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단위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특별한 치료법과 전이된 경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의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감염으로 전국민이 바이러스 공포에 떨어야 했던 이유다.

이렇게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은 우리몸에서 내성이 생길 때까지 시간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전 세계에 걸쳐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바이러스 유입경로는 의외로 단순해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거나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물건을 접촉함으로써 입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오면 쉽게 감염된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을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제4군에 해당하는 전염병은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입 감염병을 말한다.

2015년 5월 브라질에서 첫 번째 감염사례가 보고 되었고 이후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멕시코, 파나마, 파라과이,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의 중남미 국가로 확산됐다. 2016년 1월 들어 이 바이러스는 중남미를 넘어 미국·유럽·아시아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뎅기열 등 열성 질환을 유발하는 이집트 숲모기가 매개체로 알려져 있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발진, 관절통, 눈 충혈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이 증상이 며칠 또는 1주일간 계속된다. 임신한 여성이 감염되면 두뇌가 성장하지 못하는 소두증에 걸린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두증 상태에서는 정신지체가 되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린 뒤 통상 2~7일이 지나면 증상이 시작되고, 최대 2주 안에 증상이 나타나므로 2주가량 지난 후에는 안심해도 된다.

우리나라는 이집트 숲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모기로 흰줄 숲모기가 자생하지만 바이러스를 보유한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 일상적인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지만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은 경우나 성접촉을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에서 헌혈은 해외여행 이후 1개월이 지난 후에 가능하므로 수혈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

최근 2개월 이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곳은 중남미 지역에서는 가이아나, 과들루프섬,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마르티니크, 멕시코, 바베이도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브라질, 세인트마틴섬, 수리남, 아이티,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콜롬비아, 파나마, 파라과이, 푸에르토리코, 프랑스령 기아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22개국이다. 이 외에도 태평양 섬인 사모아와 아시아 지역인 태국, 아프리카 카보베르데 등으로 자세히 보고 됐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발열, 발진, 관절통, 눈충혈 등의 경미한 증상을 보이거나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 소두증, 길랭·바레증후군과의 관련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의 최종 연구결과를 확인해봐야 한다.

문제는 다른 많은 바이러스 질환처럼 치료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질병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로 대부분 회복된다.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기관에 가서 해열제, 진통제 등을 처방받아 치료하면 된다.

법정감염병지정에 따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및 의심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보건소장에게 즉시 신고해야 한다.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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