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좌장역할을 하며 ‘맏형’으로 통하던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과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간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다.염동연 의원이‘참여정부’의 호남인맥 관리인을 자청, 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사문제에 대해 개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정찬용 인사수석의 반대로 무산돼 이같은 갈등설이 나돌고 있다. 염동연 의원이 최근 당·정·청간 인사 교류의 가교 역할인 정무조정위원장직 반납 의사를 밝힌 후 ‘잠행’을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시각이다.친노 직계그룹의 핵심인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당내 인사들의 정부·청와대 및 공기업 인사추천 업무를 담당하는 요직인 정무조정위원장직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달 26일.

염 의원은 정무조정위원장직 내정 이후 일부 언론에서 자신을 김대중 정부 당시의 권력실세와 비유하자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당 지도부에 백의종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자중 자애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지역구인 광주에 벤처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을 위해 당의 중심을 잡고, 그동안 노 대통령을 위해 고생했던 사람들을 도와주려 했으나 잡음이 일 것을 우려해 뜻을 접었다”고 말했다.그는 현재 지난달 24일 중국으로 떠났다가 같은 달 29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염 의원이 청와대와 공기업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직을 포기한 진짜 이유는 뭘까.사실 공기업 사장과 정부 산하기관장 101명 가운데 32명이 앞으로 1년 이내에 임기가 끝날 예정이어서 인사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 실제 13개 공기업 중 석유공사, 토지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3곳의 사장과 정부산하기관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88개 기관중 한국전산원, 소비자보호원, 독립기념관, 예금보험공사, 교육학술정보원, 과학기술기획평가원, 문화컨텐츠진흥원,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등 8곳의 기관장이 올해 안에 임기가 끝난다. 또 정부 산하기관 중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체육회, 영화진흥위원회, 자산관리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의 기관장 21명은 내년 상반기 중 임기가 만료된다.

정계 인사들은 “염 의원의 이같은 행보에는, ‘정무조정위원장직을 맡는다 하더라도 입김이 통하지 않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계 인사들은, 같은 호남 출신인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과의 갈등설에 주목하고 있다.염 의원은 ‘참여정부’ 호남인맥 관리인을 자청, 청와대에 주요 인사파일을 전달했으며 최근 단행된 청와대 비서관 선정 때도 일부 인사를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번번이 염 의원의 의사는 반영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두 사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게다가 공기업 인사추천 업무와 관련해서도 정 수석은 최근 “임기는 사회적 약속인 만큼 꼭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저하게 경영실적이 나쁘거나 통솔이 안돼 조직이 소란스러운 곳 등의 장은 스스로 그만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이번 인사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은연중에 표시하는 등 염 의원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

결국 염 의원은 ‘해봐야 뻔한’ 정무위원장직을 포기하고 중국행을 결심했다는 것.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의 안부전화도 ‘아프다’며 받지 않는 등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물론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염 의원이 노 대통령의 최 측근으로 분류되면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 ‘노심(盧心)’이 담겼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문제는 청와대와 당의 정치적 창구는 이미 문희상 전실장으로 정리됐다는 것. 결국 염 의원의 각종 언행은 어떤 ‘비선(秘線)’이 있는 듯한 오해를 불러왔다.이 때문인지 노 대통령도 최근 일부 당인사에게 염 의원의 처신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당선자는 “노 대통령이 두 사람과 관련,‘노심(盧心)을 들먹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중을 비친 바 있다”면서 “언론이나 여러 채널을 통해 보고되는 두 사람의 처신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일종의 간접 경고인 셈이다.사실 염 의원은 지난달 6일 청와대 출신, 전직 장관 등 노 대통령과 가까운 초선 의원 50여명을 모은 식사자리를 주관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정·청간 인사 교류의 가교 역할‘로서의 자신의 위세를 과시한 것이나 다름 없는 행동이었던 것.청와대 출신 한 당선자는 “노 대통령은 밀실정치나 비선정치를 무척 싫어한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주의라고 봐야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문희상 의원은 “경고가 있었다면 나를 통할텐데 전혀 그런게 없었다”고 말했다.어찌됐건 차기 광주시장을 노리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정찬용 인사수석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좌장역할을 하며 ‘맏형’으로 통하던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의 대결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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