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내년부터 월105만 원 지급”…스위스는 국민투표
경제학자들 “근로 의욕 앗아간다”며 기본소득 반대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Basic Income Youth Network)가 1월 5일 <허핑턴포스트> 블로그에 올린 기사 ‘기본소득 캠페인 결과 분석- 저성장 시대의 좋은 삶이란?’은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가 지난해 2015년 11월 4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웹캠페인 “내가 기본소득을 받는다면"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희망금액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내용을 담은 87개의 응답을 남겼다. 가장 낮은 금액은 10만 원으로 “제철 과일을 마음껏 먹고 싶은" 자취생의 응답이었다. 가장 높은 금액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모든 리듬을 섭렵"하고 싶은 음악가의 500만 원이었다. 이 두 금액을 제외한 평균 금액은 77만1400원이었다고. 가장 응답자 수가 많았던 금액은 100만 원이었다. “그 돈을 받으면 무슨 일을 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가장 많았던 답변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34%)였다.

기본소득, 기본소득보장, 보편적 기본소득, 보편적 일반급부(給付)라고도 불리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제도의 한 가지 형태로서 한 국가의 시민이나 주민이 여타 소득과는 상관없이 일정액의 돈을 정기적으로 정부 또는 여타 공공기관으로부터 받는 것을 말한다. 빈곤선에 못 미치는 무조건적인 소득 이전은 때로 ‘부분적 기본소득’이라 불린다.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지난해 5월 기준 우리나라의 기초연금 수급자는 442만 명이다. 이들은 월 최대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무조건적으로 받고 있다. 만약 정부가 현행 기초연금을 정액 100만 원으로 인상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국으로 귀화하려는 외국인이 줄을 잇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 개념은 근년 들어 몇몇 나라에서 제법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새로 들어선 핀란드 보수파 정부는 “2017년부터 월 900달러(105만 원)의 기본소득을 누구에게나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려면 연간 500억 달러(58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핀란드 국민의 70%는 이 계획에 찬성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스위스에서는 오는 2월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일반의 지지가 높아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기본소득 구상에 반대한다.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부터 문제거니와 설사 재원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정액을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한다면 사람들의 근로의욕이 떨어져 결국 경제에 해가 되리라는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어디, 그렇다면 기본소득이 결국 개인과 사회에 득인지 실인지 한번 알아보자”며 독일의 젊은 기업인이 추첨으로 뽑은 대상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월 1000유로(128만 원)를 1년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재학 중인 모든 어린이와 25살 이하 청년에게 일종의 ‘미니 기본소득’을 월 200달러 지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본소득이 실생활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검증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미카엘 보마이어(31)라는 기업가가 개인 차원에서 ‘내 기본소득’이라는 실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본업인 인터넷사업을 잠시 쉬면서 ‘내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 중인 보마이어는 “모든 사람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수혜자에게서) 엄청난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말했다. 현재 ‘내 기본소득’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생활하는 옛 동독 출신의 보마이어는 “시간이 흐르면 기계가 우리 일을 모두 대신 해 줄 것”이라며 “따라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으려면 사람들은 안전이 필요하고 자유롭게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기본소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마이어에게서 매월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은 26명이다. 몇 주 만에 한 번씩 추첨이 실시돼 대상자가 보태진다. 추첨을 통해 수혜자로 뽑히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은 현재 6만 6000명인데, 보마이어는 기본소득 기금이 확충될 때마다 돈에 맞춰 수혜자를 추가 선발한다. 기금은 전액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지금까지 3만1449명이 ‘내 기본소득’ 사업에 기부금을 냈다. 가장 흔한 단일 기부액은 33유로다. 이 액수가 월 기본소득의 하루치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창의성 끌어낸다”

LAT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추첨은 지난해 12월 8일 베를린 시내 막심고리키 극장에서 관객을 앞에 두고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열렸다. 여기서 당첨자 5명이 탄생했다. 당첨자 가운데 여자 1번은 “자녀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자원봉사를 하는 데 기본소득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2번은 “내 꿈대로 살면서 뭔가를 되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여자 3번은 “연극 제작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자 4번은 “매일 아침 기쁘게 잠에서 깨어 여행을 더 많이 하고 다른 예술가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남자는 “종업원을 한 명 새로 채용해 내가 하는 생태채소 재배업을 더 키우겠다”고 말했다.

막심고리키 극장에서 추첨에 들어가기 직전 보마이어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안에 기본소득 수혜자를 5명 더 뽑을 만한 기부금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흐뭇한 일”이라면서 “대부분 소액 기부였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기본소득 수혜자 가운데 대부분은 예전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삶을 보는 그들이 시각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보마이어는 “그들이 우리에게 하나같이 털어놓는 말은, ‘훨씬 더 잘 잘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학생들은 계속 공부하고, 노동자들은 계속 노동하며 연금생활자들은 여전히 연금생활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해방감을 느끼며 더 건강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보마이어의 기본소득 실험은 앞으로 상당 기간 실험에 그칠 전망이다. 그의 대담한 실험이 독일 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보마이어의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 베를린자유대학의 카르스텐 코쉬미더 교수는 “그 구상은 독일 내 어떤 정당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면서 “독일의 모든 정당이 (기본소득이 실현되면) 사람들이 일할 유인(誘因)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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