곗돈 규모 400억 베일 벗은 만덕계…속 타는 강남 귀부인


가수, 개그맨 어머니, 의사, 고위공무원도 낚였다
노래교실 사무실을 차려놓고 강남 부유층 대상으로 계 운영


강남 귀족계로 사회적 큰 파문을 일으켰던 ‘다복회’와 ‘금복회’에 버금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강남 부유층을 대상으로 수백억 대의 계를 운영하며 수십억 원을 가로 챈 50대 여성 계주가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자 중에는 가수와 개그맨 어머니, 변호사 부인, 의사, 고위공무원, 장성급 퇴역 군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주는 빼돌린 곗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해 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7일 계모임을 운영하면서 계원 15명으로부터 25억9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로 만덕계 계주 장모(53·여)씨를 구속했다.

“높은 수익 보장” 유인

장씨는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압구정동에서 노래교실 사무실을 차려놓고 만덕계라는 계모임을 운영했다. 그는 노래교실 회원, 친구, 지인 등 계원 104명을 끌어들이며 몸집을 불렸다. 장씨의 채무자 등 곗돈을 낼 능력을 없는 사람들까지 계원으로 무차별적으로 가입시켰다. 만덕계의 규모는 400억 원으로 계 구좌 수만 219구좌에 달한다. 장씨는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겠다” “2억짜리 계를 가입하면 이자 5000만 원은 보장해주겠다”며 계원들을 끌어들였다.

계원들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계원 중에는 댄스그룹 출신 가수 L모씨, 유명 개그맨 P모씨 어머니, 변호사부인, 고위 공무원 장성급 퇴역 군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고위공무원 등은 명예 실추를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계원들의 명단과 직업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장씨는 계원 104명의 곗돈 입출금을 총괄했으나 장부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다. 장씨는 각 계마다 1억~3억 원 규모로 운영했다. 만덕계는 계원 한 사람당 매달 1000만 원씩 입금하는 형식이었으나 여러 구좌에 가입한 계원의 경우 최고 3억 원까지 입금했다. 여러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계원들끼리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해 만덕계가 사기계라는 사실을 계원들이 눈치 채지 못했다.

장씨는 계원들에게 약속한 곗돈을 지급하지 않고 대신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계에 넣어 25억 9000만 원을 빼돌렸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1년 6개월 간 곗돈 중 11억 원을 카드, 전화요금, 보험금, 펀드, 아파트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장씨가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했다”며 “장씨는 계 운영 이외에는 수입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장씨는 계의 기본 규칙도 지키지 않았다. 깨진 계의 차액 공개를 차일 피일 미루는가 하면 계장부를 불투명하게 운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는 곗돈을 내지 못한 사람의 리스트를 고지하는 대신 해당 계원으로부터 이자를 받기 위해 자신이 대신 대납했다”며 “장씨가 대납했다고 주장하는 돈은 37억 상당으로 이자를 포함하면 43억 상당이다”고 전했다.

내연남과 함께 계 운영

장씨는 이른바 돌려막기 식으로 계를 운영했다. 곗돈을 타야할 계원에게 곗돈을 지급하는 대신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계에 넣도록 유인했다. 이후 자금상황이 나빠지자 장씨는 계원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자신이 낙찰받도록 하기 위해 낙찰금을 조작했다. 장씨는 또 의심받지 않고 낙찰금을 가로채기 위해 친구나 지인을 내세워 가장 낙찰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덕계는 유통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이룬 거상 김만덕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래서일까. 장씨는 계운영 뿐만 아니라 계원들에게 사치품 등의 물품을 팔기도 했다. 계원들에 따르면 장씨는 모피, 구두, 가방, 고가 화장품, 쌀, 김치 등을 계원에게 강매했다. 장씨는 노래방 교실 한쪽 벽면에 진열장을 세워놓은 뒤 가방, 구두 등을 진열해 놓고 계 운영과 별개로 물품 판매를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계원들은 전했다. 계원 A씨는 “곗돈을 타는 날이면 장씨가 ‘주변에서 물건을 팔아달라고 해서 힘들다’고 하소연해 인정상 물품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과 계원들에 따르면 유부녀인 장씨는 내연남과 수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해왔다. 계원들은 “내연남의 이름을 남편 이름으로 속여 계원들에게 소개했다. 계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야 내연남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됐다”며 “장씨가 원만한 가정생활을 하는 줄 알았고, 계원들이 장씨 남편 이름으로 조사해 본 결과 장씨 남편 명의로 호남 지역에 18만 평의 땅이 있어 장씨를 신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계원들 중에는 이번 계사기로 10억 원 상당을 잃은 계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와 절친한 친구였던 한 계원도 집을 담보로 5억 원을 빌려 만덕계에 가입했다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계원들은 “통장을 통해 곗돈이 오고 가기도 했지만, 현금으로 오고 간 곗돈도 상당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계원들에 따르면 장씨는 만덕계가 와해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에도 10억 원 계를 조직했다.

계원들은 “11명의 계원으로 구성되야 하는 10억 원 짜리 계에 계원 단 두 명만 끌어들여 각각 1억, 2억6000만 원을 받은 후 계원 수를 다 채우지 않고 해당 계를 없앴다”고 전했다. 계원 B씨는 이와 관련해 장씨로부터 받은 문자를 공개했다. 장씨는 B씨의 독촉에 지난해 11월 30일 “주 안에 10억 계가 조직되면 O사장님에게 우선적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만약에 안되면 내가 내발로 들어갈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죄송합니다”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계원들에 따르면 이 문자는 이미 10억 원의 계가 무산되고 난 후였다.

계원들은 “수수하고 착한 장씨의 인상에 속았다”며 “수억 원을 잃고 가정에 위기가 닥친 계원, 우울증을 앓고 있는 계원 등 피해가 극심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장씨는 “계원들로부터 37억 원을 받지 못해 계가 깨졌다”며 “돈이 들어오는 대로 11억 원을 채워 넣으려고 했다”며 경찰조사에서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 장씨를 고소한 계원 16명 이외에도 다른 계원들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며 “일부 계원들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장씨가 구속되면 안된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