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상 거침없어 ‘진격의 중국’ 실감
한편으로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 많아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경제의 두 얼굴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 즉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상하이(上海)에서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던 교역로를 쿤밍(昆明)에서 미얀마를 관통해 인도양으로 직행케 하고, 위구르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港)까지 직적 교통로를 뚫어 중동에 도달함으로써 원유 수송로를 1만3000㎞나 단축시키려 공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지난해 한때 아시아판 파나마 운하로 불리는 태국 크라 운하를 중국이 새로 뚫기로 했다는 뉴스가 크게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부 중화권 매체가 중국과 태국이 말레이반도의 허리를 관통해 인도양과 태평양을 직접 연결하는 크라 운하 건설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중국과 태국 정부가 곧 바로 전혀 협의한 바 없다고 부인해 일단 오보로 판명이 났지만 사업 추진 타당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국기업 속속 사들여

그런가 하면 중국 기업들은 2016년 들어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회사 칭다오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萬達)그룹이 미국 영화제작사인 레전더리픽처스를 인수한 건이 대표적이다. 올해 성사된 대규모 M&A계약 3건 가운데 2건을 중국이 따냈다. 중화 자본은 일본 전자회사들에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대만 최대재벌인 훙하이(鴻海)그룹은 일본 전자회사 샤프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인수 대가로 7000억 엔(약 7조1800억 원)을 제시했다. 훙하이그룹은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중국 광둥성 소재 세계최대 전자회사인 폭스콘(Foxconn)의 모(母)기업이다. 그런가 하면 2015년 이후,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M&A 및 지분 투자 규모는 2014년 동기 대비 119% 급증해 사상 최고치인 19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경제는 외관상 욱일승천(旭日昇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덩치 큰 경제를 정밀하게 ‘신체검사’해 보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GDP 성장률 7%선이 마침내 무너진 것이 그 대표적인 증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19일 중국의 2015년 경제성장률이 천안문사태 이듬해였던 1990년(3.8%) 이후 25년 만에 가장 낮은 6.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널리 예견되었듯이 중국경제의 성장이 감속 모드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이 현재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과거 이 나라가 경험했듯이 경기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순환적 경기둔화(cyclical slowdown)가 아니라 중국 엘리트들에 의한 그간의 정치·경제 차원의 무리수와 얽혀 있기 때문에 극복이 쉽지 않으며, 역사상 유례없이 GDP 성장을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중국경제의 상승은 끝나가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미국 남(南)캘리포니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의 대니얼 린치 교수는 최근 미국 언론 기고문에서 지난 몇 달 사이 증시가 폭락하고 기업 부채가 급증하며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는 중국경제의 나쁜 소식도 문제지만 정작 실상은 “중국이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으며 집권 중국공산당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사태의 본질을 간파한 중국공산당은 투자로 끌어온 경제를 소비가 견인하는 형태로 전환하자면 무엇보다 젊은 인구가 많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0월 수십 년간 시행해 온 ‘한 자녀 정책’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 정도 전략 변화로 중국 상승의 종식을 막기에는 부족하다. 투자를 삭감한 자리에 민간소비가 들어서게 하자면 한동안 시간이 흘러야 하지만, 투자 삭감 그 자체가 절대적인 면에서 또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 또한 문제다.

투자를 삭감하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며, 가뜩이나 빚에 허덕이는 기업의 수익이 낮아져 정작 투자가 필요한 곳에 집어넣을 돈이 모자란다. 린치 교수는 GDP 성장과 GDP의 기존구조 유지를 위해 중국처럼 과도하게 투자에 의존한 나라는 역사상 없었다고 지적한다. 국내소비에 비해 투자를 늘려온 중국은 잉여제품을 처분하고자 2000년대에 수출을 급격하게 늘렸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대규모 통화적 경기 자극 프로그램을 시작함으로써 투자를 2배로 늘리는 방안을 선택했다. 그 결과 경기후퇴를 피하고 심지어 헛된 무패(無敗) 이미지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자극 프로그램은 경제 불균형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악화시켰다.

일대일로 정책 속속 집행

2009년 중국 중앙은행은 이전 4년간의 증가분을 모두 합친 것만큼 통화 공급을 늘렸다. 중앙은행은 심지어 지방정부와 그 유착 엘리트가 대출을 늘리고 새로 투자하기 위해 창의적인 새 방법들을 고안해낼 때 대출에 대한 통제력을 한동안 잃기까지 했다. 이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는 방만한 대출이었으며 이 대출금을 받은 사람들은 그 돈을 부동산 투기에 사용하거나 중국이 소비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크게 넘어선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의 생산설비를 늘리는 데 썼다. 그러자 자연히 부채가 급증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7년 170%에서 2015년 중반 280%로 급상승했다. 긴급한 환경정화와 사회보장 등에 투입해야 할 자원이 빚 갚는 쪽으로 전용되었다. 이런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은행과 이른바 그림자 금융권의 대출자들에게 변제된 돈은 다시 엘리트들 손으로 건네져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 재활용되는 악순환이 빚어질 것이라고 린치 교수는 말한다.

결국 새로운 GDP 대비 부채비율은 추가 경기 자극에 들어가는 비용이 경기 자극으로 인해 얻는 이득보다 많아지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중국공산당은 논리적으로 자금 투입을 중단하고 긴 디플레이션의 시기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린치교수는 권고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러한 역사적 전환이 분명 긴박하지만, 정치적으로 그것은 중국공산당이 자진하여 깨끗이 받아들이기에는 잔인하리만치 어려우리라고 린치교수는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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