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연극 <엘리펀트송>, <에쿠우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 최근 연극계 판도를 뒤집으며 흥행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작품들은 등장인물의 지독한 트라우마(Trauma)’ 혹은 정신병적 증세에 집중한다.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충격에서부터 거대한 사고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서 접근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할 수 있는 소재인 탓이다. 트라우마와 정신병적 증세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무대에서 표현된다. 관객들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문제를 통해 담담하고 시린 위로의 메시지를 받는다.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연극들이 대세 '힐링극'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엘리펀트송>
사랑에 대한 지독한 집착,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
 
코끼리에 대한 트라우마, 사랑에 대한 지독한 결핍과 집착. 마이클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구체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정서를 공유한다. 대담하고 강렬한 스토리가 매혹적인 동시에 그 어떤 작품보다 사람과 사랑에 대해 가장 뜨거운 감정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 박사와 마지막 목격 환자 마이클 간의 숨막히는 두뇌게임을 그린다.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연극이 원작이며, 지난해 11월 국내 초연 무대를 선보인 후 꾸준히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극 <에쿠우스>
거세된 욕망, 불꽃 튀는 광기와 카타르시스
 
극작가 피터 쉐퍼의 대표작으로,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영국의 마구간 소년 알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연극이다. 초연 40주년에 빛나는 명품 스테디셀러. 종교에 집착하는 어머니와 사회주의자 아버지 사이에서 왜곡된 사랑과 무관심에 짓눌린 10대 소년 알런과 그를 마주하며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를 통해 신, 인간, 섹스라는 인간의 영원한 화두를 던진다. ‘에쿠우스의 레전드로 불리는 조재현을 필두로 김태훈, 안석환, 류덕환, 김윤호, 서영주 등이 함께 출연하며, 27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세상으로 나온 자폐증 소년, 그 경이로운 이야기
 
김수로 프로젝트의 14번째 작품으로, 2003년 발표된 마크 헤던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열다섯 살 소년 크리스토퍼가 이웃집 개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사실을 목격한 뒤 탐정 노릇을 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성장담을 다룬다. 화려한 무대기법과 재치 넘치는 연출, 배우들의 노련미가 더해져 작품이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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