다 올해는 무려 1600명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지난 7월10일 당초 예상보다 많은 1603명 최종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지난달 추가 합격자를 또 발표함으로써 당초 예상인원보다 240명 더 합격시킨 셈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에서는 “결원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관계 기관에서 추가 합격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관계 규정에 따른 것으로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무원 채용이 특히 세무공무원의 경우 국가직 신분으로 국민 혈세가 들어가고 이미 작년에 관련 예산이 짜여 있었다는 점에서 한 두명도 아니고 240명이나 더 뽑는다는 것에 의문점이 일었다.

국세청 추가합격 사유 못밝히는 속사정

이에 <일요서울> 취재 결과 당초 합격한 240명이 국가직인 세무공무원을 포기하고 동시 합격한 지방직 공무원을 선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전직 국세청 직원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정보도 빠르고 머리도 좋아서 박봉에 승진이 어렵고 업무 스트레스가 높은 국세청보다는 지방직에서 근무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방직 공무원일지라도 정년퇴임할 때 5급 사무관을 달고 나가는 데 반해 국세공무원은 80%이상 6급으로 퇴임한다. 연금도 타 공무원에 비해 손해를 보는 것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A 세무공무원이 6급으로 퇴직할 경우 매월 받는 연금이 150만 원정도다. 그러나 지방직 5급 사무관으로 퇴임할 경우 연금기간을 20년으로 잡으면 세무공무원보다 1억원 정도 더 받는다. 기획재정부나 행정자치부등 타 중앙부처에 비하면 더 차이가 난다.

이뿐만 아니라 승진 병목현상도 타 부처에 비해 심하다. 통상 9급 월급 초봉이 130만 원 박봉으로 시작해 30년 이상 걸려야 4급 서기관으로 세무서장이 된다. 이때 받는 연봉이 7천만 원 수준이다. 웬만한 대기업 대리 연봉수준이다. 물론 세무서장의 경우 활동비 200만원 정도를 따로 받지만 관할구역 내 애경사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있는 사찰, 교회, 고아원, 경로당 행사에 참석해 찬조금 내고 직원 회식비를 챙기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위직의 경우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는 데만도 통상 13년 정도가 소요돼 타부처에 비해 승진 병목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국세청 인사철마다 ‘승진 청탁을 안 하면 바보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인사 청탁이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러나 세무공무원 고충 1순위는 단연 타 부처에 비해 낮은 월급이다. 이는 세무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한 세무전문 매체가 젊은 미혼남녀 세무공무원 110명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한 배우자 선호도 조사에서 세무공무원이 얼마나 도움되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67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세무공무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한몫하고 있지만 ‘박봉’이 최대 원인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남자직원의 경우 더 상대적 박탈감이 심했는데 “남성으로서 여성이 기대하는 소득을 충족시켜주기 어렵다”는 씁쓸한 답변을 내놓았다.

“남성으로 여성 기대소득 충족 힘들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30 ~40대 한창 일할 나이의 세무공무원들이 ‘세무사’ 전향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올해 국세청은 세무사 최소합격인원을 630명으로 제한했다. 세무공무원은 10년 이상 근무한 경우 1차 시험 6과목에 대해 면제를 받는다.

이럴 경우 2차과목인 4과목만 준비하면 된다. 또한 과락 역시 매 과목 100점 만점으로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할 경우 세무사에 합격할 수 있다. 한 일선 세무공무원은 “최근 젊은 직원들일수록 세무사 공부하는 인력이 늘어나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며 “엄정한 세법 집행으로 국가의 살림살이를 챙겨야 할 국세청 직원들이 짐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우려를 표출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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