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소재로 일제강점기 한국 야생동물 수탈의 역사를 다룬 영화 대호가 드디어 관객들 앞에 베일을 벗었다. 영화 ‘대호’는 한국영화가 동원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총망라할 정로도 화려한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담아냈다. 더욱이 천만배우 최민식의 차기작으로 주목 받으며 영화 팬들의 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16일 개봉한 영화 ‘대호’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포수로서 살아왔지만 불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늦둥이 아들 석(성유빈 분)을 데리고 약초를 캐며 살아간다.
 
그 사이 일본군은 조선 전역에서 야생동물을 수탈하고 특히 호랑이 가죽을 차지하기 위해 포수들을 총동원해 호랑이를 잡아들인다.
 
특히 일본 고관 마에조노(오스기 렌 분)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니 대호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극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하지만 번번이 대호 잡기에 실패한 일본군 장교 류(정석원 분)는 유일하게 대호를 잡을 수 있는 만덕을 끌어 들이기 위해 책략을 마련하게 되고 대호 사냥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는 시종일관 지리산의 산세와 호랑이라는 먹이사슬의 절대 강자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동원했다. 특히 실존하지 않는 호랑이를 새끼부터 장성한 어른 호랑이까지 그래픽으로 표현해 내면서 사실감을 높였다.
 
또 영화 후반부 눈보라 날리는 장면 등 한국영화계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특수효과를 쏟아 부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작품이다. 약 14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실제 영화 ‘신세계’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박훈정 감독은 지난 8일 언론시사회에서 “모든 그래픽 효과와 기술을 총 동원했다”고 자평할 정도다.
 
다만 이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볼거리와 함께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나지만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각 캐릭터들의 허술한 개연성, 살짝 맥 빠지는 결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극 초반부터 산군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산신령 같은 존재로 부각시켜 한 고을의 안녕을 바라는 무속신앙적인 면모를 담아냈고 여기에 조선의 뿌리를 흔들려는 일본군 입장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인 산군을 없애려는 계략이 숨겨져 있지만 그 연결성을 찾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대호와 만덕의 인연에서 비롯되는 후반 이야기는 극적인 결말에 도달하지 못하며 다소 밍밍한 느낌을 전달한다. 또 호랑이와 주인공의 관계 역시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다소 동화적인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초반의 진지함이 후반의 감동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배우들의 집중력 있는 연기력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민식을 비롯해 정만식, 김상호로 이어지는 명품연기자들의 진지함에 세삼 놀라게 되고 아들 역을 맡은 성유빈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들어다 놨다 하며 관객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비록 빈약한 전개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제는 할리우드에 비견될 만큼 수준 높아진 한국영화의 C.G.와 특수효과를 접해볼 수 있는 영화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대호가 2015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국영화의 한 축이 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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