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선 인권변호사, 현실에선 살인마?

블로그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운영했던 블로거 황덕하(52)씨가 전부인 살해혐의로 공개 수배선상에 올랐다. 황씨는 지난 7일 오후 7시 30분께 수원시 권선구 자신의 집에서 전 부인 A(51)씨를 흉기로 6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황씨의 모습이 담긴 수배전단 2만 부를 제작 배포하는 등 공개수사체제로 전환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법무사 시험을 본다며 수년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전부인 A(51)씨와 이혼했다. 황씨는 전문대를 졸업한 후 부동산 사업을 하다 10여년 전부터 시험준비를 핑계로 서울지역의 고시원에서 생활해 왔다.

8년 전 이혼한 황씨는 별다른 직업이나 수입이 없어 이혼 후에도 A씨에게 매달 생활비를 받았다. 최근 황씨는 A씨의 집을 찾아가거나 연락해 “재결합하자”고 요구했으나 A씨는 “같이 살 수 없다”며 거부했다.

황씨가 거듭 A씨의 집을 찾아가자 A씨는 “다시는 재결합을 요구하지 않고 집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각서를 써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고시원에 살고 있던 황씨는 수원시 권선구 자신의 부모 집으로 A씨를 불렀다.

이 자리에서도 황씨는 재결합을 요구했으나 아내가 거절하자 고성이 오고갔다. 급기야 황씨는 부모가 베란다로 나간 사이 미리 준비해간 30cm 회칼을 꺼내 A씨를 6차례 찔렀다.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부모가 황씨를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황씨의 부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지만 치명상을 입은 A씨는 병원 도착 전 숨졌다.

범행 직후 황씨는 부모에게 “나도 죽겠다”는 말을 남긴 후 자신의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황씨의 차량은 범행 현장에서 약 7km 떨어진 권선구 호매실동 칠보산에서 발견됐다. 이후 경찰은 일주일간 칠보산 일대를 수색했지만 황씨의 행방은 2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묘연한 상태다.

황씨는 방문자 164만 명이 오고가는 블로그 ‘슈뢰딩거의 고양이’ 운영하는 파워블로거였다. 황씨는 법무사 시험 준비기간 동안 쌓은 지식으로 인권변호사 행세를 해 네티즌 사이에서는 ‘서초동의 잘나가는 인권변호사’로 유명세를 떨쳤다.

황씨의 블로그에는 글 1만8000여개가 올라와 있으며 범행 당일에는 ‘신묘한 무기(하프와 IFO-이온추진비행제)에 의해 죽탕이 되고 있는 미국 본토’라는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황씨의 블로그 업데이트는 중단된 상태다. 황씨는 범행 이후 인터넷 접속이나 휴대전화 등 모든 접촉을 차단했다.

경찰은 황씨가 고시원에 숨어 지내거나 자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황씨의 생활 흔적 등이 전혀 보이지 않아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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