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했던 시절, 진지함으로 맞선 이름없는 아우성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역사란 ‘오늘의 지나간 일'이기에 지혜를 얻을 보물창고와 같다."

이 말은 <나라 없는 나라>의 저자인 이광재가 어느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철학을 전공하고 혼불 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그는 삼포아닌 육포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가 흡사 120여 년 전의 전봉준과 농민들이 살았던 시대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때일수록 불편한 마음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진지한 성찰과 대응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보았다.
전봉준 평전을 집필한 바 있는 저자가 전봉준에게 매료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개화파가 가지고 있지 않은 조직 장악력과 막중한 책임의식 수준을 가지고 있는 준비된 자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의 동학농민혁명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재를 바탕으로 혁명의 발발부터 전봉준 장군이 체포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속은 철통같이 에워싼 운현궁·노안당을 제집 들 듯이 들어온 김봉집이란 사내가 흥선대원군 앞에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해 정월, 전봉준·송두호·정종혁·김도삼·송대화·황홍모·김응칠·최경선 등의 이름이 적힌 통문이 돌았다. 그들은 군사를 모아 고부군수 조병갑을 몰아낸다. 조선의 명운이 달린 조선의 마지막 기회였던 농학농민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전봉준·김개남·손화중 등의 장군들과 흥선대원군과 이철래·김교진 등의 젊은 관리 그리고 을개, 갑례, 더팔이 같은 주변인들을 등장시키면서 시대적 상황과 사랑, 아픔을 우리 현실에 비추어볼 때 가장 현재적 의미가 충만한 사건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가 현기영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전아한 아름다운 문체에 있다고 했다. 예스러우면서도 약동하는 고전 문체의 재발견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고 전했다. 허투로 넘어갈 문장이 없어 오래간만에 공들여 읽을 만한 소설을 만났다고 전한 소설가도 있다.

또한 이 소설의 가장 큰 강점은 동학농민혁명, 그날의 현재성에 담긴 농도 짙은 감동이다. “공경 이하 방백과 수령은 국가가 처한 위험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몸을 살찌우고 집안을 윤택하게 하는 계책을 꾀할 뿐(본문 중)”인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의 목소리가 하나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런 과정에서 오늘날의 현실을 대입해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소설을 완성시키는 이름 없는 농민군들의 서사는 마음을 울린다. ‘롤러코스터처럼 어지럽던’ 시대를 살아야 했던 ‘농민군과 선비, 정치가, 심지어 이름 없는 백성들이 밤하늘 별처럼 찬연히 빛나는 소설’로서 그들 모두의 삶이 얼마나 진지하고 절박했었는지를 심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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