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의학이 발달해 약간의 증상도 모르고 살던 사람이 최첨단 기기를 통해 깊이 숨어있던 암세포를 발견하며 유전자 검사로 어떤 질환에 걸리기 쉬운지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의원에서는 임신 여부 확인과 접수 데스크에서 진료의 효율성,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 설문지를 작성하지 않고 아무런 말도 없이 몸에서 이상한 부분을 맞추라는 환자들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특수 기기를 활용하기보다 四診法(사진법·보고 듣고 묻고 손으로 만져봄으로써 하는 진단)을 통해 진료한다. 또 한의학은 미신이 아니라 수천년을 이어 내려온 경험의학이며 진단명에 근거한 치료의학보다 직접적인 효과가 늦을 수 있다. 그러나 병이 되기 전 몸의 불균형을 찾아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예방의학이자 치료의학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 보조적인 의학이다.
 
▲ 뉴시스
그럼에도 자주 부딪히는 벽이 있다. 소화기가 약한 환자에게 예상되는 증상들을 말하지만 자신은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는 경우가 있다. 1차 진료상담을 끝내고 예상되는 치료 계획을 설명하며 환자는 치료실에서 10분간 누워 안정을 취한 후 腹診(복진·복부의 촉진)을 하면 미처 몰랐던 증상들을 마주하게 된다. 또 늑골각(갈비뼈가 마주해 만들어낸 각도) 아래 위장에 위치한 공간이 단단하고 볼록하며 이를 누를 때 통증을 호소하고 다리를 끌어당긴다. 이에 환자는 특별히 먹은 것이 없는데 더부룩하고 입맛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편해져 과식하게 된다고 말한다.
 
특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결론을 내리는 기승전결의 생각보다 타인이나 주변 환경 등으로 고민을 반복하며 스스로 이해를 하려고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환자는 체한 적이 없는데 왜 소화기능이 안 좋다고 얘기를 하냐?”며 의심을 한다. 때문에 급체와 체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급체와 체기는 다르다. 급체는 음식을 먹은 후 수 시간 내에 손발의 차가움, 얼굴이 노랗거나 희게 변하고 등결림, 늑골각 아래 위장 부위 불편함과 식은땀, 울렁거림, 두통 등을 호소하며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 역시 복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위급한 경우 실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구토나 설사 등으로 유도해 막힌 것을 뚫어야 한다. 이후 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소화에 무리 없는 유동식을 섭취해 긴장되고 경련을 일으켰던 위장을 다독여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켜줘야 한다.
 
특히 체기는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속이 더부룩하며 늑골각 아래쪽에 무언가가 달려 있는 듯한 불편함과 입맛이 없고 피로감,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체기를 느끼다가 소화가 되면 오히려 헛헛하게 배고픈 가짜 식욕을 느끼게 돼 평소보다 더 많이 급하게 먹게 된다. 이 경우 다시 체기가 발생하거나 급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치료와 복약, 관리 등을 통해 체기가 해소되면 소화 기능이 항진된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 탈 없이 지나가는 일이 반복되면 자신이 잘 먹고 소화에 별 무리가 없다고 착각할 수 있다.
 
물론 급체와 체기가 생사를 판가름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 비위는 우리 몸의 가장 기본적인 기운인 원기, 중기의 근본이라고 본다. 먹고 마신 것을 소화시켜 심장을 통해 혈액을 만들어 간에 모아 두고 심폐를 통해 온몸 구석구석 보낼 수 있도록 한다. 또 이는 자궁과 난소를 비롯한 생식기에 미쳐 정상적인 수태능력을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 몸에 지도를 그린다면 비위는 사거리의 중심으로 정상적인 소화기능을 수행할 때 다른 장기들과 비위의 부가적인 기능들도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소화기 증상들을 잘 살펴보고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한 걸음 다가가도록 하자.
 
<미가람한의원 원장>
<정리=최새봄 기자> bombom5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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