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인간이 존재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했는가
- 40년만 여성수필가 처음 현대수필문학상 대상 수상

한국 수필 문단의 원로 맹난자 수필가가 본래 그 자리(부제 <LES ESSAIS·오래된 나의 노트>)라는 수상집을 펴냈다. 이 수상집은 일반 수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책으로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순간순간 마주쳤던 여러 질문들에 대해 선인들과 현존하는 철학자와 사상가,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저서들을 읽고 중요한 구절을 노트에 옮기며 스스로 답을 찾아간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종교, 철학과 사상, 또 인류학과 우주과학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섭렵한 것을 토대로 오랜 동안 심취, 연구해온 주역금강경등 불교 관련 책을 기본으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혜안과 사유가 빛나고 있다.

본래 그 자리한 인간이 존재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했는가하는 기록이다. 그 응답은 하루아침에 초월한 돈오돈수(頓悟頓修)가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한발 한발 깨우쳐간 점오점수(漸悟漸修). 언어도단의 비약이 아니라, 철저히 언어에 의지해 언어를 넘어선 문자반야(文字般若)이다. 이번 책은 힘찬 마침표, 화룡점정과도 같다. 돌고 돌아 와보니 결국 본래 그 자리로다! 이렇게 깨달음의 순간 터져 나오는 와지일성(㘞地一聲)을 자기 인생을 마무리하는 책의 제목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한다.

맹난자 수필가는 책머리새가 나뭇가지를 옮겨 앉듯, 이리저리 건너뛴 생각의 지도를 추려보니 책 한 권이 되었다. ‘오래된 나의 노트에는 끄적거리다 만 해답 없는 문제와 굴곡진 인생에 대해 알고 싶은 물음들이 많았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뒤 이어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도달하기까지 마주하게 되는 여러 질문과 궁금증들 즉, “존재란 무엇인가? ‘영혼은 있는가에서부터 마음, 죽음 없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 일귀하처(一歸何處)가 몹시 궁금했었다.

고옥(古屋)에 정신을 의탁하고 침침한 눈을 비비며 한 가지씩 답을 달아 보았다. 선인(先人)들의 철학과 사상을 참고했다. 11장에 70편의 글이나 문예적인 산문이 아니어서 에쎄라고 이름 붙였다. 어린왕자가 지구를 다녀간 포물선처럼 이것은 지상에서의 나의 시간 체험이다. 살비늘을 털어내듯, 숙제를 한 듯 홀가분하다라는 소회를 남길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음을 밝혔다.

본래 그 자리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저자가 우리를 대신하여 한 필의 무봉천의(無縫天衣)를 짰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인생의 비의를 알고 싶은 자는 본래 그 자리를 읽어야 할 것이다. 번개 맞은 심장이 결국에는 찬연히 빛나는 다이아드가 된 연금술적 기적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근본체험의 번개가 심장을 태워 광명석(光明石)으로 만드는 생생한 증거를 이 책으로 증명하고 있다. 맹난자 수필가가 펴낸 본래 그 자리의 문학적 성취는 한국수필문학의 자랑스러운 한 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1회 현대수필문학상 대상을 받은 피천득 이후 40여년 만에 여성 수필가로 처음 현대수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맹난자의 수상집 본래 그 자리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지금껏 저자가 펴낸 여러 권의 책 중에서 유명 예술가의 생가와 유택(幽宅)를 답사하고 쓴 기행수필 그들 앞에 서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 평생 공부해온 주역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주역에게 길을 묻다, 그리고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나 이대로 좋다등을 참고하면 좋다.

[저자 소개: 맹난자孟蘭子]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자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국대 불교철학과를 수료하였다. 1969년부터 10년 동안 월간 신행불교편집장을 지냈으며 1980년 동양문화연구소장 서정기 선생에게 주역을 사사하고 도계 박재완 선생과 노석 유충엽 선생에게 명리命理를 공부했다. 능인선원과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주역과 명리를 강의하며 월간 까마묵가에 주역에세이를 다년간 연재하였다.

2002
년부터 5년 동안 수필 전문지인 에세이문학발행인과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회장을 역임하고 월간문학편집위원과 지하철 게시판 <풍경소리> 편집위원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수필집 빈 배에 가득한 달빛』 『사유의 뜰』 『라데팡스의 불빛』 『나 이대로 좋다, 선집 탱고 그 관능의 쓸쓸함에 대하여』 『만목의 가을이 있으며, 역사 속으로 떠나는 죽음 기행 남산이 북산을 보며 웃네와 개정판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기억하라, 작가 묘지 기행인생은 아름다워라』 『그들 앞에 서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Ⅰ‧ Ⅱ), 그리고 주역에게 길을 묻다(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 일어판 한국 여류 수필선외 공저 다수가 있다.

현대수필문학상, 남촌문학상, 정경문학상, 신곡문학 대상, 조경희수필문학 대상, 현대수필문학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지금은 한국수필문학진흥회 고문, 에세이스트편집고문, 문학나무자문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상벌제도위원장으로 있다.

저자/ 맹난자, 펴낸곳/북인(Book in), 가격/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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