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수수께끼를 냈다.

“4번 버스가 44명을 태우고 4번 국도를 가다가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했다. 이것을 4글자로 표현하면?”이 문제였다. 이것을 어떻게 4글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지만 마땅히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들이 답은 교통사고라고 알려주었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웃고 말았다. 법률가로서 일한 지도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아들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률문제로 찾아오는 의뢰인들도 장황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제가요 지난 토요일 날 남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남편이 모는 차를 타고 집을 나섰거든요? 그런데 차가 너무 막혀서 원래 가던 길을 가지 않고 우회하는 길로 돌아서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가 뒤에 타고 있던 아들이 소변이 마렵다고 해서 화장실을 찾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가도 차를 세울 데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마침 주유소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기름도 가득 들어있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아들에게 화장실을 갔다 오게 한 후 다시 주유소를 나와 막 큰길로 들어서려는데...”
 
이때 변호사들은 바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말을 자르고 묻는다.
 
그래서 법률적인 문제가 무엇인가요?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인가요?”
 
아 네.. 그게 아니라 큰길로 들어서는데 마침 지나는 차량을 보지 못하고 부딪칠 뻔 했는데 그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가 욕을 하고 저희 남편을 폭행하였습니다.”
 
결국 형사 사건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법률전문가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길 바랄 것이다.
 
저의 남편이 지난 토요일 폭행 사건으로 입원 중입니다. 가해자의 폭행으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전치 10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을 받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정말 모두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법률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는 것도 사건을 빨리 의뢰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필요하다.
 
법정에서도 억울함을 토로하려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저 정말 힘들게 살았습니다. 먹고 싶은 것 사 먹지 않으면서 노력해서 번 돈입니다. 피고가 저를 찾아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저는 처음에는 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에게 반드시 갚겠다고 하면서 빌려달라고 해서 믿고 빌려주었습니다. 제가 그 돈을 받지 못해서 지금까지 이자를 내느라고 죽을 지경입니다. 돈을 꼭 받게 해 주십시오.”
 
재판장은 궁금한 것을 재차 묻는다.
 
상대방 주소를 알 수가 없어 재판 진행이 되지 않고 있으니 주소를 보정해 주세요.”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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