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개원일을 앞두고 의원들의 집무실이 마련될 국회의원회관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17대 의원들의 사무실은 의원회관 2∼8층에 위치해있는데, 의원 1인당 25평의 공간(의원실 11.6평, 보좌진실 11.1평)이 공평하게 주어진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16년간 머물러온 221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열린우리당 장향숙 당선자에게 돌아갔다. 국회 사무처는 몸이 불편한 장 당선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1층에 사무실을 주고자 했지만, 장 당선자가 완강하게 고사하는 바람에 엘리베이터가 가까운 221호를 배정하게 됐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3층 325호를 배정받았다. 325호는 동교동계를 상징하는 김옥두 의원의 방이었다.4층에서 나란히 방을 쓰던 한나라당의 ‘탄핵지도부’ 최병렬 전 대표(423호)와 홍사덕 전 원내총무(424호)의 방은 각각 열린우리당 유선호, 김성곤 당선자에게 돌아갔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8년간 머물러온 414호실은 열린우리당 우제항 당선자에게 돌아갔다.반면 16대 내내 4층을 고집해온 한화갑 의원(428호)은 옆방의 김효석 의원(427호)과 함께 17대에도 의원직을 유지, 같은 방을 계속 사용한다.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역시 기존에 사용하던 545호에 그대로 눌러 앉았고,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도 512호를 그대로 사용한다.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7층은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뀌었다.열린우리당 김영춘 신기남 임종석 이강래, 국민통합21 정몽준, 열린우리당 한명숙 원혜영 배기선, 한나라당 황우여 박진 원희룡 이병석 박성범, 민주노동당 천영세 단병호 당선자 등 15명이 716호부터 730호로 이어지는 ‘로열벨트’에 안착했고, 탄핵정국에서 대야투쟁 지도부를 맡았던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탄핵안 가결의 의사봉을 쥐었던 박관용 의장의 방(717호)을 ‘접수’했다. 옆방에 임종석 대변인이 입주하고, 건너편에는 김부겸 비서실장의 방이 있어 당 지도부가 수시로 만나 현안들을 협의하기 편한 구조가 됐다.

전망은 좋지만, 직사광선이 내려 쬐어 기피 장소가 된 8층에는 열린우리당 안영근 유시민,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 등 34명이 배치됐다.한편 의원회관은 방향에 따라 A∼F 6구역으로 나눠지는데, 입지여건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입지여건만 놓고 보면, 국회 본청과 잔디밭을 바라보는 A구역이 단연 인기가 높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데다가 엘리베이터도 가깝기 때문에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거물급 중진의원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해진다. 앞서 7층을 배정 받은 의원·당선자 가운데 ‘로열벨트’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A구역 다음으로는 햇빛이 잘 드는 B구역이 인기였지만, 이곳에 입주한 16대의원들의 17대 생존율이 1/3을 넘지 못하는 등 흉흉한 소문이 퍼지자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C구역이 새로운 ‘명당’으로 부상했다고 한다.반면, 건물 가장자리에 위치한 E, F구역은 엘리베이터와 멀고, 특히 F구역은 A구역과 반대로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입지여건 때문에 기피지역으로 꼽힌다고 전해진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