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진규: 흙을 구운 조각가>

한국의 로댕이란 평을 받고 있는 권진규의 인생은 드라마틱했다.
사실적 묘사를 중시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추상적인 사조가 주류였던 한국의 미술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그는 화랑계와 갈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다가 말년에 수전증까지 찾아오자 1973년 5월4일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대와 타협하지 못한 고독한 조각가였던 그는 흙을 빚어 구워내는 테라코타 작품과 한국전통의 건칠기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었다. 부드러운 흙으로 사람의 얼굴을 빚고, 단단한 화강암으로 사랑스런 동물을 만들며 옛것을 통해 새로움을 찾아냈다. 다소 생소할지 모를 이름이지만 현대 조각사를 빛낸 인물이다.

 

< 김홍도 : 조선을 그린 화가 >

우리 주변과 삶을 소재로,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친밀하게 묘사했기 때문일까? 단원 김홍도의 작품은 따뜻하고 정감 있다. 인물화나 풍속화 이외에도 산수화, 신선도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화폭에 담은 그림뿐만 아니라 음악·서예·시조에도 뛰어났던 화가였다. 비록 양반이 아닌 중인의 신분으로 태어나 넉넉한 삶을 살진 못했지만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대표작인 『단원풍속화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 제527호)을 비롯해서 『금강사군첩』(개인 소장)·「무이귀도도」(간송미술관 소장)·「선인기려도」·「단원도」(개인 소장)와 「섭우도」·「기노세련계도」·『단원화첩』(삼성미술관 소장)·「마상청앵도」 등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 오윤 : 희망을 새긴 판화가>

오윤의 작품 세계에는 격동기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남긴 대표적인 작품인 칼노래, 노동의 새벽, 대지, 원귀도, 통일대원도 등을 보면 대부분이 강렬하고 원초적인 색감으로 터치한 듯하다. 사실 처음에는 거의 흑백 목판화로 일관하였으나 1984년부터는 흑백 판화의 고수에서 벗어나 간결한 장식적 색상을 도입해 새롭운 변화를 시도했다. 목판에 평범하고 서민적인 삶의 모습을 담아낸 판화가로서 그들의 슬픔과 희망을 자신의 것처럼 귀하게 여겼다. 강렬한 선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된 그의 작품에서 친숙함마져 녹아 있다. 옛것의 소중함과 인간애가 묻어나는 조각의 맛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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