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창업시장은 정체된 내수 속에서 창업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모순된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정체와 미래에 대한 강한 불안이 맞물려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반면, 작년부터 이어진 대기업 발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속화됨에 따라 창업 수요는 늘어나 창업시장 내 공급은 많아 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쪼그라드는 시장에서 더 많은 창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 지난해보다 자영업자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2016 새해 창업자들이 ‘가성비’를 유념한다면 희망은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중앙대 교수·창업학 박사)은 “새해는 창업시장 전반에 걸쳐 소비자와 창업자 모두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맛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창업 수요자들은 수익이 안정적이면서 투자 및 고정비용은 낮은 아이템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아끼고 절약하는 가운데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상품에는 지갑을 과감히 여는 실속 소비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뛰어난 사양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품질을 갖췄다면 가격 거품이 없거나 더욱 저렴한 상품을 고른다.

이에 따라 브랜드보다는 내용과 재료의 질을 꼼꼼히 따진다. 공급이 넘쳐나고 품질도 웬만하면 모두 갖췄다. 각종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다양한 꿀팁과 정보까지 갖췄다. 과거에 수요가 많을 때는 판매 가격과 브랜드가 상품의 품질을 보증했다. 하지만 이제 이름값만으로 상품이 팔리는 시대는 저물었다.

창업에서도 투자대비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업종이 부상할 것이다. 5저 시대(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투자·저소비)가 도래함에 따라 매출이 꾸준하면서도 고정비용 등이 낮아 수익성이 보장되는 업종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 커피, 음료 등 가격파괴 업종이 시장을 뜨겁게 달궜지만, 정작 창업자들이 손에 쥔 돈은 거의 없었다.

5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1500원짜리 커피를 하루 종일 333잔 이상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12시간 영업한다고 가정할 때, 한 시간에 28명은 매장에 방문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집 건너 한집이 커피전문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종일 점포 밖에 손님들이 줄을 서야 가능하다.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요즘은 커피전문점에서 하루 30만 원 매출을 올려도 잘 나오는 축에 속한다”고 전했다. 새해에는 단순한 가격파괴를 넘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점포 수익성까지 높인 업종이 소비자들과 창업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속 미니레스토랑 부상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과 피자전문점을 대체할 실속 미니레스토랑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웃백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장을 철수하기 시작, 올초까지 34개 매장을 폐점했다.

현재 80여개만 남았다. 또 TGI프라이데이스와 베니건스도 운영 매장이 현재 34개와 2개만 남았다. 애슐리도 매장을 한식뷔페 자연별곡으로 변경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도 고전하고 있다.

피자헛은 올 들어 직영매장 75곳 가운데 60여곳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거나 폐점했다. 이들 업종이 어려운 이유는 1인 가구 증대와 소비 위축, 실속소비 경향이 맞물리고, 변화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밥족’, ‘혼술족’ 등 개인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양이 많은데다 가격까지 높다.

소비자들이 패밀리레스토랑과 피자전문점 대신 가격 낮고 가격 거품까지 뺀 실속 스테이크전문점이나 한식뷔페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새해에는 ‘가성비’를 갖춘 업종이 이들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1만 원 이하 스테이크전문점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리즈스테이크갤러리’는 닭다리·목살·소고기스테이크를 7천9백~9천9백 원에 판매한다.

한입에 먹기 좋은 고기와 샐러드, 볶음밥, 후렌치 후라이까지 곁들여 진다. 여기에 2900원만 추가하면 맛보기 쌀국수까지 더해져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직장인과 젊은층, 가족 외식고객층에 특히 인기 있는 이유다.

가격거품을 뺄 수 있는 이유는 스테이크, 쌀국수, 필라프(볶음밥) 등 핵심 메뉴만을 판매, 불필요한 식재료 회전율을 높여 재고 및 관리비용을 낮추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사에서 고기, 소스, 시즈닝 등을 일괄적으로 대량구매, 유통마진을 낮췄다. ‘하루엔소쿠’도 프리미엄 돈가스를 8,000~10,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1만5000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급 돈가스의 품질은 유지하되, 가격 거품을 뺀 것. 국내산 돈육과 생빵가루, 깨끗한 기름 등 고품질 재료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토마토, 겨자, 마늘, 허브 등 한국인 입맛에 맞는 다양한 소스를 접목했다. 일본 정통식 돈가스, 우동, 나베 등 인기 품목만을 판매한다.

한국의 진달래꽃을 형상화해 매장 내부를 꾸며, 밝고 화사하고 깔끔해 가족이나 연인고객층이 많이 찾는다. 우동도  단품이 4000~6000원으로 저렴하다. 미니 돈가스나 유부초밥을 더해 실속있는 가격으로 밥 한끼를 든든하게 해결한다. 이외에 1만 원대에 한식뷔페를 즐겨 4050세대로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풀잎채’ 등 한식뷔페의 인기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식 예복을 저렴하게 빌리거나, 직접 사진촬영을 하는 등 결혼을 검소하게 하려는 ‘스몰웨딩’이 주목받음에 따라 내년에는 맞춤정장 전문점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이제 ‘과시소비’에 집착하지 않는다. 브랜드정장 대신 가격거품을 뺀 정장을 찾고 있다.

‘제이진옴므’는 100여 가지 최고급 안감과 50여 가지 단추 등으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정장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 맞춤 예복이나 턱시도 대여를 원하는 예비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생계형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자율 프랜차이즈’도 늘 것이다. 자율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의 계약관계가 기존 프랜차이즈보다 느슨한 것을 말한다. 자율 프랜차이즈인 떡볶이 전문점 ‘버벅이네’는 창업 초기에는 교육과 지원 등 가맹본부의 기능을 하고, 가맹점 운영을 시작하면 철저하게 자율성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테리어나 다른 디자인 사용에 관한 권리도 자유롭다.

창업자가 본사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독창적으로 해도 상관없다. 점포 운영도 소스와 식자재만 공급받고 점포 운영에 관한 사항은 점주의 재량에 맡겨진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의점 ‘위드미’도 자율 프랜차이즈에 속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가맹점주가 인테리어와 시설집기 구입, 영업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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